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수익모델을 구축해야 청년이 머물죠”
“지역에서 수익모델을 구축해야 청년이 머물죠”
  • 장예림 기자
  • 승인 2021.07.24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 김혜진 공동체장 인터뷰

스스로 일자리 만드는 청년들

한산소곡주부터 마을호텔까지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 이중부담

김혜진 공동체장은 "삶기술학교를 찾은 청년들의 자유로운 시도와 선택을 모두 존중한다"고 말했다.
김혜진 공동체장은 "삶기술학교를 찾은 청년들의 자유로운 시도와 선택을 모두 존중한다"고 말했다.

  2019년에 시작된 충남 서천의 ‘삶기술학교’는 청년마을 사업의 선두 주자이다. 이곳에서는 시골 마을에 모인 도시청년들이 그들만의 삶기술을 마을 원주민들과 공유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간다. 50대 이상이 인구의 62%를 차지하는 서천군 주민들과 그들의 공동체 문화를 경험한 적 없는 청년세대가 서로를 존중하며 어울린다.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청년마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산소곡주 리브랜딩과 노마드 센터 건설 등의 활동을 진행 중인 삶기술학교. 2017년 지역행사 기획을 위해 서천을 찾은 김혜진 삶기술학교 공동체장은 현재까지 한산면에 머물며 마을재생 사업까지 관심사를 넓혔다. 그는 “청년마을이 지속하기 위해선 청년에게 벌이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삶기술학교, 어떻게 시작됐나

  “삶기술학교는 2017년 한산모시문화제를 위해 모인 청년기획단의 손에서 시작됐다. 매년 반복되는 볼거리, 줄어드는 관광객으로 어려움을 겪던 한산모시문화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서천군은 청년의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청년기획단을 계기로 서천에 온 청년들은 한산면의 모시, 소곡주 등 풍부한 자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히 술을 좋아하던 우리는 소곡주를 처음 맛본 자리에서 단숨에 3병을 비웠다. 그리곤 한산소곡주의 맛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소곡주 마케팅과 온라인 유통 사업을 구상했다.

  청년마을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선 먼저 공간이 필요했다. 한산면 내 빈 집을 직접 수리해 삶기술학교의 첫 사무실이자 숙소인 ‘노란달팽이’를 만들었다. 이후 청년과 마을 어르신들이 함께 쓸 수 있는 공유부엌의 문을 열었고, 100년이 넘은 아성 대장간을 공방교실로 리모델링했다. 마을 주민들 역시 지역의 유휴공간을 싼값에 제공하며 청년들을 반겼다. 2019년엔 행정안 전부의 ‘청년들이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공모 사업에 선정돼 지금까지 지역재생 방안과 청년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청년마을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 삶기술학교에서는 무엇을 하나

  “삶기술학교의 주 사업은 도시청년들을 유입해 그들이 지역자원을 활용한 창업기술을 터득하고 마을에 정착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삶기술학교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마을에 정착한 ‘삶지니’들의 손때가 묻은 가게들이 현재 마을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관부터 화방까지 그 업종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도시청년 유입을 위한 공공사업 외에도 자체 수익을 창출하는 한산소곡주 리브랜딩, 마을호텔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한산모시를 활용한 패션 상품을 기획, 판매하기도 한다. 정부 지원과 별개로 청년 마을도 결국 청년들의 ‘벌이’가 충분해야 지속 가능하다. 돈이 없는데 마을이 좋다고 계속 머물 수도 없는 법이다. 그래서 한산의 명물인 소곡주를 리브랜딩 해 온라인으로 유통하고, 마을의 빈집을 재생해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창업공간으로 사용하며 수익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 삶기술학교가 지역에 어떤 도움을 주나

  “우선 삶기술학교는 일자리 창출의 효과를 낳는다. 우리는 청년 유입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에 오는 청년 모두를 직접 고용하고 교육한다. 삶기술학교의 청년들은 각자의 아이디어를 한산면에 적용해 아이템을 구상한다. 시골 마을에서 전에 없던 시도는 모두 새로운 일자리의 기회이다. 삶기술학교가 ‘창업’ 대신 일자리를 만드는 ‘창직’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삶기술학교는 창업을 넘어 창직을 준비하기 위한 공간이다. 지난 3년간 63명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만들어 시골에서의 새 삶을 시작했다.

  삶기술학교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산면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 경제는 오프라인 중심이다. 한산에는 70여 개의 소곡주 양조장이 있지만 오프라인 판매에만 주력한 탓에 최근 판매량이 30%가량 감소했다. 청년들은 한산소곡주의 온라인 판매 경로를 확보했다. 온라인 펀딩으로 목표매출을 훌쩍 넘은 1700만 원의 수익을 달성하며 한산소곡주 2차 앵콜 펀딩까지 이어졌다. 청년들은 한산 소곡주의 유통마진을 확보하고 지역 양조장에 판매 수익을 배분한다. 청년과 지역이 상생하면서 경제 활성화가 가능해졌다."

 

 -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삶기술학교 구성원들의 가장 큰 고민도 지속가능성에 있다. 청년마을이 존립하려면 정부지원 기간이 끝난 후에도 자립해야 한다. 대부분의 정부지원 사업은 3~5년 차에 접어들면 지원이 감소하기에 기간 내에 자립 준비를 마쳐야 한다. 수익성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삶기술학교도 3년 차를 맞이하며 공공사업과 수익을 위한 민간사업 간의 균형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정부에서는 3년의 지원기간 동안 사업비만 지원해주고 청년들의 성과를 당연하게 기대한다. ‘정부의 지원으로 시작한 만큼 지역문제 해결은 청년마을의 몫’이라는 압박도 있다. 낯선 마을을 찾아온 도시의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도록 돕는 활동에만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도시청년 유입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 수익사업을 확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청년의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경제 활동이 불가능하다면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 청년의 지역살이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고달프다. 청년 유입이 완전 정착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청년 수익사업을 위한 세세한 정책과 청년마을을 바라보는 원주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지역에서 꾸준한 ‘먹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수익모델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삶기술학교의 한산소곡주는 국내 펀딩 성공에 이어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점과 해외 수출을 앞두고 있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겨냥한 소곡주 리브랜딩 사업을 목표로 한다. 10월에는 IT기업과 스타트업이 입주할 수 있는 사무실과 최신 IT 기기를 갖춘 ‘노마드 센터’를 오픈할 예정이다. 마을 어디서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한산면을 태국 치앙마이와 같은 디지털노마드의 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한다. 디지털노마드의 유입이 지역 내 소비로 이어진다면 마을호텔 사업은 물론 삶기술학교의 오프라인 매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정부의 기대에 맞춰 청년 유입을 위한 공공사업도 소홀히 하지 않을 계획이다. 현재 삶기술학교의 7기 입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삶기술학교의 입학생들은 신청 프로그램에 따라 각각 6개월, 3개월, 1개월씩 머물며 지역을 경험하고 지역자원을 활용한 가치창출에 힘쓴다. 삶기술학교는 앞으로도 공공사업과 수익사업을 유지·운영하며 청년마을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것이다.”

  “청년마을 활동은 사람 때문에 힘들지만 사람 덕분에 버틴다. 많은 분들의 환대 속에 시작한 삶기술학교였지만 크고 작은 갈등 역시 이어졌다. 타지에서 온 청년들을 향한 경계의 눈초리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한때 실랑이를 벌였던 마을 어르신과 이젠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 필요할 땐 싸워가며, 불편한 점은 맞춰가며 넉살 좋게 이곳에 오래 남아있고 싶다.”

 

글│장예림 기자 yellme@

사진│조휘연 기자 hwiy@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