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심재철 교수님의 정년퇴임을 앞두고
[기고] 심재철 교수님의 정년퇴임을 앞두고
  • 고대신문
  • 승인 2021.05.1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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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4월에서 5월로 넘어갈 때면 한국을 떠나 미국에 산다는 게 유난히 좀 더 가슴에 와닿습니다. 한국에 계신 선생님들께 안부를 드리고 가족들이 모여 식사하는 사진을 보면서 늘 담엔 같이할 수 있기를 바라는 걸로 마무리하곤 한 지도 벌써 24년째입니다. 그새 저도 꽃 달아 드리던 딸에서 선물 받는 엄마가, 늘 모자란 학생에서 올해 정교수로 승진하는 제자를 둔 선생이 되었습니다. 학부와 석사과정 6년, 그리고 방문 교수로 1년, 통틀어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고대신문 독자로 보내기는 했으나 이제 와서 생전 처음 글을 투고하는 이유는 올해 스승의 날이 미디어학부 심재철 교수님께서 정년퇴임 전에 맞으시는 마지막 스승의 날이어서입니다.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아 퇴직을 하신다니 그동안 쌓여온 죄송함을 고대신문 지면을 통해 덜어보고자 합니다.

  공부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저도 선생님 복이 많아서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다른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소중한 가르침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선생님들, 선후배를 만나게 해준 고대를 늘 감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심 교수님을 특별히 고맙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학문적 개방성을 일찌감치 실천하시고 학생들을 아무런 편견 없이 자질과 노력만으로 평가하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학부, 대학원을 다니던 90년대 중반만 해도 학교 전반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같은 전공으로 계속하는 학생들, 같은 고대 안에서도 전공을 바꾼 학생들, 그리고 다른 학교에서 학부를 하고 고대 대학원으로 진학한 학생들을 가르고 그런 분류를 당연시하는 처사와 언사들이 공공연하게 있었습니다. 저는 국문과 학부를 졸업하고 당시 신문방송학과에 석사로 진학해서 두 번째 계급에 속하는 이른바 ‘진골’에 속했습니다. 그런 순혈주의적 분위기가 옳지 않다고는 여겼으나 학부에 이어 석사까지도 같은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더 기여할 것이 많겠거니 여겼습니다. 그러던 차에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시다 막 고대로 오신 심재철 교수님의 연구 방식과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법을 지켜보며 다른 분야에서 쌓은 지식이 미디어 공부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학문 간 협업의 중요함은 이제는 세계 보편적인 흐름이지만 그런 연구를 실천하는 것은 아직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미국대학에서도 다른 분야 간 협력은 원래 의도처럼 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학문 간 배타성으로 인해 다른 분야의 훈련방식이나 업적, 연구방법을 존중하지 않아 학문 간 교류와 융합을 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이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고 설령 결과물이 나와도 제대로 인정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배타성은 같은 학문 내에서도 다른 학교에서 혹은 다른 나라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나 연구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나곤 합니다.

  1997년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에 박사과정으로 가서 공부를 끝낸 뒤 미디어학 교수로 13년을 있다가 2016년에 공중보건학으로 분야를 옮긴 저로서는 그런 학문적 배타성을 경험할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석사 과정 동안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던 심 교수님의 학문적 관용과 호기심, 그리고 다른 연구자에 대한 존중과 예의는 학문하는 사람들의 포용성에 대한 제 신뢰의 기반이 되었고 제가 학계의 구성원으로서 연구를 함에 있어, 그리고 동료 연구자들과 학생들을 대함에 있어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심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모범은 저뿐 아니라 저와 비슷한 시기에 대학원을 다니던 다른 동료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시 같이 교수님 수업에 앉아 토론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한국과 미국에서 미디어 연구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비록 심 교수님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직하시겠지만, 저를 포함 선생님의 많은 제자들은 선생님의 뜻을 이어 좀 더 인간을 존중하는 사회와 그런 사회를 만드는 미디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선생님의 시대를 앞선 가르침에 감사드리고, 선생님과의 사제 관계를 맺어준 고대에도 감사드립니다. 고대의 모든 선생님들께 건강하고 행복한 5월이 되시길 바랍니다.

 

박성연 네바다주립대 교수·공중보건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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