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남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람들은 거짓말을 왜 하는가?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부끄러운 행위에 대한 징벌 또는 사회적 비난을 피하고자, 자신의 실제 업적이나 능력을 과장하기 위하여, 또는 상대방을 속여 가치 있는 어떤 것을 빼앗으려고 거짓말을 한다.

  나는 젊은 법관 시절 지방으로 발령이 나면 가족과 함께 근무지로 이사를 했다. 당시 집사람이 대학의 시간강사였는데, 집안에 아이를 돌보아줄 사람이 없어 이웃에 맡기고 출근했다가 퇴근길에 데리고 왔다. 이웃 아주머니들은 젊은 판사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저녁에 아이에게 그날 있었던 일들을 물어보니 항상 그 집에 놀러 온 아주머니들이 우리 집안 시시콜콜한 것에 대해서까지 묻고 아이의 대답을 즐기고 있었다. 부부 사이에 말다툼한 내용까지 말이다. 화가 났다. 고민 끝에 아이에게 집안일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말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더 집요하게 캐묻는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거짓말을 하라고 시켜야 할까? 그건 아니었다. 그냥 참고 살기로 했다.

  거짓말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도 많다. 어른들은 어린이가 정직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린이도 거짓말을 참 잘한다. 형사사건에서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증언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나는 항상 경계심을 풀지 않고 증언을 들었다. 이러한 경계심은 내 경험에서 나온 것일 뿐이다. 우리는 농촌의 농민이 도시의 상인보다 정직하다고 믿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내 경험은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한번은 고등학생 둘이 새벽에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행인을 쳐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다. 오토바이에 탄 학생 1명은 머리를 크게 다쳐 혼수상태에 빠졌고 다른 학생은 경상을 입었다. 부상이 가벼운 학생이 경찰에서 자신은 뒤에 탔고 혼수상태에 빠진 학생이 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 말을 믿고 입원한 학생이 깨어나기를 기다려 병실에서 피의자신문조서를 받았다. 그는 혼미한 상태에서 자신이 운전을 했다는 말을 듣고 범행을 모두 시인했다. 그러나 퇴원을 할 무렵부터 태도를 바꾸어 범행을 부인했다. 그날 술에 취해 교대로 운전을 하기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사고 당시에는 자신의 친구가 운전을 했다는 것이었다. 경찰과 검찰은 요지부동이었다.

  나는 동승자 학생의 증언을 두 번 들었는데, 첫 번째는 검찰이 증인 신청을 했고 두 번째는 피고인이 하였다. 사고 경위를 꼬치꼬치 캐물으니 증인은 괴로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렇지만 일관되게 자신은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피고인의 변호인이 세 번째 증인 신청을 했다. 증인이 두 번째 증언을 하고 나서 다른 친구를 만나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고 하니 그것을 물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다시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그는 증인신문기일에 나오지 않았다. 자살을 한 것이다.

  성직자는 어떤가? 대낮에 예배를 주재하던 목사가 수백 명의 신도가 보는 앞에서 업어치기 폭행을 당했다고 하는데, 수많은 교인들과 목회자들이 증인으로 나와 한쪽은 목사가 정상적으로 예배를 마쳤다고 증언하고 다른 한쪽은 폭행을 당하여 예배를 중단했다고 증언했다. 모두 주님 앞에 모든 것을 걸고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어떤 직역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이 어떨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나게 억울한 사람이 생긴다. 모든 사람을 그의 직업이나 출신에 관계없이 개별화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편견이 없는 상태이다.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이 날 경우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정직할 가능성이 높다. 라서 거짓말에 대해서는 높은 사회적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정직한 사회만이 발전할 수 있다. 부정직한 사회에서는 진실을 가려내기 위하여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상호 간에 신뢰가 없으니 힘을 합치는 것도 기대할 수 없다.

  아울러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몰고 가는 문화적 요인도 하나씩 제거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no comment’ 문화가 없다. 작은 거짓말이라도 자주 하다 보면 큰 거짓말도 쉽게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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