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교육확대, 강의 경쟁력 필요

사회문화적 가치 재구성해야

 

  “코로나19는 대학교육의 판을 뒤집을 기회다.” 변기용(사범대 교육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코로나19는 지난 1년간 캠퍼스의 사계절을 휩쓸었다. 지난해 봄에는 일상으로의 회귀를 숨죽여 기다렸지만, 코로나19와 맞는 두 번째 봄은 달랐다. 코로나가 초래한 변화를 기회 삼아 대학의 진보로 연결하기 위한 논의가 연구자들 사이에서 한창이다. 이들은 코로나19는 위기일 뿐 아니라 관성에 젖어 있던 대학을 다시 돌아보고 혁신할 계기로 본다. 지난해부터 많은 국내외 연구자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학교육’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다수의 포럼을 주최하고 참여했다. 이들이 짚어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는 무엇이고, 대학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알아봤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대학교육에 대한 위기감이 심화되고 있다. 본교를 비롯해 많은 대학들이 연구발표와 토론행사를 열면서 대학교육 패러다임의 핵심을 진지하게 모색하고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대학교육에 대한 위기감이 심화되고 있다. 본교를 비롯해 많은 대학들이 연구발표와 토론행사를 열면서 대학교육 패러다임의 핵심을 진지하게 모색하고있다.

 

급변하는 사회에 맞는 인재 교육 필요

  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가 강요됐지만,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기업들은 재택근무체제를 이어나갈 공산이 크다. 김승주(정보보호학과) 교수에 따르면 국내 유수의 IT기업들이 이미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 체제를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비대면 근무에서는 즉각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만큼 체계적인 문서작성을 매개로 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 김승주 교수는 “외국은 재택근무에 익숙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한 자리에 모여서 얘기하는 회의식 업무수행에 익숙하고, 문서를 통해 소통하는 능력이 대체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문서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개발자를 양성할 때, 단순히 직관적으로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그 과정을 문서화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무환경이 바뀌면,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상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대학교육 또한 이에 발맞춰 변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도 가져왔다. 김승주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사회구성원 모두가 팬데믹 이전에 비해 불편함을 더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기회를 이용해 고객이 당장 느끼는 불편함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던 기술들을 적용해 혁신을 꾀하고 있다. 김승주 교수는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을 그 예로 들었다. 학습을 통해 발전하는 챗봇은 고객이 학습 초기의 불편을 감수해주는 동안 크게 성장한다. 이렇게 성장한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김승주 교수는 “기업이 이번 기회에 AI를 크게 발전시켜 AI를 인터넷 검색엔진처럼 활용하게 될 날이 크게 앞당겨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발전에 따라 대학도 AI를 올바르게 활용하기 위한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현대 사회는 전공을 바탕으로 다양한 학문영역에 걸친 융합적 사고능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해왔다. 변기용 교수는 “우리 고등교육체제가 당면한 위기 상황과 사회 환경의 변화가 대학교육의 전반적인 패러다임의 대변혁을 요구해왔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대학들이 기존의 공급자 중심 교육관행과 학교 운영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교육의 변혁이 오래전부터 요구되고 있었음에도, 관성적 반발로 혁신을 시도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변기용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양성에 필요한 ‘연결성과 창의적 학습’, ‘거꾸로 교실과 문제 주도형 학습’ 등의 교육방식이 아직은 대학 구성원 사이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대학은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적인 사회 실험’을 경험하게 됐다. 과거에 익숙했던 교육방식과 대학 운영방식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 변화가 초래한 예측 불가능성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가 머리를 맞대게 됐다.

 

‘계급장’ 떼고 승부하게 된 대학

  김철규(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도 온라인교육은 확대될 전망”이라며 “좋든 싫든 대학은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대학이 요구하는 특정 기준에 부합한 학생만이 입학하고, 이들만을 대상으로 폐쇄적인 교육을 제공했다면,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타 대학이나 해외에 있는 강의도 찾아 들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대학은 재구조화 과정에 있었고, 코로나19는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대학교육이 대중화되면 대학에서 신입생을 받는 명분이 약화된다. 김철규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모을 수 있는 컨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주 교수는 “이제는 ‘계급장’을 떼고 강의로 승부해야 하는 때가 왔다”고 말했다. 대학의 이름값과 공간적 이점을 벗고 오롯이 강의의 퀄리티로 학생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김승주 교수는 “과거에는 캠퍼스라는 공간이 주는 아우라가 있었다”며 “온라인 강의는 대학이 그러한 아우라로부터 ‘무장해제’ 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교수들이 연구만큼 강의에도 투자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김승주 교수는 “대학평가 기준에 연구성과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많은 교수가 강의보다는 연구에 힘을 실어왔다”며 “이제는 대학에도 강의를 잘하는 1타 강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의 외에도 대학이 제공해 온 사회문화적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 강의의 대중화로 학생을 유치해 대학 존재의 명분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의 이상의 효용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대학 실무자들도 캠퍼스가 갖는 사회문화적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김윤경 학생처장은 “교수-학생 및 동기간, 선후배 사이의 사회적 관계와 유대감을 쌓을 기회가 너무 부족했다는 점이 코로나19가 가져온 가장 큰 손실”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수업이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본교는 비교과활동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2021 신입생응원 오리엔테이션을 온라인으로 진행했으며, 현재 4.18 61주년 기념 동아리 활성화 프로젝트로 25개의 동아리 및 학회들을 선정해 관련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승주 교수는 사이버 공간에서 대학이 가진 사회성 함양의 기능을 실현하지 못한 대학은 뒤처지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주 교수는 “고려대는 사회성 함양이라는 대학의 고전적 기능에 강점이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물리적 접촉이 사라지면서 타격을 크게 입었다”며 “사이버 공간에서도 고려대가 가진 사회성 함양의 강점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약화에 대응해 대학공동체의 재구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21학번이 기존 대학공동체의 경험으로부터 배제되면서 전통적 대학공동체에 균열이 생겼다. 김철규 교수는 20학번과 21학번을 대학공동체에 편입시키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방식의 대학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규 교수는 그 방편으로 ‘공동체 지향적 개인’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김철규 교수는 “개인주의가 팽배했다는 얘기가 많은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완전히 독립된 상황에 놓이면 불안을 느낀다”며 “전통적 공동체주의를 극복하고 주체성을 가진 개인들이 선택한 연대로 이뤄진 공동체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은 공동체의 형태에 대한 논의를 코로나19가 촉발시킨 것이다.

  흔히들 2020년을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 한 잃어버린 시간은 없다. 변기용 교수는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대학에게 코로나19는 기회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은 이전의 문제를 되풀이할 뿐”이라고 전했다.

 

글┃이정우 사회부장 vanilla@

사진┃이윤 디지털콘텐츠부장 profit@

사진제공┃대학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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