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게 많은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여기서 맺은 소중한 인연들을 계속 간직해나가고 싶네요.” 김한겸(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33년간의 교수 생활을 마치며 감회에 젖어 소감을 남겼다. 47년을 이어온 본교와의 인연에 누구보다 강한 자부심을 간직한 김 교수는 인터뷰 내내 ‘고대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는 삶을 강조했다.

 

끝없는 도전으로 채운 다채로운 삶

  전문 분야인 폐병리 연구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드러내며 사통오달(四通五達)을 넘어 오통구달(五通九達)의 삶을 살아온 김한겸 교수다. 국내 학계에서 생소한 분야였던 미라 연구를 선도했으며, 대한극지의학회 초대 회장을 맡아 북극 다산기지에서 얼지 않는 단백질을 연구했다. 학문 외적으로도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즐겼다. 검도 7단인 김 교수는 학부생 시절 의과대학 검도부 창설을 시작으로 한국의사검도회 초대회장, 한국교수검사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최고의 의사 검객’으로 이름을 떨쳤다.

  학생들에게 봉사정신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던 김 교수는 본교 사회봉사단(KUSSO)의 창설자이기도 하다. 그는 항상 철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계획을 꼼꼼히 세운 후 봉사 장소로 향했다. 예의를 갖춰 봉사대상자를 대했고,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으로 활동을 마무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준비 단계부터 사후관리와 성과 평가까지 제대로 이루어져야 진정한 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가는 봉사대상자들을 보면 반갑고 뭉클하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는 본교 장애학생지원센터장을 역임하며 장애학생 인권 신장에 크게 기여했다. 시각장애인 학생을 배려해 정수기 옆에 손잡이가 달린 컵을 비치하고, 점자명함을 제작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실천했다. 당시 본교는 대학장애인학생지원체계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를 널리 인정받았다. 김 교수는 “우리를 벤치마킹하는 학교가 잇달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예술을 창조하는 ‘낭만닥터’

  김한겸 교수는 ‘NOMAD(유목민)’라는 작가명의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현미경을 통해 찍은 사진과 아프리카 의료봉사 당시 찍은 사진들로 2017년과 2020년에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직접 찍은 현미경사진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김 교수는 선뜻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보여줬다. 손녀를 향한 사랑이 묻어나는 담낭 점막 사진부터 대한민국의 ‘갑질’을 날카롭게 꼬집는 갑상선 조직 사진까지. 인체 조직과 세포들은 그의 손에서 창의적인 메시지를 담은 하나의 예술로 재탄생했다. “원래는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사진만 찍었어요. 하지만 찍다보니 새로운 세상 속의 재미있는 이미지들이 보이더라고요. 앞으로도 촬영을 계속해 병리학자가 늘 현미경 앞에만 앉아있는 재미없는 직업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어요.”

 

  김한겸 교수는 퇴임 후에도 제자들과 교감을 이어가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산 넘어 산’이라는 제목의 현미경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둥근 달이 뜰 때까지 산을 넘어왔는데 이제 또 다른 산이 앞에 있는 거죠. 이게 현재의 제 모습이에요. 하지만 멈추지 않고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겁니다. 저는 영원한 노마드니까요.”

김한겸 교수의 현미경 사진 '산 넘어 산'

 

글 │ 이현민 기자 neverdie@

사진 │ 김민영 기자 dratini@

사진제공 │ 김한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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