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동의대 디그니타스 교양교육연구소·조교수

  데이터가 없는 현대사회를 상상할 수 있을까? 데이터피케이션(datafication)이라는 신조어가 대변하듯,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우리는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데이터화되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 ‘데이터가 21세기의 원유이자 쌀이라는 말이 널리 인용되고 있으며, 데이터가 사람과 생각을 이어주는 새로운 통화(currency)라고 지적한 학자도 있다. 대표적인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이었던 자동차 산업도 모빌리티(mobility)라는 새로운 간판 아래 변혁의 중심에 서 있다. 움직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데이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장치로의 인식 전환인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자. “데이터란 무엇인가?” “자료라는 동어 반복식 대답 외에는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이처럼 데이터가 현대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데이터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역시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데이터 리터러시란 데이터의 생산, 가공, 분석, 활용 등 전 주기에 걸친 데이터 문해력을 일컫는다.

  전국 대학의 교양기초교육 강화를 지원하는 한국교양기초교육원에서 작성한 <대학 교양기초교육의 표준 모델>에 의하면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을 통해 함양해야 할 능력과 자질로서 다양한 문해 능력을 꼽고 있다. 이는 문자로 서술된 바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서술하는 전통적 개념의 리터러시를 넘어서서 광범한 영역에서 모든 사유의 표현을 독해하고 또 자신의 사유내용을 표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견지에서 데이터 리터러시 또한 현 시대에 걸맞은 주요한 리터러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2000년대 이후, 국내에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문헌정보학자 및 교육학자들을 주축으로 데이터 리터러시를 주제로 한 연구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은 폭과 깊이 면에서 아직 보편화되지 못한 실정이다. 폭이라 함은 몇몇 학과(문헌정보학과, 언론정보학과 등)의 전공수업에 국한되어 계열보편성이 떨어짐을 말하고, 깊이라 함은 빅데이터 및 소프트웨어 활용을 주목적으로 한 강좌에서 단편적으로 다뤄지는 점을 의미한다.

  이는 데이터 리터러시만의 고유한 교육영역이 확립되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에서 교양강좌로서의 데이터 리터러시 중요성이 부각된다. 데이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적용은 대부분의 전공영역에서 요구되는 소양으로서, 전공을 넘나드는 보편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대학교육에서 데이터 리터러시를 수용할 방안은 다양하다. 각 대학에서는 데이터 리터러시를 주제로 한 단기 특강을 실시하고, 이를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는 학생들에게 학점이수 및 평가에 대한 부담 없이 자발적 참여를 통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실시될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에서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측면은 데이터에 대한 비판적 사고이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일반 리터러시에서와 같이 데이터 리터러시에서도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즉 데이터를 요약한 표나 그림 등 통계 자료가 포함된 저작물을 대할 때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이것이 특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의도적으로 빠뜨리거나 불필요하게 부각된 자료는 없는지, 수치가 조작된 것은 아닌지 등을 비판적인 눈으로 따져보는 힘을 길러주는 교수자의 노력이 요구된다. 데이터 활용의 기술적인 측면만 강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데이터 분석 업체 Qlik를 중심으로 유수의 컨설팅 업체들로 조직된 Data Literacy Project는 미래의 직업세계는 개인에게 데이터 리터러시를 요청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 역량은 가지면 좋은 것을 넘어서 없으면 안 되는 능력이 될 것이라 내다보았다. 빅데이터 분석 역량과 데이터에 대한 비판적, 성찰적 자세를 두루 겸비한 데이터 전문가들을 양성하기 위해 국내 대학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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