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925호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기획이 눈에 띄는 신문이었다. 지난 일년간 코로나19의 타격으로 가장 많이 흔들렸던 보도면은 이제 안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기자의 교생 체험기인 듯 보이는 사회면 기사 또한 발랄한 현장감으로 지면의 색채를 살렸다. 다만 갈길 잃은 몇몇 기사가, 독자에게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했다.

  3면에 실린 매년 치솟는 전자자원 구독료에 대안 찾는 대학도서관기사는 고려대학교 도서관의 문제뿐만 아니라, 전국 대학교 도서관과 일반 도서관의 문제 상황까지 포괄할 수 있는 기획이었다. 전자저널 학술 출판사와 대학도서관 사이의 보이콧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어있다. 짧은 기간에 급부상한 이슈가 아니고, 오랜 기간 축적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충분히 한 면을 구성할 수 있는 주제였음에도, 반 면이라는 짧은 분량 안에 관련된 이슈를 쏟아 넣으려는 시도가 오히려 아쉬웠다. 디지털 전환이 중요한 사회적 의제인 현 상황에서 본교의 이슈에서 적당히 거리를 가지고 국내외 대학, 민간 도서관과 전자자원 출판사가 마주한 갈등을 다뤘다면 더욱더 다채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기획이었다.

  반면 문화면의 기사들은 다소 목적성을 알 수 없는 기사였다. MBTI를 다룬 너와 나의 다름을 알파벳으로 이해하는 시대기사는 MBTI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각자의 다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지표로만 삼을 것을 이야기한다. 지난 1년간의 MBTI 대유행에 대한 지적이지만, 전혀 날카롭지는 않다. 이미 MBTI를 사람을 정의하는 절대적인 지표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이번 문화면은 한 면을 통째로 할애해서 의미 없는 지적을 하고 있다. 화면 비율의 미학에 대해 다룬 각기 다른 사각형으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전하다기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화면 비율이 영화에 던지는 메시지의 효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그 기사가 독자한테 주는 메시지는 전혀 뚜렷하지 못하다. 세로 콘텐츠가 등장하는 트렌드에 대해 짚어주긴 하지만, 이 역시 기자의 주제의식에 힘을 싣기 위한 방향성은 아닌 듯싶다. 두 기사 모두 기사를 관통하는 주제가 독자에게 어떠한 의미를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면에 담을 기사를 기획할 때, 가장 우선시되는 기준은 시의성과 메시지이다. 두 기준이 모두 충족되는 기사는 기획 자체로 의미가 있겠지만, 둘 중 한 가지 기준만 충족되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기사가 나올 수 있다.하지만 이번 문화면에 실린 두 기사는 둘 중 어떤 기준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기자가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스스로 알지 못하면, 그가 쓴 기사를 읽는 독자는 기사를 읽는 방향성을 잃게 된다. 독자의 방향성을 잡아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재 고대신문이 집중해야 할 지점인 듯싶다.

 

최은영(미디어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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