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또한 고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기에 학생들과 복잡한 관계에 놓이는 것 같아요. 교수와 제자이기도 하고, 선배와 후배이기도 하죠. 제가 학부생 시절 가르침을 받았던 교수님 두 분이 아직 학교에 계신 걸 생각하면, 같은 학생이기도 해요. 그래서 조금 더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교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올해 석탑강의상을 대표수상한 최우석(경영대 경영학과) 교수의 ‘중급회계’ 강좌는 본교 경영학과 전공필수 과목으로, 재무회계를 배우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과목이다. 어려운 회계학 과목인데도 최 교수의 강의는 명강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 오랫동안 경영학 연구에 힘써오셨습니다. 경영학을 공부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버지가 경영학과 교수셔서 어린 시절부터 경영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아버지가 공부하시는 모습, 학생들을 대하시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경영학이 참 괜찮은 분야라고 생각했고, 교수직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죠. 대학에 온 후에는 은사님이신 이만우 교수님이 저를 참 많이 끌어주셨어요. 유학을 격려해주시고, 학자의 길을 권해주셨습니다.

  경영학 중에서도 회계학을 주로 공부했어요.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회계사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죠. 60년대까지만 해도 회계학은 단순히 자산, 부채, 자본을 숫자로 측정하는 역할에 불과했어요. 60년대 말부터는 회계 정보가 기업 내부와 외부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됐죠. 앞으로 회계학은 숫자를 통해 기업 구성원에게 신뢰를 부여하는 기능을 구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코로나로 비대면 강의가 진행되는 중에 석탑강의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온라인 강의를 진행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수업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었으면 해요. 학습 내용도 그렇고, 감정적인 부분까지도요. 가끔 학생들에게 메일을 보내다가도, 내가 학생이었을 때 교수가 이런 대답을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하면서 학생들을 대하려고 해요.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면서 비언어적 소통의 기회가 줄었잖아요. 그런 사소한 부분까지 더 신경 써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제 회계학 수업에 F를 받는 학생들이 항상 있어요. 그런데 그 중 몇몇 학생들이 몇 년 후에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더라고요(웃음). 학생들이 찾아와서 “교수님 수업에서 F를 받고 나서 정신 차리고 공부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데 그때마다 참 묘한 감정이 들어요. 내 교육이 잘못된 건가, 아니면 내가 준 F가 그 학생들을 이끌어준 걸까. 복잡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하나는 제가 2006년 고대에 부임한 이후로 15년동안 딱 한 번 수업에 지각한 적이 있어요. 교수는 절대 지각하면 안 되잖아요. 2010년 즈음이었나요. 9시 수업이었는데 눈을 딱 떴을 때 평소랑 너무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훨씬 개운하고, 밖도 너무 밝고. 뭔가 굉장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계를 봤더니 많이 늦은 시간이었어요.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9시 15분에 겨우 강의실에 들어갔어요. 다행히 조교가 문제풀이를 진행하고 있어서 별 일 없이 지나갔죠. 그때 학생들은 아마 아무도 제가 늦잠을 자서 늦게 온 걸 몰랐을 거에요.”

 

  최우석 교수는 앞으로도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교류하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편하게 와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교수로 남고 싶어요. 흔히 고대를 ‘마음의 고향’이라고 하잖아요. 사회에 나간 뒤에도 언제든 다시 돌아와 같이 이야기하고, 힘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스승이자 선배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 박다원 기자 wondaful@

사진 │ 박지선 기자 ch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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