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도 안 되면 어떻게 하니’, ‘그래도 중간은 해야지’ 주변에서 자주 들어본 말일 것이다. 이제 취업을 할 나이가 다가오니 이런 말도 종종 들려온다. “대한민국 1인당 GDP가 3만 달러인데, 그 정도는 벌어야지”.

    우리 사회에서 ‘평균’은 꽤나 집요한 기준치이다. 키, 몸무게부터 성적, 소득까지 평균은 전체 집단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푯값으로 통용되고 있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서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309만원이었다. 이에 각종 언론에서는 ‘309만원’이라는 수치를 주목했고, 사람들은 그 숫자를 기준으로 우울과 안도 사이를 오갔다.

   평균이 집단의 대푯값으로 확정된 분위기다. 사람들은 ‘평균’인 ‘309만 원’을 일반적인 소득수준으로 여긴다. 하지만 평균은 집단의 단편적 모습만을 보여줄 뿐이다. 동일한 통계에서 중위소득은 234만원이었다. ‘평균’은 특이값에 큰 영향을 받는다. 평균 수심이 1m인 강이라도 특정한 곳의 수심은 매우 깊을 수 있다. 이러한 통계의 함정을 보완하려 통계학에서는 중위값, 최빈값을 사용한다. 순서대로 나열해 중앙에 위치한 수치인 중위값과 가장 많이 나타난 수치인 최빈값은 특이값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양한 중심 척도에 따라, 같은 인생이라도 다르게 해석된다. 만약 평이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 딱 한 번의 어마무시한 고난을 겪었다고 가정해보자. 그의 삶을 굴곡으로 바라봤을 때, 그의 인생을 대변하는 데 있어 평균은 적절치 않은 대푯값이다. 최악의 고난을 겪었을 때의 굴곡은 평균에 그대로 반영된다. 따라서 그가 겪어온 대부분의 굴곡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았다고 판단하게 된다. 그의 인생은 중위값 또는 최빈값으로 대표해야 한다. 그가 겪은 굴곡들 중 가장 많이 발생한 굴곡이 그의 인생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러니 열린 시각에서 우리 주변을 되돌아보자. 평균에서 특이값이 발견되면, 중앙값이나 최빈값을 확인하는 여유도 필요하다. 상황에 맞는 기준치를 적용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너른 시야를 기를 수 있다. 그런데, 중위값과 최빈값에는 함정이 없을까? 그럴 것이라 기대 하는 것이 또 다른 함정으로 들어가는 입구이지 않을까.

 
 
진서연 문화부장 stand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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