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별점:★ ★ ★ ★ ★

한 줄 평울고 웃는 건 똑같지, 빛나는 우리네 인생


 

  프렌즈는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방송된 미국의 연속 시트콤이다. 맨해튼이란 하나의 공간에서 개성 넘치고 없으면 섭섭한 여섯 명의 친구들이 모여 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편이 20분 전후로 짧게 진행되어 킬링타임으로 보기 좋다. 우리는 가끔 생각하지 않을 시간이 필요 하다.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에 감동해 진지해질 찰나, 어이없는 개그가 치고 들어와 지루해질 틈을 주지 않을 것이다.

  프렌즈는 열 개의 시즌에 걸친 방대한 서사를 가지고 있다. 볼만 큼 보았다고 생각했을 때에도 또 새로운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다음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 왠지 위로되지 않는가. 우리는 한 번 적응한 세계관에 오래오래 머물고 싶어 한다. 이렇게 긴 시즌을 다 보는 것은 인생 낭비가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웃음 치료라는 것도 존재하는 세상이 아닌가. 프렌즈는 당신에게 웃음치료사이자 명상치료사가 되어줄 것이다. 왜 명상이냐 묻는다면, 이 코미디를 보면 상념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라 답하겠다.

  방영 시점이 오래전이다 보니 색다른 면도 볼 수 있다. 화면 속의 친구들은 지금 세대에선 ‘유물’로 치부되는 전자기기들을 신나게 조작하곤 하는데, 이런 시대적인 차이도 재미를 주곤 한다. 반면 이러한 시대 차이로 구시대적이고 편견 섞인 발언들이 종종 등장해서 당신을 놀라게 하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이 아쉽긴 하지만 지금 와서 건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넘어가자.

  요약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물들은 실재하는 것처럼 세세하고 생생하다. 인물들의 우정이 잘 드러난 에피소드 중 하나는 피비가 죽은 줄 알았던 친아빠를 만나러가는 장면이다. 피비는 친구들을 데리고 친아빠를 보러 가지만, 막상 집 앞에 도착한 피비는 차에서 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하며 망설인다. 친구들은 밤이 깊을 때까지 불평 않고 피비를 기다려준다. 갈등하던 피비는 결국 아빠를 보지 않기로 결심하고 친구들은 피비를 안아주면서 끝이 난다. 여섯 명이나 되는 어른들의 끈끈한 우정을 보고 있으면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는 생각이 든다. 흔치 않기에 이 관계가 더 소중하고 감동적이지 않은가.

  개성 있고 톡톡 튀는 인물들과 끈끈한 우정, 현실적인 사랑, 또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이라면 프렌즈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세기말의 미국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으니 옛 청춘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이, 태어나지 않았던 시절에 그리움을 느끼는 이에게도 프렌즈는 위안이 될 것이다.

 

최영인 (문스대 문예창작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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