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성공할 한 해를 위해

지친 학생들에게 전하는 위로

2년 만에 ‘환경주간’도 열려

 

'빽도마켓'이 열린 파이빌 2층 강당 내부에 아기자기한 잡화들이 진열돼 있다.
'빽도마켓'이 열린 파이빌 2층 강당 내부에 아기자기한 잡화들이 진열돼 있다.

 

 

 

 

 

 

 

 

 

 

 

  캠퍼스에 봄이 찾아왔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견뎌 꽃을 피우기 시작한 나무들, 새로운 인연에 대한 설렘으로 북적이는 안암역과 함께 파이빌도 봄을 맞았다. 파이빌의 생일과도 같은 π데이(314)를 기념해 KU개척마을 운영지원팀과 학생운영위원회(학운위)는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세 가지 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올해는 날 거니까 빽도마켓

  파이빌 2층 강당으로 향하는 길에 늘어선 알록달록한 풍선들이 학생들을 반겼다. 15일과 16일 이틀간 열린 무인 플리마켓, ‘빽도마켓에는 행복한 한 해를 위한 염원이 담겨있었다. 행사를 주관한 학운위 펀팀 팀원 은지현(미디어19) 씨는 플리마켓의 이름 빽도마켓에 대해 설명했다. “윷놀이에서 빽도가 나온 다음에는 어떤 게 나와도 이기잖아요. 사람들에게 작년이 빽도와 같은 해이길, 그리고 올해에는 모든 게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강당 내부에서는 아기자기한 잡화들을 판매했다. 감성 가득한 그립톡, 직접 제작한 귀여운 스티커, 화려한 마크라메와 인문학 서적이 눈길을 끌었다. 빽도마켓을 방문한 사람들은 직접 뜨개질해 만든 가방과 수제 액세서리를 착용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무인 플리마켓으로 운영돼 판매자들이 현장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정성만큼은 그대로 전해졌다. 쇼핑을 마치고 돌아가는 이들의 손에는 플리마켓에서 구매한 아이템들과 함께 선물 받은 빽도의 행운이 들려있었다.

'빽도마켓' 윷놀이 이벤트의 스태프가 윷을 던지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빽도마켓' 윷놀이 이벤트의 스태프가 윷을 던지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컨테이너 밖 2층 데크에서 플리마켓 이름에 걸맞은 커다란 윷판이 펼쳐졌다. 윷놀이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형 윷을 꼭 껴안고 도, , 윷이 나오길 손 모아 기도했다. 커다란 윷들이 하늘 높이 날자 개 나오면 어떡해!”라고 외치는 학생도 있었다. 현장에는 즐거운 웃음과 아우성이 가득했다. 이벤트에 당첨된 이들은 파이빌이 자체 제작한 시리얼볼을 받아 갔다. 정인서(문과대 한문20) 씨는 빽도를 던져 박수를 받기도 했다. “주변에 있던 모두가 박수를 쳐주셨어요. 마냥 아쉽게만 느껴졌던 작년이지만, ‘빽도라는 의미를 더하니 올 한 해를 기쁘게 살아갈 에너지를 받아 가는 것 같습니다.”

 

가득 찬 것들을 버리고 즐기는 여백

  활기 넘치던 2층과 달리 1층에는 차분하고 조용한 전시가 펼쳐졌다. 15일부터 24일까지 파이빌 10zone에서는 오프라인 전시 여백이 열렸다. ‘여백은 능동적인 삶을 위한 여백의 중요성과 비움의 가치를 전하는 전시회다. 입구에는 학운위 아카디오팀이 남긴 삶을 채워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가 자리했다.

  내부는 하얗고 조용했다. 현대인이 느끼는 과열, 과속, 과용 등을 가시화한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됐다. 작품 멈춤은 시계를 분해해 나온 부품들을 매달아 놓은 조형이다. 시간의 여백을 견디지 못하고 그 빈 시간을 채우지 못했을 때 죄책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빽도마켓' 윷놀이 이벤트의 스태프가 윷을 던지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학운위 아카디오팀의 전시 작품 'Delete: Make Your Own Space'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수단으로써의 '미디어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작품들도 있었다. 작품 ‘Digital Rush’포획은 능동적으로 미디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그 안에 잠식된 사람들을 비판한다. 상자 내부의 스마트폰과 외부로 분출되는 형상 사이의 괴리, 케이블 사이에 갇힌 인간의 모습은 주체성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전시장 한쪽 벽면에는 갖가지 문장과 단어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인터넷상에서 수집한 문장들로 만든 작품 ‘Delete: Make Your Own Space’ 위로 형형색색의 언어들이 범람했다. 관람객들은 작품에 부착된 투명 스티커를 떼며 그 위에 적힌 언어들도 함께 떼어냈다. 언어들이 비워진 공간에는 사고의 여백이 들어섰다.

  전시장 내부에 마련된 암실에서는 영상작품 ‘Are you afraid of this?’가 상영됐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 가만히 카메라를 응시하는 남자에게서 부작위의 두려움에 대한 도전을 엿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영상작품인 ‘Umm..’은 일상적인 대화 중의 침묵에 대한 진솔한 생각들을 표현했다. 전시 작품을 제작한 아카디오팀의 팀원 안나령(미디어18) 씨는 전시를 관람하는 짧은 시간, 그 잠깐의 여백이 하루의 쉼표 같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이 전시가 관람객으로 하여금 채우기만 하는 삶이 이상적인지 되묻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삶의 여백을 만들어 낸 이들은 한층 가벼운 발걸음으로 전시장을 나섰다.

 

함께하며 실천하는 내가 그린 그린라이프

  15일 오후 7시 국제관 X-Garage에서 제2회 파이빌 환경주간 내가 그린 그린라이프가 열렸다. 사전 신청을 통해 일주일간의 환경 보호에 나설 도전자 10명이 모였다. 어색함이 감도는 현장에서 참가자들은 둘씩 짝지어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자기소개 후 학운위 세미나팀이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분리수거에 대한 상식을 물어보는 분리수고력 테스트를 쳤고, 결과를 공유하면서 이들은 한층 더 가까워졌다.

  참가자들은 세미나팀에서 제시한 7일간의 큰 도전과 함께 3개의 작은 도전까지 선정해서 각자의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다. 비누로 머리 감기, 전자기기 충전 안 하기, 손수건 사용하기 등 다양한 목표를 세웠다. 도전자들은 일주일간 오픈카톡과 스프레드시트를 통해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마니또 이벤트를 통해 서로를 독려하며 환경 보호를 실천해나갈 예정이다.

  7일간의 도전을 끝내고 그동안의 행적을 돌아볼 23돌아보기 행사를 기약하며, 참가자들은 아쉬운 인사를 나눴다. 세미나팀은 비누로 머리 감기도전에서 사용할 샴푸바를 나눠줬다. 1회 파이빌 환경주간 행사도 참여했다는 김해민(문과대 불문17) 씨는 두 번째 도전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았다. “재작년에 해보니까 생각보다 실천하기 어렵더라고요. 이번에는 동료 도전자들과 서로 독려하고 응원해서 성공적으로 도전을 마치고 싶네요.”

 

이현민 기자 neverdie@

사진김민영 기자 drat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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