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인공지능과 함께할 미래 준비해야”
“법조계, 인공지능과 함께할 미래 준비해야”
  • 진서연 기자
  • 승인 2021.05.16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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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율촌 강석훈 대표 변호사 인터뷰
강석훈 변호사는 "리걸테크라는 변화를 자체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e율촌팀을 출범했다"고 말했다

  1997년 설립된 법무법인 '율촌'은 리걸테크 산업의 흐름에 꾸준히 대응해오고 있다. 지난 1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주최한 '제8회 FT 아시아·태평양 혁신로펌상'에서 국내로펌 중 유일하게 '법률서비스 혁신상'을 수상했다. 율촌의 강석훈 대표 변호사를 만나 리걸테크와 로펌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 리걸테크의 발전은 로펌의 위기인가

  “현재 국내의 법률AI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으로, 변호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자료나 판례 검색, 문서 분석 등 변호사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반복적인 성격을 띤 업무에 도움을 준다.

  지금보다 법률AI가 더 발전하면 변호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90년에 처음 판사 생활을 했을 때 판결문을 일일이 손으로 쓰고, 판례를 찾기 위해 매번 도서관에 가서 책을 하나 하나 읽어봐야 했다. 그러던 중 다양한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개발됐고, 판결문 작성부터 판례 검색까지보다 수월한 업무 처리가 가능해졌다. 그때도 컴퓨터가 발전하면 시간과 일손이 덜 필요해져서 법조인 수가 줄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와 비교했을 때 현재 변호사 수는 3, 4배 많아졌다. 법률AI의 발전 역시 변호사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본다.

  변호사는 논리적인 일만을 담당하는 게 아니다. 소송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등 공감 능력이 필요한 일들이 많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에, 리걸테크의 발전이 로펌의 위기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 ‘e율촌팀’의 출범 계기는

  “법무법인 율촌은 국내 대형 로펌 중 최초로 자체 개발한 AI 시스템을 통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5년 출범한 e율촌 팀은 로펌 내부의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고 외부 고객에게 디지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e율촌팀을 결성하게 된 계기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AI에 대한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리걸테크라는 거대한 변화를 마주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내 리걸테크 산업이 현재는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언제 폭발적으로 발전할지 아무도 모른다. 율촌은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자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이유는 법률AI가 기술만으로 쉽게 개발 가능한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AI 시스템 개발의 핵심은 콘텐츠다. 한국 사법제도에 맞는 우리 법원의 판결문과 법률 자료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대법원은 판례 공개에 제한을 두고 있어 법률가가 아닌 사람이 AI 시스템을 만들려면 콘텐츠가 부족하다. 하지만 율촌은 1997년 설립 이래 수많은 판례를 축적해왔기 때문에 법률AI 시스템의 개발에 필요한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리걸테크 시장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를 보면서, 율촌도 법률AI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보자는 취지로 e율촌팀을 만들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e율촌팀은 지금까지 조세조약 자문, 거주자성 평가 등의 분야에서 고객에게 필요한 법률 정보를 제공하는 다양한 앱을 개발했다. 기업이 특정 국가에 투자할 때에는 조세조약을 자세히 알아봐야 하는데, 그 내용이 나라마다 천차만별이고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회사가 인수합병하거나 해외로 진출할 때, 어느 국가에 투자하는 것이 세무적으로 더 유리할지 알아보기란 매우 까다롭다. 율촌이 개발한 조세조약 자문 앱은 기업이 특정 국가에 투자할 때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될지 알려주는 등의 기능을 한다. 간편하게 앱을 통해 자문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이용하기에 매우 용이하다.

  또, 거주자로서의 성질인 ‘거주자성’을 판단해주는 앱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주로 어느 국가에 머무르는지, 해외 출장을 얼마나 오래 다니는지, 국내 거주지가 있는지에 따라 거주자성이 결정된다. 거주지가 어디로 판단되느냐에 따라서 과세하는 방법도 달라져서, 해외 왕래가 잦은 투자자들과 기업인들은 자신의 거주자성을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 율촌은 거주자성을 평가해주는 앱을 통해 거주자성 판단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김영란법 저촉 여부를 알려주는 앱, 상속 관련 앱, 건설 및 제약 컴플라이언스와 관련된 앱도 있다.”

 

  - 하급심 판결 공개 등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AI가 데이터에서 특징을 추출하고 학습하는 ‘딥러닝’을 위해서는 현재 대법원이 공개하는 판결만으로는 어렵다. 피고와 원고 간에 벌어진 세세한 사건사고 등 사실관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관계는 하급심 판결에 자세히 기록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하급심 판례를 공개하지 않아 AI가 정확한 분석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외에도 한국은 리걸테크 분야와 관련해 저작권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가 많은 편이다. 국내 리걸테크 시장이 핀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처럼 전 세계적으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글│진서연 기자 standup@

사진제공│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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