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에너지를 얻고 활동하기 위해서는 식품이 필요하므로 지구상에 사람이 존재하는 한 식품은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것이다. 기술의 발달과 시대의 흐름은 식생활 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의 식품산업의 이슈와 식품과학의 연구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식품을 만들고 식품의 품질을 개선할지에 초점이 맞히어져 있다.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안전하고 건강하고 가치 있는 식품과 그 원료를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해 식품연구와 기술을 첨단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래는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고, 과거를 정확하게 직시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서양보다는 100여 년, 일본이나 중국보다는 반세기 늦게 1960년대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고고학 발굴과 최근의 한국 고대사 연구 성과들을 참고하여 역사시대 이전의 한국음식의 원류를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 이 책의 저자인 이철호 교수님은 한국고대사와 고고학 자료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 우리의 식품고대사(食品古代史)를 정립하였다. <동북아시아 구석기시대의 식생활 환경>과 <한반도 원시토기문화의 특징과 식품사적 의의>를 통해 한민족 음식문화의 시초로서 찌개문화와 양조곡주, 김치, 젓갈 등 발효문화의 기원을 규명하고 그 영양인류학적 의의를 고찰하였다. <농업의 시작과 동북아 신석기 농경문화>에서는 소로리볍씨를 비롯한 쌀과 콩의 재배역사에 대해 재검토하였으며, <동북아 국가형성기의 한민족 음식문화>를 고조선 성립과 동이족에 의한 콩 가공식품기술의 기원을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역사시대의 음식문화>에서는 한반도 열국시대와 삼국시대의 역사를 개관하고 불교의 전래에 의한 음식문화의 변화, 특히 떡과 한과류 제조기술의 발달을 논하였다.

  그동안 개별적인 음식의 역사나 발효식품의 기원을 기술한 여러 책이 있었지만, 동북아 구석기 시대부터 신석기 농경문화, 국가형성기의 한민족 음식문화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식품의 역사와 문화를 총체적인 시각에서 기술한 책은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 고대사에 대한 논란이 뜨겁지만, 이 책은 최근의 한국 고대사 연구 성과들을 참고하여 실증자료에 근거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 원시토기문화(Primitive Pottery Culture)의 식품사적 의의는 동북아 국가형성기에 우리의 조상들이 어떻게 동북아의 엘리트 그룹으로 성장하였는가에 대한 영양인류학적 근거를 제시하여, 일만 년 전 한반도의 토기문화에서 시작된 한국인의 음식문화가 한민족의 영욕의 세월 동안 어떻게 성장했으며 다가오는 21세기의 세계 문명에 어떻게 기여할지를 영양인류학적 관점에서 논의를 시작한 책으로써 그 의미가 크다.

 

손홍석 본교 교수·식품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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