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울리는 벨소리에 전화를 받으려고 보니 스마트폰 화면에 ‘보이스피싱 주의’ 표시가 떠 있었다. 보이스피싱 전화는 처음 받아보는 터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떤 말로 사기를 치는 건지 궁금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가 연결되자 상대방은 본인을 서울지검의 검사라고 소개했다. 뒤이어 “온라인 사기사건 관련해 몇 가지 확인차 연락드렸습니다”라며, 누군가 중고나라에서 내 명의를 도용해 사기를 저질렀다고 알려왔다. 이미 보이스피싱인 걸 알고 받았던 전화라 ‘누가 이런 전화에 속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상대방에 적당히 맞춰주다 전화를 끊었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경험을 재미삼아 주변에 이야기했다. 그러던 중 보이스피싱으로 50만 원을 잃었다며 한 친구가 한탄을 했다. 여기에 속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내 주변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택배가 왔다는 문자가 왔다. 택배가 오늘 도착하니 링크를 눌러 확인해보라고 문자에 적혀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링크를 클릭하려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따로 택배를 시킨 적이 없었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이것도 피싱사기였다. 링크를 누르면 피싱앱이 깔려 휴대폰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빼낸다는 것이다. 나 또한 보이스피싱에 낚일 뻔한 순간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보이스피싱 전화 속 상대방은 아주 평범한 말투로 이야기했고, 내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보이스피싱 주의 알림이 스마트폰에 뜨지 않았다면 실제 상황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2020년 보이스피싱 사례를 찾아보니 20대 이하 피해자가 5323명이나 됐다. 아무도 걸려들지 않을 것 같았던 낚시질에 5000명이 넘는 청년들이 피해를 입었다.

  피싱 방식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도 속는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피싱사기는 내 마음을 이용한다. 때로는 돈을 빌려준다는 도움의 손길처럼, 택배 배송이 완료됐다는 알림처럼 사람들의 다양한 아쉬움과 기대를 낚는다. 힘들고 지친 마음, 불안한 마음, 설레는 마음까지도. 이런 유혹을 뿌리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승빈 기자 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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