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수능은 나에게 유례없는 좌절을 안겨준 날이다. 내 고등학교 시절은 친구와 선생님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유별나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별명이 노력 천재였다. 머리가 더 좋은 사람은 인정해도 나보다 더 노력하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고 다짐했다. 나와 남에게 내 노력을 인정받는 것이 곧 결과를 보장받는 것이라 믿었다. 지켜보는 이들의 기대를 한 데 모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가장 자신 있던 수학을 망치면서 바로 재수를 결심해야 했다. 나름대로 내 마음속 하한선에 있던 대학에 원서를 넣었지만, 예상대로 모두 낙방했다. 나는 그때 알고 있었다. 내가 왜 그토록 원하던 대학에 들어갈 수 없었는지. 수능점수에 맞춰 대학에 지원하는 전형이었으니어떤 변명도 더 할 수 없었다. 점수가 부족해서 떨어졌다. 나의 수능점수 자체가 내 불합격의 사유였고, 그 고지의무를 다했다.

  18, ‘채용절차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이 통과될 시, 채용과정에서 탈락한 구직자가 구인자에게 탈락 사유 확인을 요청하면 구인자는 14일 이내에 구직자에게 탈락 사유를 고지해야 한다. , 고용노동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 이상의 상시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구인자에 대해 매년 고지의무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또한 이를 위반한 구인자와 실태조사에 따르지 않는 구인자의 명단을 공표한다. 이러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19·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이 법안의 입법 동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답답한 마음이었다.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기 위해 마련한 법안이었을 것이다.

  분명 나의 수능 점수는 불합격 사유의 고지의무를 다했지만, 별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그렇게 노력했는데 원하는 그 자리에 가지 못한 이유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수 끝에 대학교 2학년이 된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른다. 기업들이 탈락의 이유를 알려준다고 노력의 결과가 좌절된 이유를 알 수 있을까. 기업에게 고지의무가 생긴다고 탈락해야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그들이 진짜 알고 싶은 것은 기업이 억지로 말해주는 탈락 사유가 아닌, 특별한 노력이 평범한 성공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이유다. 노력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설 수 있는 자리는 자꾸만 줄어든다. 그 이유의 고지의무는 없단 말인가.

 

이정우 사회부장 van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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