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원 대표는 에너지자립마을의 지속성을 위해선 새로운 시도가 계속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진원 대표는 에너지자립마을의 지속성을 위해선 새로운 시도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동참 위해 지속적인 노력 필요

협의체 통해 아이디어 공유

 

  에너지자립마을의 시범사업으로 문을 연 서대문구 호박골 에너지자립마을은 올해로 7년째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빗물 활용 등 에너지자립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왔다. 이진원 호박골 에너지자립마을 대표는 호박골이 다른 에너지자립마을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호박골 에너지자립마을은 어떻게 시작됐나

  “에너지자립마을 조성 이전에,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방안으로 마을가꾸기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때 주민들이 모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벽화를 그리고 야생화 동산을 조성하면서 호박골 마을의 공동체 의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을 공동체가 이뤄지니, 서울시가 먼저 호박골로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제의해왔다. 실제로 마을가꾸기 사업을 하면서 뭔가를 새로 배우고 이웃들에게 알려줄 때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 생각을 바탕으로 호박골 사람들 10명을 모아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시작했다. 주민들이 모여 20시간 정도 에너지 활동가 교육과정을 함께 이수하고 관련 활동들을 시도하게 됐다.”

 

- 호박골에서 진행하는 사업에는 무엇이 있나

  “호박골을 둘러보면 곳곳에서 빗물 저금통을 발견할 수 있다. 빗물을 모아 불순물을 가라앉히고, 채소를 재배하거나 화단을 가꾸는 데 이 물을 사용한다. 일부 저금통에는 모터를 설치해 빗물을 이용한 분수를 만들고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도시농원을 조성했다.

  태양광 패널도 눈에 띄었을 거다. 주택 옥상, 놀이터, 청소년 공부방 등 다양한 장소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높였다. 태양에너지와 연계해 마을의 정체성을 높이는 사업도 진행했다. 호박골의 주택에는 태양광 패널과 함께 호박 모양의 전등이 설치돼있다. 에너지자립마을 조성 과정에서 주민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호박등을 만들었다. 호박등 제작부터 설치까지 모든 과정을 주민들이 모여 함께 진행했다.”

 

- 에너지자립마을을 기획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호박골에는 고령 인구가 많다. 사업 초기에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많이 나와 청년 인구가 하나둘씩 유입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 아이의 교육을 위해, 혹은 직장을 위해 다른 곳으로 떠나더라. 청년 인구가 적어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노령인구가 많으면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도 기획 내용을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접근성이 떨어진다.

  마을 활동가 이외에 다른 주민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한국 전기요금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유인을 실감하지 못 한다. 자신의 행동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탄소 배출의 의미는 무엇인지 경각심을 갖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 지속가능한 자립마을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에너지자립마을로 선정되면 3년간 최대 6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지원기간이 끝난 후에도 에너지자립마을을 유지하려면 계속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야 한다. 마을의 대표, 운영자들이 계속 사업을 이끌어나가려는 의지를 가져야 주민들을 모으고 동참시킬 수 있다.

  마을 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호박골은 매월 둘째 주마다 서대문구의 여러 에너지자립마을 대표들과 모여 협의회를 가져왔다. 코로나로 인해 잠시 중단했지만 4월부터는 화상회의를 이용해 재개할 예정이다. 이 협의회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다른 에너지자립마을의 성공을 돕는다. 호박골은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막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마을에 활동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가 겪어온 경험을 토대로 알려주고 있다.

  호박골은 아무래도 노인 인구가 많다 보니 색다른 캠페인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다른 에너지자립마을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자립마을 사업 홍보 캠페인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홍보물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얻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협의회를 진행한 게 사업을 여태까지 이어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호박골 에너지자립마을은 벌써 7년 차를 맞았다. 첫 발을 떼고서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이제는 마을 내의 사업을 넘어 마을 외부에도 영향을 주고 싶다. 현재로서는 외부인이 호박골에 방문해서 에너지 교육을 듣고 재생에너지를 체험할 수 있는 광장을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마을 한켠에 위치한 공터를 활용할 생각이다. 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에너지자립마을을 탐방하고 자립마을 조성방식을 배우러 온 사람들을 위한 장소다. 에너지를 어떻게 절약해야 하는지, 태양광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옥상 텃밭을 어떻게 가꿔야 하는지 같이 공부하고 체험해보도록 돕고 싶다.”

 

글|이승빈 기자 bean@

사진|김소현 기자 sos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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