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Night Tempo는 "퓨처 펑크의 큰 장점은 '자유로움'"이라고 말했다.

  ‘퓨처 펑크는 베이퍼웨이브의 파생 장르 중 하나로, 70·80년대의 음악과 문화적 요소를 현대적인 정서에 맞게 가공한 음악 사조다. 사람들은 퓨처 펑크를 들으며 과거의 음악을 새로운 관점에서 신선하게 받아들인다. Night Tempo(정경호) 음악 프로듀서는 70·80년대 일본의 시티팝을 샘플링해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며 퓨처 펑크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시티팝 유행을 타고 사람들에게 알려진 다케우치 마리야의 ‘Plastic Love’를 리믹스해 올린 영상은 현재 1236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프로듀서 Night Tempo를 만나 퓨처 펑크 장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베이퍼웨이브의 특징은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움이다. 베이퍼웨이브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한 문화라 시간과 국적,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익명성을 전제하기에 생산자와 수용자의 경계도 불분명하고, 명확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특정한 소속을 갖고 음악을 하다 보면 주체성을 잃고 나르시시즘에 빠질 수 있는데, 이런 이슈나 사람들의 반응에서 한 발짝 떨어져 음악 콘텐츠에만 집중한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또, 베이퍼웨이브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장르이다. 베이퍼웨이브의 특징으로 알려진 몇 가지 요소를 가져다 쓰고 이건 베이퍼웨이브야라고 하면 베이퍼웨이브라 지칭할 수 있다. 그래서 누구든 제약 없이 베이퍼웨이브풍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베이퍼웨이브를 정의할 수도 없고, 특징이나 전망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기도 어렵다.”

 

  - 퓨처 펑크 장르를 소개하면

  “퓨처 펑크는 옛날 디스코 음악이나 일본 음악 등을 잘라 붙이거나 느리게 하는 등 과거의 노래를 샘플링해 만든다. 베이퍼웨이브 중에서도 시티팝이나 댄스, 디스코 성향이 강한 음악들을 신나는 느낌으로 가공한다. 경쾌한 분위기 덕인지 사람들에게는 베이퍼웨이브보다 조금 더 캐쥬얼한 느낌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지적인 면에서는 베이퍼웨이브와 비슷한데, 옛날 물건이나 다비드상, 컴퓨터, 색상 반전이나 깨진 화면 픽셀 등의 이미지를 사용한다. 예를 들면, 유명한 베이퍼웨이브 뮤지션인 매킨토시 플러스(MACINTOSH PLUS)의 앨범에서도 이런 볼품없는 디지털 이미지를 사용한다. 워낙 비슷한 점도 많고, 비교적 사람들에게 알려진 장르여서 팬들은 굳이 베이퍼웨이브와 퓨처 펑크를 구분하지 않는 것 같다.”

 

  - 퓨처 펑크 음악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애초에 베이퍼웨이브나 퓨처 펑크가 대중을 유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은 아니다. 마이너한 장르로 시작했고, 음악을 받아들이는 관객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 특정 층을 타겟으로 작업하지 않는 것 같다.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과거의 영상이 역주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퓨처 펑크도 마찬가지로 초반에는 알고리즘에 의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노출됐다. 이후 콘텐츠 자체가 좋고 중독성 있다 보니 대중들이 다시 찾아 듣게 되면서 알려진 것이다.

  또 힙스터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측면이 있다. 을지로나 연남동 쪽에서 힙함을 찾아 헤매던 사람들이 기존의 대중적인 콘텐츠에 싫증을 느끼고 퓨처 펑크 음악을 들으러 왔다고 생각한다.”

 

  - 퓨처 펑크 앨범 작업은 어떻게 하나

  “주로 옛날 음악을 사용하기에 카세트테이프에서 음원을 따온다. 사용할 음원을 쪼개고, 이어 붙이고, 느리게 하는 것 이외에 연주를 덧붙이기도 한다. 신시사이저로 전자음을 얹어서 소리를 풍성하게 하는 등 원곡이 가진 매력을 더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음악 외에도 영상이나 앨범 디자인에까지 관여하는데, 일본의 순정만화 그림 풍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내가 소개하는 음악과 위화감이 없으면서도 참신한 작업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베이퍼웨이브의 한계가 있다면

  “과거의 음원을 샘플링해 작업하다 보니,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최근 들어 상업적 목적으로 베이퍼웨이브를 창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여기서 문제는 과거의 것을 무단으로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더라도 차용된 곡의 원작자에게는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는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근래에는 일본회사들이 원작의 저작권을 행사하며 샘플링한 곡들의 게시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창작 시, 모방하는 행위에 대한 문제를 확실하게 주의해야 한다. 원작을 이용할 때는 정식으로 음원과 이미지 사용을 허가받고 원작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작업해야 한다. 그래야 원작자들도 내 작업을 응원하며 감사를 표하거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원작을 존중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반응을 이끌고, 베이퍼웨이브를 계속해서 지켜나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프로듀서 Night Tempo가 리믹스 한 다케우치 마리야 원곡의 'Plastic Love'

 

| 이현민 기자 neverdie@

사진 | 서현주 기자 zm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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