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과 연이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캠퍼스는 활기를 잃었다. 특히 대면 활동이 필수적인 공연 동아리들은 운영의 한계에 부딪혀 활동을 잠정 중단하거나 해체를 선언했다. 그들은 지난 1년간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까.

신입부원 모집에 난항

  “사라져가는 역사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묘하네요.”

  정치외교학과 문선패 동아리 초아 김소영 (정경대 정외19) 대표는 20학번 패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여전히 자신이 맡고 있다며 씁쓸함을 삼켰다.

  가장 먼저 겪었던 어려움은 새내기 패원 모집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새터를 통해 몸짓이 무엇인지 보여줄 기회가 있었겠지만, 새터가 2년 연속 취소되면서 대학 사회의 문화인 문선을 홍보할 방법이 사라졌다. 김 대표는 문선은 직접 보여주지 않고서는 정확한 설명과 홍보가 힘든 문화라며 홍보 영상을 여러 번 배포했지만 첫 새내기 패원 모집에 단 1명밖에 지원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지원자가 20명이 넘었던 2019년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줄어든 숫자였다.

  총 3차례 모집 끝에 7명의 패원을 모집했지만, 막상 연습을 할 수 없었다. 패원 모집에 한 달을 소요했고, 이후에는 코로나 확산세가 심해져 초동모임을 6월에, 본격적인 연습은 여름방학이 돼서야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광복절 집회 여파로 확산세가 가속화되며 9월 모임이 취소됐고, 이후에도 교내 확진자 발생과 전국적 대유행이 잇따르면서 활동을 이어갈 수 없었다.

  연대공연의 기회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문제였다. 김 대표는 문선은 동작을 익히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연대 활동에 참여하면서 그 의미를 깨달아가는 것이라며 시위 현장, 문화제 행사 자체가 없어 공연을 전혀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20학번 패원들은 몸짓의 의의를 느끼지 못했고, 실질적인 활동도 이뤄지지 않아 관심이 사그라들었다고 말했다.

  "안타깝지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겁니다.”

대면 모임 제한에 운영 힘들어

  33년 전통을 이어온 사회학과 풍물패 여민락은 2021년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방학마다 필봉 문화원에 연수를 받으러 가고, 판굿 공연을 매년 개최해온 동아리의 잠정 중단은 부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여민락 강인영(문과대 사회19) 대표는 매번 부원들과 동아리의 앞날을 걱정하며 애정 어린 동아리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최선을 다했지만, 내년을 기약할 신입 패원이 없어 결국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활동 주기가 2년이라 매년 새내기가 들어와야 하는 여민락에게 2020년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강 대표는 무엇보다 연습공간 확보와 악기 보관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문과대 과방은 폐쇄됐고, 4.18 연습실 역시 코로나 확산세에 출입이 불가능했다. 악기를 둘 곳이 없어 부원들의 집에 나눠 보관하기도, 양해를 구해 다른 동아리에 잠시 맡기기도 했다. 북과 장구와 같은 가죽 악기는 자연히 관리되지 않았다. 선후배가 직접 만나 악기를 배우고 몸을 쓰는 게 주인 만큼, 활동을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2020년을 마지막으로 여민락은 휴식기를 갖기로 했다.

  “2021년의 공식 활동은 없겠지만, 우리가 여민락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여민락이 잘 버텨내서 다시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코로나 종식 후 재활성화 기대

  지난해 학내 동아리들은 모두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아리 대표들은 부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현 사태의 아쉬움과 씁쓸함이 가득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에 대한 무력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들은 동아리의 존속보다 부원들의 안전을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기전자공학부 학회 하나와영 채대원(공과대 전기전자17) 대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준 임원진과 학회원분께 감사하다다음 학기에 대면으로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외교학과 농구동아리 어보브(Above) 이준하(정경대 정외20) 대표 또한 “2021년에는 체육관에서 즐겁게 농구 할 날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최주영 기자 mar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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