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 평론가는 “이야기엔 삶을 다채롭게 살아가게 해주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문학·영화부터 저널리즘 비평까지

공감의 문법으로 쉽게 전하는 글

글쓰기, 뚜렷한 주관이 제일 중요

 

  영화 감상과 독서는 간접 체험의 영역이다. 관객과 독자들을 그들이 가보지 못한 세계로 데려다주기도 한다. 평론가는 이러한 간접 체험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그들은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작품에 대한 명료한 해설과 색다른 관점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강유정(국어교육과 94학번) 평론가는 2004년 신춘문예 3관왕을 거두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한 신예였다. 이후 경향신문에서 영화비평 칼럼을 연재하며 통찰력이 돋보이는 글을 선보였고, KBS ‘무비무비’, ‘저널리즘 토크쇼 J’와 같은 방송으로 대중들을 만나왔다. 현재는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서 서사와 비평을 가르친다. 그는 문학, 영화뿐만 아니라 언론 비평까지 저변을 넓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야기를 사랑하는 서사 신봉자

  “이야기엔 한 번뿐인 인생을 풍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유정 평론가는 줄곧 스스로를 서사 신봉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서사를 가진 이야기에는 독자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로 데려다주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사춘기 시절의 예민함을 버티게 해준 문학과 영화는 그의 삶과 함께해온 동반자였다. 대학 시절엔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대학로 내 극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강유정 평론가는 이야기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삶을 꿈꿨다. 창작활동을 할까 고민했고, 끝내 비평가의 길을 택했다.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재밌게 적으려면 작가 스스로 능숙한 거짓말쟁이가 돼야 해요. 저는 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글을 쓰고 싶어 평론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본교 국어국문학과 강사로 재직 중이었던 2004년 신문사 3곳에서 문학·영화 평론부문의 동시 입상을 이뤄냈다. 1961년 이근배 시인이 시조 부문에서 3관왕을 한 이래 44년 만의 기록이었다. 이후 쭉 평론가의 길을 걸었고, 16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람이 자산이던 대학 시절

  강유정 평론가는 학부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수업을 통한 배움보다도 사람을 통한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본교의 학생교지인 고대문화에서 선배, 동기들과 교류했던 기억은 지금까지도 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소중한 자산이다. “함께 책을 읽고 세미나를 열었어요. 동기들과 자체적으로 커리큘럼을 짜서 공부하고 시험을 치기도 했죠. 당시 학교에서 들었던 수업보다는, 선배와 동기들과 주고받았던 지적 유희 같은 것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넓고 깊게공부하려는 기질로 주변인들의 관심 분야를 서슴없이 따라가 보기도 했다. 당시의 경험은 영화, 문학, 시사 등 분야를 넘나드는 비평을 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선배와 동기들을 만나면서 다종다양한 것들을 공부했습니다. 울타리 없이 공부하려는 지금의 태도에 큰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영화 속 세상에서 사회를 읽다

  강유정 평론가는 경향신문에서 영화비평 칼럼 영화로 세상읽기7년째 연재 중이다. 그의 글엔 영화 해설과 함께 소재와 관련된 현실 세계의 문제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다. 비평을 통해 독자들은 영화 <노매드랜드>, <더 파더> 속 주인공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 취약 계층의 현실을 떠올린다. 영화 <소울>삶의 불꽃과 함께 불꽃처럼 타오르는 노동자의 투쟁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렇듯 대중들은 강유정 평론가의 비평과 함께 세상의 흐름을 읽는다. “같은 소재라도 수년 전과 비교해 독자들의 반응이 완전히 상반되는 경우가 많아요. 오랜 시간 같은 지면에 연재하면서 글의 맥락과 세상의 흐름이 함께 변해간다는 것을 여실히 느낍니다.”

