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부터 전과제도가 시행된다. 그동안 전과제도는 학칙에만 존재하고 정해진 세부사항이 없어 실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총학생회 공약에 종종 등장하는 등 오랫동안 꾸준한 수요가 존재했다. 지난 1학생들에게 다양한 전공 선택 기회를 제공한다는 설명과 함께 탄생한 전과제도는 단번에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넓어진 전공선택의 폭이 교육권에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가 주류를 이루는 한편, 일각에서는 전과제도가 전공세탁의 도구로 전락하거나 인기학과 편중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학과를 재선택하는 행위가 전공세탁이라는 용어로 비방당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그 기저에는 학과 간 서열이 존재하며, 학생들이 학문연구가 아니라 더 나은 사회적 평가를 위해 소속을 옮길 것이라는 가정이 있다. 실제로 문·이과를 막론하고, 취업이 잘되는 학과로 이중전공을 계획하는 학생들은 흔히 볼 수 있다. 다만 이들이 거창한 욕심이 있다기보다는 갈수록 심해지는 먹고 살 걱정에 떠밀리듯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전공세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꺼려지는 이유다.

  다양한 제도의 마련으로 이제 학생들의 손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쥐어졌다. 아이러니한 점은 동시에 특정한 학과와 진로로 점점 청년들이 몰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건설하는데 선택의 자율권을 갖고 있는 것이 맞을까. 원하는 공부는 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정한 기준에 나를 맞출 수밖에 없다면,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강민서 취재부장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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