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7일 재보선 세대별 결과에서 야당은 40대를 제외한 나머지 세대 지지율에서 모두 여당을 압도했다. 전통적으로 여당 지지세가 강했던 청년층에서도 보수정당 지지율이 더 높았고, 20대 남성의 경우 70퍼센트 가까이 보수정당을 선택한 것은 선거 이후 가장 큰 화두가 되었다. 더는 세대 담론이 선거를 좌우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분석 또한 나타났다. 그러나, 세대 담론은 오히려 그 중요성을 더 강렬히 드러냈다.

  분명, 이전 선거와는 다르게 6, 70대 고령층과 2, 30대 청년층의 선택이 같았다는 점은 세대 간 차이가 무너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유신과 냉전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6, 70대와 달리, 청년층은 작년 총선 여당 승리의 주역이었다. 그들이 1년 만에 선택을 바꾼 이유는 수구로의 전향이나 민주화 운동에 대한 배반이 아니라, 집권 여당의 실책에 대한 비판과 견제였다. 성추문으로 인한 도덕적 실망과 부동산 정책에서 뚜렷한 개선을 보여주지 못한 점을 의식한 것이다.

  민주화 이후 탄생한 청년층에게 반공이념이나 80년대 민주화 운동은 지나간 역사이다. 청년층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가치관과 사회관을 공유한다. 그들은 진영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적으로 정책을 평가하는 한편, 젠더와 평등, 인권이라는 기존에 경시되었던 담론을 새로이 제시한다. 그렇기에 투표의 결과가 같을지라도, 선택의 이유에 있어서 고령층과 청년층의 담론은 다를 수밖에 없다.

  청년의 선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세대 차이의 인식과 청년층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가치관을 인식해야, 청년층에게 젠더 갈등은 단순히 이익에 대한 갈등이 아니라 평등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담론이고, 투표는 더 이상 민주정권 획득을 위한 분투가 아니라 정책과 견제의 선택임을 이해할 수 있다. 청년세대 담론을 통해 이들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이들을 이해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세대 내 격차가 심화되면서, 세대 담론은 세대 내 빈부격차나 노동문제와 같은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은폐할 뿐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럼에도 세대 담론이 끝난 것은 아니다. 70대에게는 6.25의 기억이, 50대에게는 80년대의 독재라는 시대적 아픔이 있었듯이, 20대와 30대에게는 민주화 이후의 사회가 있었다. 이러한 세대 담론의 생산적 이해를 통해 서로가 당신의 대한민국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정치권력의 건전한 담론이 가능할 것이고, 더이상 당신만의 대한민국으로 남지 않을 것이다.

 

이재환(문과대 중문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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