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에게 전화가 온 것은 주말 밤 11시가 넘어갈 즈음이었다. 직업 특성상 등록되지 않은 번호의 전화도 많이 걸려오기에 별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다. “나 고대 선배인데로 시작된 반말 정도는 기분이 나쁠 틈도없었다. 나와 얼굴 한 번 마주한 적 없는 A는 다짜고짜 자신이 운영 중인 회사에 대한 홍보 기사를 청탁했다. 내 번호를 알려줬다는 사람도 나와 친분이 없는 사람이었다.

  다소 황당한 접근이었지만 차분하게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자 대뜸 A의 태도가 돌변했다. 자신의 부탁이 어렵지 않은 것인데 고대후배가 그런 거 하나 들어주지 못하냐는 것이었다.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줬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함과 억지뿐이었다.

  이런 선배가 과연 A 한 명일까. 후배 검사가 법리적으로 옳지 않다며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자 법리적 설명 대신 내가 고대 선배인데 감히를 외친 검사장. 고대 출신이면 능력과 도덕적 잣대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지지해야 한다고 윽박지르던 여당 정치인. 유명 아나운서를 공갈·협박하다 수사를 받게 되자 담당 수사라인이 고대 출신이라고 기뻐하던 프리랜서.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을 또 다른 A가 선천적으로 악인이라서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에 다니며 고대 특유의 끈끈한 문화를 잘못된 방식으로 학습한 결과가 사회에서도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A 부류가 아닌 훌륭한 선배들이 학교와 후배들을 애정하면서도 A처럼 살아가지 않는 이유도 이 같은 차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고대 특유의 끈끈한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 문화에 대한 학습 과정의 차이가 가치관 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조건 고대는 끈끈해가 아닌 고대 특유의 끈끈함을 본인이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3,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는가.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거울의 모습은 어떤 모양이며 훗날 당신의 거울이 비출 당신은 어떤 모습일까. 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부터 결정될지 모른다.

<.>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