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정책을 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교평준화’라는 대전제와 ‘고교 다양화'라는 지난 정책 기조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08년 이전까지 자사고는 민사고, 포항제철고, 상산고 정도의 학교에 한정되어 시범적으로 시행되었다.

  하지만 08년 이래,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정책이 추진되면서 전국에 자사고가 급격히 늘었고, 고교서열화 금지는 점차 허물어져 갔다. 일반고 3배의 학비에도 불구하고 자율적 교육과정과 높은 입시성과로 주목을 받았고,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자사고는 급속도로 확장되었다. 확장 속도는 지나치게 빨랐지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라는 이유로 정당화되었다.

  그 결과는 고교평준화 정책의 급속한 해체와 교육 불평등의 강화였다. 자사고는 정부의 지원이 없는 대가로 자율적 교육과정과 학생 선발권을 가지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한다. 급히 자사고를 확대하였지만 특별한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학교는 많지 않았다. 자사고는 ‘다양화’ 정책의 결과였지만, ‘다양성 있는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였다. 결국, 지방에 있는 자사고들이 대거 지정취소를 신청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자사고는 수도권 중심으로 생존하여 불평등을 강화했다.

  이는 결국 지난 10년간의 자사고 정책이 실패하였다는 것을 드러낸다. 무리하게 추진된 자사고 정책은 고교교육의 대원칙인 고교평준화를 형해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도 다양성 있는 교육과정과 실천도 보여주지 못했으며, 수도권에 편중됨으로써 학생의 고교선택권이라는 이상도 실현하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자사고 정책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개시할 때 우리는 08년 이래 10년간의 자사고 정책이 ‘실패’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렇지만 의문은 남는다. 자사고를 선택할 수 있었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당장 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입시 명문고’를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교육권’을 보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대안의 시작일 것으로 생각한다. 자사고를 넘어서 ‘교육권’을 고민하기 시작할 때, 한국의 공교육은 비로소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박세휘(사범대 교육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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