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훈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컴플라이언스 & 윤리 전공

  LH가 쏘아 올린 투기 이슈로 세상이 시끄럽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이슈는 아니며, 그동안 해결방안 제시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직무상 정보 또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 및 정치인의 부동산 투기 이슈는 새롭게 등장한 부패 유형도, 지금의 집권여당만의 문제도 아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경제개발 시대에서 부를 쌓기 위한 이너써클의 재테크 방식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긴 시간 동안 고위직군 공직자와 영향력 있는 정치인[정치적 주요 인물(Peps)] 간의 네트워크에서 암묵적으로 이어져 왔던 비윤리적 재테크 행위들이 점차 중하위직의 소위 작은 부패(petty corruption)로까지 대중화되었다는 점이다.

  부패도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변화 트렌드가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 공공영역의 부패 트렌드는 상층부·하층부 구분 없이 직무상 중요 정보를 이용한 공격적인 재테크가 조직 내에 만연했다는 점이다. 또한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온 전통적인 청렴·반부패 활동 및 경영평가제도, 국회 국정감사제도를 통해서도 공공영역에서 만연한 비윤리적 투기 행위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LH는 권익위 청렴 및 반부패 평가에서 하위등급을 받았지만 경영평가에서는 상위등급을 받았다. 또한 감사원에서 LH의 감사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지적하였지만, 개선된 부분은 없었다.

  지금의 정부와 집권여당은 이슈를 이슈로 덮고자 하는지,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 의무화 방안을 검토하면서 기존 4급 이상에서 7급 또는 9급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해충돌방지법안에는 교사와 언론인까지 포함시키면서 논의를 다르게 확전시키려고 한다매우 정치적이며 전략적인 접근으로 읽힌다. LH가 쏘아 올린 부패이슈가 정치권에서 뜨거운 데는 그만큼 이해관계가 많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게다가 정부가 LH 이슈 초기대처를 통해 국민적 실망감을 불러온 것도, 공직자들도 엮였다는 것의 반증일 것이다.

  지금의 공공영역 부패 행위를 개인부패의 측면에서 일벌백계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겉으로 드러난 개별현상에만 집착하거나, 대외적인 엄벌주의 표명만으로는 유사한 문제가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부패행위의 시대적 배경과 함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과 조직단위를 구분하여 부패현상과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 공공영역의 반부패통제 전략은 기존의 사후통제 방식이 아니라, 기업 컴플라이언스 관점에서 법제도 및 업무 프로세스에 새로이 접근해야 한다. 물론, 위반자에 대한 사후 처벌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언제 될지도 모르는 처벌논의에 온 힘을 쓰기보다는, 다시는 이러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공공영역의 청렴·반부패 기능이 구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공직자 등의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의 경우, 직무상 중요 정보를 이용한 투자 행위에는 당연히 차명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같은 행위들을 기술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차명을 전제로 한 실소유자와 경제적 실익의 주체를 파악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이는 청렴·반부패 측면에서 금융권 자금세탁방지제도에 따른 국내의 정치적 주요 인물(PEPS)제도 적용과도 연결이 된다. 요란한 정치인 전수 검사나 공직자관련 법령 개정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다. 반부패 총괄기구인 권익위와 금융정보분석원이 있는 금융위 등에서 중요 정보를 다루는 공직자와 정치적 인사들을 포함시킨 케이 펩스(K-PEPS) 제도를 금융권에서 시행하게 되면, 지금과 같은 비윤리적이며 불법적인 행태들이 많이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정부수립 이후 오랫동안 정부주도형 경제개발이 이뤄지면서, 공공부문 전반에 부패에 취약한 구조와 문화가 형성되어 왔다. 이점을 인정하고, 기존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부채의식이 없는 전문가들로 하여금 지금의 이슈들에 접근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위한 정치적 계산이며, 공공의 이익 관점에서도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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