 

  - 비평을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공감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둡니다. 저는 한 작품의 등장과 흥행은 시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왜 하필 이 시기에 이 작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지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하도록 노력하죠. 시기적절한 작품을 선정하는 데 있어 나부터 납득해야 독자들도 설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왜 지금 이 영화인가?’라는 질문을 늘 먼저 던지는 것 같아요. 최근엔 더 공감되는 글을 쓰기 위해 쉽게 쓰기를 가장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에 필요한 희한한 세계

  ‘되는 영화의 피로’. 그의 칼럼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영화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정 공식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강유정 평론가는 견고한 상업적 시스템은 한국 영화가 성장한 원동력이 됐지만, 작품들이 대중성만을 좇는 현상이 계속 나타난다면 2의 봉준호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상수 감독이 <바람난 가족> 같은 희한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의 윤여정 배우도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즘 영화계에선 젊은 감독들의 독특한 감성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한국 영화엔 이상한 세계의 이야기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비슷한 작품만 나열되는 건 절대 건강하지 않은 현상입니다. 다소 도전적일지라도 일부 재원은 엉뚱한 상상력에 투자할 필요가 있어요.”

 

  저널리즘의 본질은 이기에

  문학과 영화 분야를 종횡하던 강유정 평론가는 저널리즘 토크쇼 J’를 통해 저널리즘 비평까지 저변을 넓혔다. 그는 저널리즘 비평이 문학, 영화 비평과 크게 다른 기준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널리즘의 본질은 글쓰기입니다. 글로 표현되지 않은 기사는 없으니까요. 저널리즘 비평을 할 때도 그저 글 쓰는 사람으로서 텍스트를 평가해요.”

  기사 또한 영화와 문학처럼 대중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글이지만, 추구하는 가치는 정반대다. 강유정 평론가는 저널리즘 글쓰기는 무엇보다 건조해야 한다고 전했다. “영화나 문학의 영역에선 허용되지만, 언론에선 절대 허용될 수 없는 문법들이 존재합니다. 저널리즘이라는 옷을 입는 순간 모든 것이 사실로 소비되니까요. 저널리즘 글쓰기는 추측을 기반으로 하면 안 되고, 작위적이지 않아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뚜렷한 취향이 글의 설득력을 높인다

  강유정 평론가는 어떤 분야든 글을 쓰려면 취향을 갖고, 드러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쓴이가 자신의 주관을 글에 담아내는 순간, 독자에게 그것을 설득해야 할 의무가 자연히 따라온다. 그는 독자를 효과적으로 설득할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글쓰기가 숙달된다고 말했다. “기계적으로 중립을 지키면서 취향을 드러내지 않는 게 좋은 글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은 주관이 없는 글일 뿐입니다. 취향을 갖게 되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좋아한다고 표현할 수 있게 되죠. 남들을 따라가기보다 스스로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방법입니다.”

  뚜렷한 취향을 가지는 것은 평론가에게도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독자들은 비평문을 읽을 때 영화에 대한 평가보다는 주로 평론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집중하죠. 사랑받는 평론가는 자기의 주관을 매력적으로, 효용 있게 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취향을 찾는 방법으로는 좋아하는 라인을 만들어서 따라가 보는 것을 권했다. “영화 감상을 예시로 들자면, 감독이 좋은지 장르가 좋은지 구분해서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최대한 많이 체험해보되 맥락이 통하게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많이 보고, 듣고, 만나보길

  분야에 구애받지 않는 평론 활동을 하는 그의 능력 기반은 경험이다. “대학생 시절을 떠올렸을 때 가장 아쉬운 건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했던 겁니다. 영화나 책에 빠져 있다 보니 몸소 체험을 하러 다닐 경황이 없었죠.” 그는 작품 감상을 통한 간접 경험도 좋지만, 직접 경험을 통해 그 나이 때만 마주할 수 있는 순간들을 아낌없이 느낄 것을 강조했다.

  “일회적인 삶 속에서 경험하는 것들은 굉장히 제한적이죠. 그나마 작품을 통해 다양한 언어, 사람, 나라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편협한 삶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마주하고, 몸소 느껴야지만 얻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내 인생을 완전히 달라지게 만드는 순간과 사람들을 마주할 기회가 될 겁니다.”

 

| 이주은 기자 twoweeks@

사진제공 | 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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