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강의 현주소 살피고

5개 사업 통해 다양성 문화 확산

‘캠퍼스 실질적 변화 이끌 것

  본교 다양성위원회(위원장=김채연 교수)가 대학교육과 다양성을 주제로 <고려대 다양성보고서 2020>을 발간했다. 작년 2학기 신설된 선택교양 다양성과 미래사회의 성과를 분석했으며, 포용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본교가 진행한 사업들을 평가하고 시사점을 제시했다.

다양성 강의 증설하고 적극 홍보해야

  지난해 다양성위원회는 본교 교과목 중 다양성 관련 강의를 선별하고 현황을 분석했다. 20202학기 서울캠퍼스에는 총 109개의 다양성 관련 교과목이 개설됐다. 다양성위원회가 개설 강의 현황에서 지적한 문제점은 두 가지다. 첫째, 대부분의 다양성 교과목이 인문사회계열 과목이다. 문과대학에서 개설된 교과목이 64.4%로 가장 많았으며 생명과학대학 개설 과목이 1.1%로 가장 적었다. 둘째, 강의주제도 특정 주제에 편중됐다. 역사와 문화 전반을 거시적으로 다루는 교과목은 49.5%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인종, 계급, 젠더 등을 세밀하게 다루는 과목과 의사소통·협업에 대한 과목 비중은 각각 10.1%4.6%로 저조했다. 이에 다양성위원회는 한국 사회의 인구학적 다양성이 급증하고 있다다양한 집단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역량을 키우는 교과목 확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선택교양과목 다양성과 미래사회2019년부터 다양성위원회가 기획한 강의로, 다양성의 가치를 논의하는 8회의 특강을 듣고 팀별로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업을 수강한 김세은(문과대 국문18) 씨는 다양성과 인권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유익했다조별토론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첫 시행이다 보니 완전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한 학기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피로감이 높았다고 말했다. 다양성위원회는 특강과 조별과제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특강 내용에 대해 성찰하고 토론할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학생 스스로 사고하고 토론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강생의 전공이 다양하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46명의 수강생 중 문과대 학생이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과대, 경영대, 사범대 수강생은 각 1명에 불과했다. 다양성위원회는 다양성 기반 교양강좌를 증설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 가능한 많은 학생들에게 수강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포용적 조직문화 구축에 유의미한 성과

  다양성위원회는 지난 한 해 동안 다양성 친화적인 조직문화 구축을 목표로 다섯 개 사업을 진행했다. 학부생 비교과 활동 체인지메이커교원 대상의 다양성 책자 ‘diversitas’ 발간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캠퍼스 환경 인식 조사 교직원 대상 영상물 제작 대학원생의 연구사업을 실시했다. 영상 제작과 연구사업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체인지메이커 프로그램은 다양성 가치를 전파하는 캠페인을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는 활동이다. 참가자들은 꿈의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학생들에게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드림 재킷을 직접 디자인해 홍보하고 판매했다. 체인지메이커로 활동한 정다경(정경대 행정18) 씨는 처음에는 다양한 꿈이라는 주제가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캠페인을 진행할수록 청년들이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9 고려대 다양성 의식조사에 따르면, 본교 교수진의 다양성 수용도는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다양성위원회는 월간 ‘diversitas’를 발간해 교수진 내 다양성 담론 활성화를 도모했다. ‘diversitas’20206월 창간호 발간을 시작으로 20211월까지 총 8번 발행됐으며 기업-경영, 과학기술, 교육, 광고 크리에이티브, 소수자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202011월 전임교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설문에 참여한 139명 중 134명이 책자 발행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118명이 1회 이상 책자를 읽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다양성위원회는 외국인 학생들이 소속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교내 문화와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정규 등록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2020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설문조사를 시행했으며, 7명의 외국인 학생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포용-비포용 경험학교에 대한 요구 사항을 파악했고, 이들에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단과대학 및 학과별 오리엔테이션 통합 정보서비스 제공 외국인-한국인 교류 프로그램 확대 전공별 특성을 반영한 학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캠퍼스 내 다양성 가치 전파를 위해

  다양성위원회의 최우선 과제는 캠퍼스 내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성위원회는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인적 구성의 다양화다. 본교의 여성 교원 비율은 20206월 기준 16.6%이다. 여성 교원 비율을 교육공무원법에서 명시하는 25% 이상으로 늘리고, 여성 교원들이 의사결정기구에 더 활발히 참여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범학교 차원의 TF를 조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두 번째로 다양성, 포용성, 형평성이 본교 구성원 모두의 공유가치로 자리 잡도록 정기적으로 강연과 세미나를 주최할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단과대학, 학부(학과), 행정 부처 및 부속기관별로 다양성 담당자를 지정해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을 제언했다. 다양성 문제를 세분화해서 해결하기 위해 의과대학과 세종캠퍼스에도 독자적인 다양성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김채연 다양성위원장은 강의실에서 다양성을 논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성의 가치를 전파하는 사업을 펼쳐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외에도 다양성 위원회는 격년으로 진행되는 다양성 지수인 KUDI-,분석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박다원·유승하·조은진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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