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노동자 처우 개선,

사회적 가치 위상 높일 계기

업종 규모 따라 지원 분담 필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필수노동자보호법 제정에 기대하는 효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필수노동자보호법 제정에 기대하는 효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던 약자들이 처한 현실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필수노동자’가 대표적이다. 사회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작업을 수행하는데도, 그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한 상태다.

  이에 필수노동자를 법률로써 보호해야 한다는 논의가 가속화됐고 4월 29일, ‘필수 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안(필수노동자보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된 법률안은 필수업무 및 필수 노동자의 개념을 정의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언급하고 있다.

  최초로 필수노동자 개념을 지자체 조례에 도입한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이번 법 제정이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로 향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필수노동자’ 개념을 조례에 도입하게 된 배경은

  “작년 초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는 비대면이 일상이 됐다. 하지만 돌봄 노동자, 버스 기사, 청소 노동자 등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대면 업무를 지속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대면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감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해당 직종들에 대한 존중과 보호, 지원은 부족하다. 이런 직종이 없다면 우리의 일상은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 그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에센셜워커(Essential worker), 키워커(Key worker) 등의 이름으로 지원에 나선 사례가 많다. 이를 기반으로 필수노동자 개념을 도입하게 됐다.”

 

  - 필수노동자보호법이 제정되는 데에 사회적 공감대가 큰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외국에서는 사재기 현상이나 병원 시스템 마비 등의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문제가 크지 않다. 물류 시스템이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택배로 집에서도 필요한 물건을 잘 받아볼 수 있었다. 만약 택배 체계가 무너졌더라면 우리나라 역시 사재기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돌봄 시스템 역시 코로나 상황에서도 그 임무를 다했다.

  이렇게 재난 상황에서도 외국과 달리 사회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필수노동자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필수노동자들에 대한 ‘고맙습니다’ 캠페인을 통해 그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회적 공감대가 커졌던 것이다.”

 

  - 필수노동자보호법에서는 필수노동자 보호 방안에 대한 계획을 수립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그들의 처우 개선을 중점으로 마련해야 한다. 필수노동자들의 임금은 위험을 감수하는 부담에 비해 낮은 편이기에 임금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서울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최저임금’을 뜻하는 ‘서울형 생활임금’의 경우처럼 필수 노동 임금체계를 고려해볼 수 있다.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직종이라는 점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넘어서는 필수노동 임금을 설정하는 것이다. 지원금 지급기준을 현실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올해 초, 방문 돌봄서비스 종사자 지원금을 지급할 당시 2019년 소득을 기준으로 지원금을 지급했다. 코로나 발생 이후에 소득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실제 처한 상황에 맞는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이에 현재를 기점으로 소득 기준을 다시 설정하는 절차를 밟아 지원금 지급기준을 변경했다. 이 사례처럼 지원 기준을 제대로 설정하는 방안이 급선무다.

  덧붙여 필수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사회권 보호의 중요성은 재난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필수노동자들의 권리는 일상적인 시기에서도 보호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업무 공백 시에 대체인력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 노동환경 개선 방안 역시 고안돼야 한다.”

 

  - 필수노동자보호법 내용에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이번 법제화를 통해 필수노동자들에 대한 보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처우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에 대한 평가 기준이 변화할 것이라 기대한다. 노동의 가치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노동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동일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펀드매니저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는 큰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에 비해 낮다. 반면 필수노동자의 경우 높은 사회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가 낮아 저임금이 당연시되고 있다. 경제적 가치 위주로 책정된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낳은 결과다. 이번 법 제정을 계기로 노동에 대한 평가 기준이 바뀌기 시작했다. 노동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사회적 가치는 사회, 경제, 환경,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로 재난과 사고로부터 안전한 근로·생활 환경의 유지, 사회적 약자 지원 등의 내용을 포괄한다.

 

  - 실효성 있는 지원 체계를 위한 방안은

  “우선 ‘필수업무’를 규정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에서 필수업종을 지정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해당 종사자들을 지원하는 체계가 조성돼야 한다.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지방정부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기에 대부분의 지원을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업종 규모에 따라 일부 지원은 광역자치단체, 혹은 중앙정부에서 담당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은 서울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업종이기 때문에 해당 업종 종사자에 대한 지원은 서울시가 직접 맡아야 한다. 택배, 물류 산업의 경우는 전국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기에 국가에서 지원을 담당하는 것이 적절하다.

  덧붙여, 실효성 있는 지원 체계를 위해 주민들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지방정부의 의견이 중앙정부로 잘 전달돼야 한다. 이런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앙정부의 필수노동자 지원위원회를 광역, 기초단체장들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과제는

  “현재 보호법이나 조례 등에서는 필수노동을 ‘재난 발생 시’ 노동으로 한정하고 있어 보호와 지원 또한 특정 시점에서만 가능한 상황이다. 위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의 삶 속 안전망 역할을 하는 노동자를 필수노동자라 명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놓아두는 것은 ‘필수’라는 말이 무색해지게 만든다. 재난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들을 보호하도록 노동조건에 대한 근본적 개선 방안에 대해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 감염병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들의 노동은 여전히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글|이승빈 기자 bean@

사진|서현주 기자 zmong@

인포그래픽|정채린 기자 ch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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