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이제 더 이상 취준을 미룰 수 없는 시기가 됐다. 주변을 살펴보니 인턴에 합격해 휴학계를 내고 회사생활을 하는 동기들과 고시 공부를 위해 매일 같이 도서관에 출석하는 친구들이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위기감이 몰려온다. 신입생 때부터 각종 동아리와 대외활동, 자격증 공부를 위해 분주하게 오가며 게으르게 살지 않았다 자부하는 나였지만, 막상 취업의 부담감이 턱 끝까지 차오르니 별수 없었다.

  학기가 시작하고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돌입했고 한 회사 인턴에 지원해보기로 했다. ‘위 회사에 지원하고자 하는 동기와 이유에 대해 쓰시오.’ 이력서 파일을 열자마자 첫 질문에서부터 고민에 빠졌다. ‘그러게, 내가 이 회사에 왜 지원하고 싶은 거지?’ ‘돈 벌려는 거지.’ ‘이 회사여만 하는가?’ ‘다른 회사여도 되지.’ 이력서를 채워나가는 중 나의 현실적이고 속물적인 자아가 계속해서 제동이 걸렸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노트북을 잠시 닫고 생각에 잠겼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라는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그런데 이 기분. 익숙하다. 생각해보니 과거에도 강제적으로 나를 찾는 여정에 내몰린 적이 있다. 대입 수시 자소서. 그때도 내가 왜 이 대학에 가야하는지, 이 학과를 선택해야하는 이유는 뭔지부터 시작해 나는 누구인가의 인간실존문제까지 고민하며 억지스러운 나를, 나의 대답을 이끌어낸 적이 있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때는 원하는 모습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기에 급급했다면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는 게 됐다는 것.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끊임없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어떨 때는 옆옆자리 친구의 재능과 환경이 부럽기도 하고, 노력한 것에 비해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 때 조금은 위축되기도 한다. 그래도 조금씩 단단해지는 내 모습에 스스로 대견해진다. 창밖을 보니 벚꽃 잎이 살랑살랑 떨어지고 포근한 산들바람이 부는 봄이 왔다. 아직 모든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해 만개한 꽃들을 보면서도 마음이 흐릿해진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 했던가. 나를 찾아가는 여정 끝에는 더 단단해진 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송정현 기자 lip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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