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디지털로 전환되는 공연예술의 고민
[시론] 디지털로 전환되는 공연예술의 고민
  • 고대신문
  • 승인 2021.03.28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trong>정우정</strong> 댄스앤미디어 연구소·이사<br>
정우정 댄스앤미디어 연구소·이사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 환경은 많은 부문에서 혁신을 넘어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현장성을 우선하는 공연예술계도 201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순수예술 분야에선 아직까진 라이브 현장성을 대체할 수 있는 괄목할 성과를 찾기 어렵다. 공연계는 오랜 역사 동안 종합예술로서 현장성과 관객 경험을 본질적 가치로 여겨왔다. 이러한 암묵적 함의로 인해 디지털 환경으로의 전환에 대해 미온적이었다. 갑자기 닥친 코로나 팬데믹은 공연예술계의 취약점을 공격하며 그동안 간과해온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각국과 국내 공연예술 조직이 자구책으로 내놓은 온라인 공연 중계는 본격적인 수익모델 논의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 문화예술 정책 또한 창작-유통-향유 전반에 걸쳐 비대면 온라인 예술 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국립 공연장과 국공립 예술단체를 주축으로 실감형 기술과 결합한 공연의 영상화, 특별한 관람경험을 제공할 온라인 전용 극장 개관, 공연영상 제작 스튜디오 지원 등 주로 비대면 공연 인프라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예술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작년 코로나로 인한 공연 중단기간 동안 무료로 송출한 국립단체들의 온라인 영상의 경우 현장 공연 관객수의 5배를 넘는 시청뷰를 기록하며 잠재 관객에 대한 기대감과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코로나 초반 아카이브 공연 영상 중계 위주였던 것에서 점차 다변화된 창·제작 방식을 통해 온라인 영상 공연이 확대되는 추세다.

  온라인 영상 공연은 문화예술에 소외된 계층의 사회적·물리적 제약을 해소하고 동시에 국내 아티스트와 예술단체가 디지털 연결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새로운 기회이다. 그렇지만 디지털 전환의 기회를 모색하려는 위기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간단치 않은 여러 난관들이 산적해 있다. 이는 공연 영상물에 관한 저작권이나 아티스트 및 예술인력과 플랫폼 간의 수익배분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코로나 국면에선 현장 공연의 관객수입은 줄어드는 게 명확하지만, 온라인 공연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투자를 하기에는 수익모델로서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이미 2012년부터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한 빈 필하모닉조차 유료 관객에 대한 의미 있는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현장공연은 전석 매진인 세계적인 아티스트조차 예술인 기부 형태로 시도된 온라인 공연 영상에서 500명 내외 유료 관객이라는 초라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저렴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공연예술에서 현장감과 공간적 몰입감이 관람자의 가치인식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또 다른 쟁점은 클래식, 오페라, 무용, 연극 등 전통적 무대공연의 주요 관객과 디지털 온라인 관람자의 모호성과 이들 간의 이질성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 사회적 가치관과 소비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주체인 MZ세대는 디지털 매체의 접속성과 이동성이 극대화된 3분 이내의 스낵 컬처를 즐긴다. 따라서 긴 러닝타임과 2차원 화면의 공연 영상을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방식에 흥미를 갖기 어렵다. 결국 총체적 종합예술로서의 전통적 무대공연이 짧은 콘텐츠가 넘치는 디지털 환경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주요 관람자를 정의하고 나아가 새로운 관람층을 개발할 것인지 그리고, 고급예술로 인식되던 공연예술에 연결과 공유·소통이라는 디지털 가치를 어떻게 부여할지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는 중이다. 해외 몇몇 예술단체들은 동영상 기반의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형식을 실험하고 디지털 연결을 통한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시키는데 방점을 두는 양상이다. 이는 전통적 무대공연이 갖는 감동과 현장감 대신, 대중과의 소통과 참여의 장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의 예술의 가치를 인식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매체의 이동이나 기술의 적용이 아니라 소통과 연결, 참여라는 디지털 문법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다. 또한, 창작방식에 있어서 기술의 차용과 융합 뿐 아니라 온라인 관람자와의 접점(engagement)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예술향유참여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변혁인 셈이다.

  디지털 매체의 능동적 참여와 수평적 연결성을 기반으로 예술적 가치와 예술의 지각방식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서비스라고 본다면 유료 공연영상 모델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실감형 콘텐츠와 인터페이스를 통해 다감각적 경험과 몰입을 제공하고, 수동적 관객을 적극적 참여자로 연결하기 위한 다양한 가치와 서비스를 더욱 고민해 볼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