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국민 탄압 중단하라” 외친 학자들
“미얀마 국민 탄압 중단하라” 외친 학자들
  • 김민재 기자
  • 승인 2021.05.02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학계, 미얀마 민주화 운동 논의
“소수민족 포괄하는 민주화가 과제”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얀마 역사상 3번째 쿠데타로, 53년간 계속된 군사 독재정권을 끝낸 문민정부가 성립한지 6년 만에 군부 정치로 회귀했다. 군부는 작년 11월 총선 결과에 불복하고 집권당인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시하며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정치인들의 석방과 군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으나, 군부는 무력으로 이들을 탄압하고 있다. 학생, 승려, 소수민족 등 다양한 계층의 미얀마 시민들은 지금도 힘든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4월 14일 한국이민학회(회장=윤인진), 한국이민정책학회(회장=김태환), 재외한인학회(회장=송석원) 공동 주최로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관한 전문가 웹 세미나’가 열렸다. 국내 학계에서 미얀마 문제를 직접 조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미얀마 군부의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분노한 다”며 “민족 간 공존을 추구하는 한국이민학회, 한국이민정책학회, 재외한인학회 회원들은 군부의 미얀마 국민 탄압 중단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한국 정부에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과 미얀마 거주 한인, 국내 거주 미얀마인의 안전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윤인진(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도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한 역사를 가졌기에 미얀마 국민이 겪는 아픔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역사적 기억을 공유하는 한국인들이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국장은 “한국 시민사회는 미얀마 군부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합의에 이르렀다”면서도 “군부에 대항하는 미얀마 민주진영의 임시정부 격인 미얀마 연방정부 대표위원회(CRPH)를 미얀마 시민을 대표하는 집단으로 인정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시민 불복종 운동의 사회·정치적 함의와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김희숙(전북대 동남아연구소) 전임연구원은 “현재 미얀마 내 노동자, 여성, Z세대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민주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연대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대, 성별, 종교가 저마다 다르지 만, 미얀마 시민들은 문민정부의 개혁·개방 시기를 함께 거치면서 작금의 군부독재가 잘못된 방향이라는 사실을 공통으로 인지하고 있다. 김희숙 연구원은 이어서 민주화라는 최종 목표 도달을 위해 미얀마인들에게 필요한 과정을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민주화 운동의 ‘성공’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운동 세력들이 내부적인 합의에 이르러야 효율적으로 민주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치 국면이 길어질 경우 상황을 타개할 방안과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자원을 제공할 경로를 모색하고, 국제사회가 요청에 응답하도록 유도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 관련 뉴스를 제작하는 페이스북 그룹 ‘미얀마투데이’ 최진배 대표는 군부 쿠데타와 민주화 혁명으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버마족과 소수민족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쿠데타 이전부터 존재하던 미얀마 소수민족의 무장 세력은 현재 민주화 투쟁을 위해 군부와 무력으로 맞서는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버마족과 소수민족의 관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최진배 대표는 “과거 반란군, 반정 부군으로 불렸던 소수민족 무장 세력이 지금은 소수민족 무장단체 혹은 더 나아가 연방군이자 민족해방군으로 불릴 정도”라고 전했다. 미얀마 내 소수민족들 역시 그간 버마족을 차별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자 힘의 논리로 자신들에게 통제를 가하는 억압자라고 여겼으나, 쿠데타 이후 버마족 역시 군부라는 공동의 적에 짓밟히는 같은 약자 이자 피해자라는 연대 의식이 소수민족 사회에 퍼지고 있다.

  세미나를 참관한 본교 대학원생 A씨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이 ‘장기적으로 소수민족과 함께하는 민주화’라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 질문했다. 영국으로부터 미얀마가 독립했을 당시 보장받았던 소수민족의 자치나 독립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이들이 60~70년간 반정부활동을 해왔던 역사적 배경을 지적했다. 이에 나현필 사무국장은 과거 아웅산 수치 문민정부 당시 군부의 로힝 야 학살에 미얀마 사회가 침묵했던 사례를 들며 “아직 단정 짓기에는 이르지만, 쿠데타 이후 상황에서 로힝야 및 소수민족에 대한 버마족의 약속이나 합의가 이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최 대표는 “소수민족이 포함된 연방정부 하에서 이들이 원하는 바가 충족되지 못한다면,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될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적절한 개입으로 추후 생길 수 있는 대립을 예방할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재 기자 flowerock@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