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든 것은 우스개다.” -찰리 채플린

  코미디 영화를 향한 평가는 박한 편이다. ‘저속하다’, ‘유치하다’, ‘진지하게 다룰 필요 없다’ 등 최근까지도 그 가치를 비하하는 말들을 듣고는 했다. 하지만 영국의 위대한 코미디언이자 영화 제작자 찰리 채플린은 "코미디는 강장제이고, 안정제이며, 진통제"라고 말했다. 먼 과거 무성영화부터 OTT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코미디는 수많은 이들을 웃기고 울려왔다.

 

  코미디 영화의 변천사를 좇아서

  1920년대 무성영화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서구 코미디 장르는 배우의 행동을 과장스럽게 표현하는 슬랩스틱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과정에서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과 같은 세계적인 스타가 탄생하기도 했다. 유성영화가 등장하며 이러한 종류의 희극은 점차 쇠퇴했다.

  한국 코미디 영화의 형성 및 중흥기는 1950년대 후반이었다. 전후의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웃음’을 갈망하는 이들이 많아졌던 시기다. 이 시기 코미디 영화는 중간에 악극배우가 등장해 경쾌한 리듬에 맞춰 웃음과 관련된 감정을 노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흐르며 코미디는 로맨스, 액션 등 다른 장르와 혼합하는 방식으로 발전했고, 정통 코미디 작품은 점차 사라져갔다. 유지나(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는 “다른 영화 양식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코미디 영화가 다뤄지면서, 관객들의 웃음코드 역시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에는 <결혼 이야기>를 필두로 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코미디의 하부 장르로 탄생했으며, 그 명맥을 <엽기적인 그녀>,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이 이어나갔다. 2000년대에는 <두사부일체>, <조폭마누라> 등 조폭 장르와 코미디가 합쳐진 조폭코미디가 흥행했다. 2019년, ‘재난 액션 코미디’ 영화 <엑시트>의 흥행을 통해 코미디는 그 다양성을 입증했다.

 

  OTT 만난 코미디 영화

  방구석 1열에서 관객을 직접 만나는 OTT는 현대인의 영화 시청 방식에 큰 변화를 미쳤다. 유지나 교수는 “기존 지상파에서 뉴미디어로 예능의 무대가 이동하듯, 극장에서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영화계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2017년 영화 <옥자>가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할 당시만 해도 영화계의 반응은 싸늘했다”고 회상하며 “지금은 플랫폼의 종류와 상관없이 영화의 내용 자체로만 작품이 평가받는 사회”라고 설명했다.

  서곡숙 영화평론가는 OTT 속 코미디 영화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그는 “액션, 스릴러, SF 등의 블록버스터 영화는 스크린의 큰 화면을 통한 몰입감이 중요하지만, 코미디나 로맨스물은 상대적으로 그 필요성이 덜하다”며 “TV와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넷플릭스 영화들은 대부분 작은 화면으로 봐도 괜찮은 장르들이 선호되기 때문에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파’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

  서곡숙 평론가는 코미디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가장 큰 비판으로 ‘코미디로 시작해 감동으로 끝난다’는 신파 구조를 들었다. 사회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중반부와 달리, 결말에서의 성급한 문제해결과 해피엔딩으로 공격성이 희석된다는 것이다.

  서곡숙 평론가는 코미디의 이러한 해피 엔딩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본다. 그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비굴한 순응이 아닌 낙관적 세계관”이라고 말한다. 또한 “화해와 해결로 끝나는 결말 덕분에 오히려 영화의 중간 과정에서 마음껏 과감히 비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나 교수 역시 “좋은 코미디 영화일수록 날카로운 현실 비판이 영화 사이사이에 웃음의 형태로 숨겨져 있다”고 말하며, 영화 <완득이>를 예로 들었다. 어려운 가정환경, 장애인 아버지,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 어머니 등 절망적인 완득이의 상황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비추고 세상의 폐부를 날카롭게 지적하지만, 결국 결말에 이르러 완득이를 끌어안으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유지나 교수는 코미디 영화를 “모순된 관념과 부적절한 계급 관계를 타파하고자 하는 관객의 사회적 욕구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는 장르”라고 설명했다.

  관객은 종종 힘든 현실을 코미디로 이겨 낸다. 매 장면마다 신나게 웃고, 현실의 고달픔에 공감하며, 결국에는 낙관적 세계관에 위로받는 코미디 영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다연 기자 idaye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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