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 인권 변호사 강연

“난민 문제 해결에 적극적 태도 필요”

 

  “난민들을 한국에 들이지 마라.” 2018년 전쟁을 피해 한국에 도착한 예멘 난민은 환영받지 못한 손님이었다. 당시 500명이 넘는 예멘인이 한국에 입국해 난민 자격심사를 요청한 사건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난민 수용을 둘러싼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들을 배제한 방역 당국의 대응 논란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아직 외부인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은 편이다.

  지난 7일 본교 인권·성평등센터(센터장=송준아 교수)는 5월 월례세미나 ‘난민, 혐오와 연대 사이 당신의 자리’를 열어 한국 사회 속 난민들에 대해 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강연자는 난민 인권 옹호 활동을 하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로, 2013년부터 박해를 피해 한국에 들어온 난민을 돕고 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한국도 난민 혐오에서 벗어나 이들을 포용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민은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할 여지가 있는 자들로, 국가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기에 매우 취약한 지위에 놓여 있다. ‘박해를 피해 도망쳐온 난민을 추방할 수 없다’는 강제송환금지원칙이 담긴 난민협약에 가입한 국가들은 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한국 역시 1992년 난민협약을 비준해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했다.

  이일 변호사는 “지금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평판을 유지하기 위한 용도로 난민을 소비할 뿐, 사실상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 근거로 한국의 낮은 난민 인정률을 들면서 난민이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한국 정부가 우리 사회에 난민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일 변호사에 따르면,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정부는‘난민들은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온 사람들이고, 우리도 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피력해야 했지만, 되려 난민법을 개정해 난민수용제도를 더 엄격하게 만들고, 이들이 제주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정부의 입장표명으로 인해 사회는 난민에 대한 혐오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며 “난민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수십 년 전으로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그는 난민이 이미 존재하는 사회 불안의 대리자로 특정돼 혐오의 대상이 되는 현상을 설명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난민과 이주민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청년 실업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업은 이미 존재하는 사회의 불안이고 난민은 단지 희생양이 되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이진원(대학정책연구원) 교수는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는데도 여전히 난민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원인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이일 변호사는 “난민들이 한국에 오래 정착하는 경우가 드물어 사람들이 난민을 만날 일이 드물다”며 “한국에서 누군가의 친구, 이웃, 동료가 난민인 경우가 흔하다면 사람들은 난민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것이고, 이는 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혐오의 목소리가 아닌 연대의 목소리로 난민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며 세미나 참여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김민재 기자 flowe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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