2020년의 마지막 날에는 제야의 종이 울리지 않았다. 늘 축제 같았던 한해의 마지막 순간이 그토록 고요한 건 처음이었다. 그 때문인지 새롭게 시작된 2021년도, 그저 지난해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다. 어영부영 보내버린 지난 한 해가 여전히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고대신문 1915호의 첫 면을 읽으며 다사다난한 해를 겪고 보냈음을 실감했다. 기사의 테두리에 둘리어진 점선은 개강이 연기되었던 3월부터 교내 집단감염이 발생한 연말까지의 시간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그 중간중간에는 고연전 취소와 같은 아쉬운 소식들도 눈에 밟혔다. 점선 테두리 내부 기사에는 학교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학교에 발 한 번 제대로 딛지 못한 신입생들과 본격적인 한국 생활은 시작도 못 한 유학생들의 인터뷰는 말 많고 탈 많았던 비대면 학교생활을 떠오르게 했다. 뒤이어 2면에서는 혼란스러운 시기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킨 사람들의 인터뷰가 소개되었다. 고요해진 캠퍼스 뒤로 총성 없는 전쟁터를 겪어낸 e-Learning 지원팀은 물론, 첫 온라인 강의 진행으로 고군분투한 교수들의 인터뷰에는 한껏 무게가 실려 있었다. 1915호를 읽으며 2020년을 지탱한 수많은 사람의 일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보고 들을 수 있었다. 크고 작은 불만들이 많은 해였지만, 그 시간을 견딘 것도 결국엔 학교와 학생들이었다. 어쩌면 2020년은 어영부영 보낸 아쉬운 시간이 아닌, 모두가 아득바득 버텨낸 의지의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신문은 읽을거리로 가득했다. 특히 4(보도)에서의 총학생회장단 선거의 세 번째 무산은 학생 사회에서 충분히 주목받을 일이었다. 15(여론)탁류세평에서 하태훈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언급하였듯, 총학생회장단의 장기간 부재는 학교 공동체의 민주주의 시스템 붕괴와 맞닿아 있다. 총학생회장단의 부재에 대한 텍스트는 신문 전반에 걸쳐 드러났지만, 이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도 필요해 보였다.

  신문의 2면에 2020년을 한 단어로 집약하는 재치 있는 인터뷰가 있었다. 한 명의 독자로서 고대신문을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불철주야(不撤晝夜)’가 떠오른다. 모든 것이 잠시 멈춤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못하는 곳들이 있다. 고대신문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다. 발길이 끊긴 캠퍼스에서 고대신문의 존재감이 더욱 빛을 발하길 기대해본다.

이은학 KUBS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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