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의 맛있는 동네' 청춘거리에 위치한 비봉방앗간의 외관이다.

  청양 터미널에서 걸어서 5분 남짓, 청양 읍내 한가운데에 자리한 청춘거리. 사거리 골목 중심엔 ‘청춘하우스’의 이름을 붙인 마을회관이 우뚝 섰다. 색 바랜 간판이 줄지은 거리 사이 유독 반짝이는 간판 4개가 눈에 띄었다. 옹기종기 모인 ‘비봉방앗간’, ‘운곡한약방’, ‘청양다방’, ‘화성양조장’ 가게 안에는 구슬땀을 흘리며 손님 맞을 준비에 여념 없는 청년들이 있었다.

  17년 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청양군은 이제 소멸위기 지역으로 분류됐다. 그 청양을 살리기 위해 청년들이 지역에 모였다. 청년마을 사업을 유치한 사회적기업 ‘청양사람’과 그 출발을 함께하는 ‘한달창업’의 도전자들이다. 청년들은 청춘거리의 오래된 장소를 고쳐 만든 가게들로 ‘청양의 맛있는 동네(청·맛·동)’를 조성했다. 청·맛·동의 점포에서 청양의 특산품을 활용한 음식을 판매하며 한 달간의 창업에 도전한다.

창업교육 워크숍 시간, 이다정(여·26)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치열한 창업고민

  지난 15일, 예비 청년 창업자들을 위한 청·맛·동 숙소의 대회의실 문이 아침 일찍 열렸다. 문이 열리자 청년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하나둘씩 대회의실에 모여들었다. 아침인사와 잡담을 나누는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창업교육 워크숍이 시작됐다. 청년창업가 김예림(여·24) 씨가 단상 앞에 서자 도전자들은 이내 필기도구를 꺼내고 강연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창업아이템을 묻는 강연자의 질문에 도전자들이 앞다투어 마이크를 잡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청양 밤으로 만든 밤잼 펀딩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온라인 펀딩의 마켓팅 꿀팁을 담은 강연이 큰 도움이 됐어요.” 운곡한약방 개업을 준비하고 있는 도전자가 말했다.

  매장의 임시개업을 3일 앞둔 도전자들은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매장 운영에 대한 각자의 계획을 나누기 바빴다. 점심시간 내내 꺼지지 않은 도전자들의 노트북 화면에는 매장 소품 주문창 수십 개가 겹쳐 있었다. 워크숍이 마무리되고, 오후 강연을 진행한 고석현 고씨네푸드 대표가 청·맛·동 가게를 방문한다는 소식에 도전자들은 청양 읍내 청춘거리로 서둘러 차를 몰았다.

화성양조장의 도전자들이 녹색 페인트로 메뉴판이 될 벽면을 칠하고 있다.
화성양조장의 도전자들이 녹색 페인트로 메뉴판이 될 벽면을 칠하고 있다.

분주함으로 활력 찾은 청춘거리

  청춘거리에 도착해 차 한 대가 겨우 지나 갈 골목에 들어서자 사람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안녕하세요. 화성양조장입니다!” 워크숍 자리에서 만난 익숙한 얼굴의 도전자들이 손님맞이 구호 연습에 한창이다.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하느라 어수선한 가게 안쪽 주방에서는 고소한 음식 냄새가 풍겼다. 창업 아이템에 대한 조언을 위해 그들을 찾은 고석현 대표를 맞이하려는 준비 현장이었다. 고 대표가 화성양조장을 찾자 도전자들은 지금까지의 연습이 무색하게 어색한 목소리로 고 대표를 맞았다.

  “아주 맛있네요.” 지역 특산품인 청양고추가 들어간 간장닭볶음 ‘치키치키치카치카 꼬꼬꼬댁’을 맛본 고 대표의 호평에 도전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고 대표는 “가격을 고려해 메뉴에 면 사리를 추가하면 좋겠다”며 음식의 담음새와 그릇의 종류에 대한 세세한 충고를 이어갔다. 그가 떠난 자리, 화성양조장의 도전자들이 모여앉아 머리를 맞댔다. 벽면에 페인트를 칠하는 와중에도 메뉴발전을 위한 토론이 계속됐다.

  화성양조장에서 세 발짝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운곡한약방은 약재 서랍이 좁은 가게를 가득 채웠다. “운곡한약방에선 한약재를 판매하냐”는 물음에 복경록(남·26) 씨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운곡한약방은 운세를 점쳐보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공간이에요.” 청·맛·동의 점포 이름은 지금은 사라진 청양의 오래된 상점들에서 유래했다. 업종과는 큰 관련이 없는 이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도전자들은 재치있게 이름의 특징을 가게에 녹여내며 각자의 특색을 살려 나가고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 걸음을 재촉하다가도 평소와 다른 거리의 활기에 멈춰 선 마을주민들을 만났다. 이들은 청양을 찾아온 청년들이 반갑다고 입을 모았다. 밝은 표정으로 청년들의 창업에 관심을 드러낸 최영미(여·50) 씨는 “청년들의 가게가 지역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며 개업 날짜에 맞춰 가게 방문을 약속했다.

 

“한 달 지나도 청양에 있을래요”

  한여울 청양사람 팀장은 “청양에서의 한 달이 아쉽다며 정착 의사를 밝힌 도전자들이 꽤 된다”며 “2기 도전자들까지 합하면 10명 이상의 도전자들이 청양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8월에 2기 도전자들의 활동이 마무리되면 도전자 중 정착을 희망하는 청년에게 2년간 점포를 무료로 임대할 예정이다. 임대 계약 이후 완전히 정착하는 청년에겐 장사를 이어나가도록 연계 지원을 제공한다. 비 봉방앗간의 오채운(남·29) 씨는 “혼자 내려왔다면 외로웠을 타지에서 20여 명의 도전자와 함께 창업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며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연계지원을 활용해 청양에서 가게를 이어가고자 한다” 고 밝혔다.

 

글│장예림 기자 yellme@

사진│유보민 기자 e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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