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을 끼고 신발 끈을 꽉 묶었다. 연장도 챙겼겠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비장한 발걸음으로 향한 곳은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캠퍼스. 손길이 닿는 곳마다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눈사람이 피어났다. 눈사람에서 그칠쏘냐. 눈오리, 눈펭귄, 눈호랑이도 한 자리씩 차지했다. 우리는 5인 이상 모이지도 못하는데 옹기종기 붙어있는 저들이 부럽기도, 괘씸하기도.

...세 차례의 폭설은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사람들을 집 밖으로 꺼냈다. 얼어붙은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경쟁적으로 눈을 굴리는 기이한 광경을 첫눈의 설렘으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어쩌면 중앙광장은 카페도 술집도 닫은 이 시국의 마지막 선택지였을지 모른다. 아무래도 코로나 블루, 레드, 블랙에 이은 코로나 화이트인 게 분명하다.

...학생들의 자리를 대신해 환하게 웃고 있는 눈사람을 보고 있노라니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그리운 동기, 얼굴도 못 본 후배가 만들었을지 모르는 눈사람 옆에 내 눈사람을 더 가까이 붙여놨다. 눈사람은 거리두기할 필요도 없으니까. 중앙광장의 경관이 오타루의 설경에 비할 바는 못 하지만, <러브레터>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외쳐본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시죠?”

강민서 취재부장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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