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즐기는 시와 차

 

파이빌 2층 강당에서 '아직도 시차적응' 행사가 진행됐다.
'시차적응' 참가자가 시를 필사하고 있다.

  중간고사. 벚꽃이 지면 찾아오는 4월의 불청객이다. 시험에 지친 학생들에게 잠깐의 휴식을 제공하고자, KU개척마을 운영지원팀과 학생운영위원회(학운위)는 4월 12일부터 3일간 파이빌 2층 강당에서 ‘아직도 시차적응’ 행사를 열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차 한 잔, 시 한 편으로 잠깐의 여유를 즐겼다.

  강당에 들어서면 달콤한 차의 향기가 답답한 마스크 너머까지 전해진다. 입구 옆에 마련된 테이블 위에는 딸기 차, 복숭아 살구 차, 캐모마일 차 등 여러 종류의 티백이 마련 돼 있었다. 방문객들이 기호에 따라 차 종류를 고르자 행사 진행을 돕던 학운위 펀팀 팀원이 곧장 따뜻하고 향기로운 차를 만들어 줬다. 강당 안쪽에선 영화가 소리 없이 재생되고 있었고, 정중앙에 위치한 책상 위에는 시집들이 쌓여있었다. 달콤한 차내음과 고요함은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띄엄띄엄 앉은 학생들은 차를 마시며 시 집을 읽거나, 메모지나 원고지에 시를 필사했다. 김상미(문과대 철학20)씨는 페퍼 톤스의 노래 ‘청춘’의 가사를 적어 내렸다. ‘짙푸른 봄이 돌아오면 따가운 그 햇살 아래서 만나리라. 우리들은 손꼽아 기다린 날처럼.’ 그는 “대학생의 청춘을 나타내는 곡 같아서 원래 좋아하는 가사”라며 “노랫말을 따라 쓰며 오랜만에 문학에 심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알록달록 부직포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아 시를 한 줄씩 읽어내려가다 보면 복잡한 몸과 마음이 고요해진다. 하나둘 행사장을 떠나는 학생들은 원고지 가득 채운 글과 그림을 보여주고, 책갈피를 받아갔다. 이들이 남긴 가지각색의 ‘작품’은 강당 한쪽의 벽면을 채웠다.

  2018년 3월부터 꾸준히 ‘시차적응’ 행사를 진행해온 학운위 펀팀은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개강 직후가 아닌 시험기간에 행사를 진행했다”며 “사람들이 바쁜 일상의 부담에서 벗어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느림의 미학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유승하 기자 hahaha@

사진│김소현 기자 sos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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