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된 경쟁구도가 저출산 유발

인구감소 받아들이고 대비해야

기성세대 틀 깨는 전략 필요

 

  학령인구 감소로 2021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지방대학의 신입생 정원 미달이 속출했다. 언론에서는 저출산으로 지방대의 생존이 위태로워졌다며 기사가 쏟아졌다. 조영태 교수는 이 상황을 오래전에 ‘정해진 미래’라고 했다. 인구학의 관점에서 사전에 예견하고 대비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그러지 못한 결과가 작금의 사태로 나타난 것이다. 저출산은 단순히 ‘아이가 줄어든다’는 장면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조영태 교수를 만나 인구학의 관점에서 인구 데드크로스 시대에 봉착한 대한민국의 ‘정해진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청년 세대의 비혼·비출산 이유를 ‘생존본능’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시대가 열린 게 2002년이었고,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만들어 정책 대응을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초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보육복지의 미약으로 봤다. 출산에 관여하는 여러 가지 맥락이 있는데, 출산과 바로 맞닿아 있는 요소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렇게 보육복지에 예산을 쏟아 왔는데도 출산율은 변함없이 더 나빠지고 있다. 2016년이 돼서야 ‘생존본능’과 ‘재생산본능’ 사이의 연결점에 대한 해답에 집중하게 됐다. 인간은 생존본능과 재생산본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환경에 따라 두 본능은 줄다리기를 한다. 지금의 환경에서 청년의 생존본능은 재생산본능을 이긴다.

  한국사회의 극단적인 경쟁 심화는 청년의 생존본능을 크게 자극한다. 한국 사회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모두가 획일화된 목표를 향해 경쟁하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키운다. 정해진 시기에 무조건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강박이 너무 크다. 이렇게 획일화된 목표 의식은 사람들을 경쟁 속에서만 살아가게 만든다. 이런 경쟁의 과열이 지금까지는 한국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오히려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발견되고 있는 게 바로 저출산이다.”

 

사람이 줄어들면 취업이 쉬워지나. 경쟁 완화를 기대해도 좋을까

  “당장 그럴 가능성은 없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일자리 규모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사람이 줄면 경쟁이 줄어드는 것이 맞다. 현재 은퇴하는 베이비 부머세대의 인구는 지금 청년 세대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면 일자리가 청년 인구보다 많이 생길 거라고 기대하기 쉽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노동시장의 분절화다. 대졸자가 원하는 자리와 대졸자가 아닌 사람이 원하는 자리는 분절돼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과거에 대학을 졸업하고 노동시장에 들어갔을 때는 대졸자의 비율이 높지 않았다. 당시 대졸자의 노동시장은 30만 명 선이다. 현 청년 세대는 전체 인구 자체는 적지만 대학진학률이 80%다. 매년 약 56만 명의 대졸자가 고용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필요해진다. 이 전망도 현재 노동시장 규모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고 낙관할 때 가능한 얘기다. 4차산업혁명으로 AI와 빅데이터 등이 여러 직종을 대체하게 되면 실질적인 일자리 개수는 더 줄어들고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현 20대의 삶은 더 힘들어진다.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이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2035년이 되면 우리나라 여성 3명 중 1명이 고령자가 된다. 남자는 2038년에 3명 중 1명이 고령자가 된다. 나머지 두 명이 1명의 고령자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다. 과거보다 돈을 벌기는 더 힘들어졌는데, 그마저도 고령자 부양을 위한 사회적 비용으로 내야 한다.”

 

노령인구 부양이 큰 이슈다. 연금제도는 이대로 괜찮은가

  “사회보장제도가 생기면서 가족이 담당했던 노령인구 부양 부담은 사회로 넘어갔다. 이 시스템을 상징하는 것이 연금이다. 연금은 내가 지금 내는 돈은 노령자를 부양하는 데 쓰고 미래 세대가 내는 돈을 노령자가 된 내가 받도록 설계됐다. 연금을 받는 사람보다 기여하는 사람이 많을 때는 매우 안정적인 제도다. 하지만 지금처럼 연금을 내는 세대들은 점점 줄면서 연금을 받아야 할 사람과 내줄 사람의 숫자가 갑자기 역전되면 연금이 유지되기 힘들다.”

 

안정성을 찾는 청년들이 많다

  “미래가 암울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안정을 추구하며 리스크를 회피한다. 장래 희망으로 공무원이나 선생님같이 안정적인 직업이 가장 인기가 많아지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안정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불안정한 미래’에도 안정적일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수치로만 따지면 사범대학은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극단적인 예로 중등 독일어 교사는 2008년 이후 전국에서 단 1명도 선발하지 않았다. 서울대 사범대학 독어교육과에서는 매년 15명의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는데 말이다. ‘건물주’를 희망하는 게 지금이야 영리한 계산처럼 보이지만 15년 뒤에도 그럴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경기가 활황이면 모르겠지만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고, 노인들도 많아지니 임대 거래가 줄 것이다. 그렇다면 건물 내 공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실 비용은 곧 건물주의 몫이다.”

 

작아진 사회, 국가가 할 일은

  “인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다운사이징’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어떻게든 출산율을 높이려 애쓰고 있다. 들이는 노력과 예산에 비해 결과는 미비하지만, 설령 노력이 결실을 맺어 출산율이 급등한다 해도 우리나라의 인구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저출산이 진행됐던 20년 가까운 기간을 메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작아지는 사회 규모에 따라 우리의 제도와 문화, 인식까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 또, 모든 연령대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19세 인구가 점점 줄어드니 대학을 점차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대학 또는 대학 관련한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2세대의 노동시장도 함께 쪼그라든다. 지금 당장의 상황에 맞춰 대학의 규모만 다운사이징할 것이 아니라, 10년 뒤에도 대학이 19세부터 20대 초반만의 교육을 위한 곳이어야 하는지, 대학 입시는 지금과 같은 형태로 유지되어야 하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계획해야 한다.”

 

청년들, 고대생들에게

  “부모 세대나 학교에서 배우기로는 공부를 잘해서 대학을 잘 가는 게 최우선이고 변호사, 의사, 교수가 좋은 직업이라고 알고 있다. 보통은 다들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지금 청년들은 10년 뒤에도 그런 직업군이 여전히 유망할지 예측해봐야 한다. 인구학으로 그 예측이 가능하다. 지금은 대학교수가 좋은 직업으로 보이지만 인구학적 관점에서 대학교수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의사나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미래의 인구변화만 봐도 전문직의 영광은 보장할 수 없다. 현재 활동하는 의사와 변호사들의 주축은 40대와 50대 초반이다. 의사나 변호사는 정해진 은퇴 시기가 없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수 있다. 힘들게 의사나 변호사가 되더라도 신규세대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를 맞이하며 시장규모도 줄어들어 청년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지만, 세계의 시장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고대생들은 선배들이 과거에 하던 대로 똑같이 고시나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더욱 좁아진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로 설 자리를 넓히려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MZ세대는 해외로 진출해야만 하는 필요성과 동시에 가능성도 기성세대보다 훨씬 크다. 이 점을 이용해 기존의 틀을 깨고 나아갈 수 있는 세대다.”

 

글┃이정우 사회부장 vanilla@

사진┃정채린 기자 ch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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