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사례의 조사절차 개선 기대

아동 정서 고려한 분리 필요

재발 방지 위해 관련 입법 면밀해야

 

  지난 8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된 개정안에는 신고 후 즉시 수사, 조사 결과 공유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외에도 자녀 징계권이 삭제되고 아동 즉시 분리제도가 시행을 앞두고 있는 등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이런 움직임이 아동학대 방지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나아가 어떤 점이 더 개선돼야 할지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아동학대 피해자 변호를 담당해온 김민선 변호사에게 물었다.

 

-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어떤 효과 기대하나

  “이번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은 기존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맹점을 개선하기 위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아동학대 신고 후 즉시 조사에 착수하도록 하는 조항이 그 예다. ‘정서학대’나 ‘방임’이 아동학대 신고사례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데, 이런 경우엔 해당 사건이 형사사건화될 수 있을지, 학대행위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 즉시 조사 조항은 정서학대나 방임처럼 비교적 경미하다고 여겨지는 학대 사례에도 면밀한 조사를 가능케 할 것이다.

  학대 신고 후 경찰과 지자체가 동행조사를 하지 않은 경우, 조사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는 조항도 비슷하다. 원래는 현장조사 업무를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이 협력해 진행했다. 그런데 작년 12월, 법이 개정되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현장조사 업무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영역으로 넘어가 새로운 협업체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조사 결과 공유 의무화가 담당 기관들의 협력에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 민법 개정을 통해 자녀징계권이 삭제됐다

  “아동복지법에도 아이에게 체벌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이미 존재한다. 다만 선언적인 의미라 체벌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도로 해석돼왔고, 실제로 큰 효력을 내지 못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자녀징계권을 명분으로 학대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돼 정당행위로 판단한 사례가 있다. 민법에서 자녀징계권 조항이 삭제되면서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친권자나 보호자라고 하더라도 아동 체벌은 안 된다는 인식이 정착될 것이다.”

 

- ‘1년에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 시 즉시 분리’가 올해 3월부터 시행된다. 재학대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아이가 너무 어려 피해 진술 자체가 어렵거나 진술에 소극적인 경우 수사기관은 증거 부족 판단을 내리게 된다. 즉시 분리 조항은 피해아동을 신속히 보호시설로 인도하고 아동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다만 아동은 집을 떠나 혼자 시설에 가는 것에 소외감을 느끼고 분리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학대 양상이나 위험도에 관계없이 신고 횟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분리하게 되면 아동이 정서적으로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피해 아동의 심리적 상태 등을 고려한 분리가 이뤄져야 한다.”

 

- 발의되는 개정안 내용 중 ‘형량강화’에 대한 논의가 많은데

  “현재 아동학대행위자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은 무기징역이다. 하지만 양형기준 내에서 형을 선고하다 보니 아동학대범죄자에 큰 처벌을 내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형량강화보다는 양형기준의 개선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아동학대범죄 유형에 따라 구체적으로 양형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양형기준을 이탈하는 형벌을 선고할 경우 판결문에 양형 이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합리적 사유 없이는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는 없다. 현재 아동학대중상해에 대한 기본양형기준은 2년 6개월에서 5년, 아동학대치사에 대한 기본 양형기준은 4년에서 7년 사이다. 가중처벌이 이뤄져도 각각 최대 8년, 10년의 양형기준이 적용된다.

 

- 어떤 점이 더 개선돼야 하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아동이 처한 환경, 학대 정도를 고려해 가해자를 조건부 기소유예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조건 불이행 시 공소제기를 하는 것이다. 학대행위자에 상담, 치료, 교육 등을 조건으로 부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어떤 처벌이 이뤄져야 할지를 형법으로 정비해야 한다.

  아동 권리에 대한 인식 역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세계인권선언이나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세계적인 규약에서는 아동의 놀이권까지도 논의가 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동도 주체적인 권리를 가진 존재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아이들을 보호 대상으로만 생각해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게 되면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아동을 보호하는 규정 이외에도 아동이 ‘한 명의 권리 주체’라는 인식을 갖도록 입법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글|이승빈 기자 bean@

사진제공|김민선 변호사

그래픽|송원경 기자 b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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