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세운 목표 80%는 이뤘어요”

패기 넘치는 역전승의 아이콘

“다음 목표는 금메달과 그랜드 슬램”

김세영 선수는 2016 리우 올림픽에 이어 2020 도쿄 올림픽까지 2회 연속 여자 골프국가대표로 출전했다.
김세영 선수는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2020 도쿄올림픽까지 2회 연속 여자 골프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정말 패기가 장난 아니었네요.” 2021년의 김세영(국제스포츠 11학번) 교우는 2014년 학부 재학 중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던 열정적인 포부에 멋쩍은 웃음을 터뜨렸다. “젊은 시절에 참가할 수 있는 모든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한계가 어디인지 한번 도전해보고 싶고, 중요한 것은 젊었을 때 도전해보는 자신감(2014년 10월 6일자 고대신문)”이라고 말했던 김세영 선수. 김세영 선수는 결국 세계랭킹 4위로,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국가대표로 출전해 당당히 2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부담감은 내려놓고 그냥 즐기기로 했죠”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해지자 열심히 준비했던 대회들이 눈앞에서 모두 취소됐다. 2020년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마저 연기됐다. 김세영 선수는 ‘올림픽 개최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느꼈다. 절망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코로나 시국 속 올림픽 준비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골프장에 갈 때마다 타액 검사를 했고, 출국 전 일주일 동안에도 매일 코로나 검사가 계속됐다. 캐디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경기 준비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캐디는 코스 공략에 도움을 주는 전략가이자 골프백을 들고 선수와 함께 경기장을 누비며 멘탈 관리까지 돕는 최측근이다. 그만큼 대회에만 집중하기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김세영 선수는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를 되새기며 코로나19가 불러온 난관들을 이겨냈다.

  ‘메이저 우승이 없는 현역 선수 중 최다 우승’.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이후 그녀를 따라다녔던 꼬리표다. 그리고 작년 10월, LPGA 투어에서 첫 메이저대회 우승에 성공했다. 6년 만에 메이저대회 우승을 거머쥔 비결은 오히려 코로나19로 새로워진 환경이었다. “원래 골프 선수들은 투어에 들어가기 전에 1년 치 목표를 미리 정해놓고 움직여요. 그런데 작년에는 경기 하나를 하면 다음 경기가 열릴지 안 열릴지 모르는 상황이었거든요. 덕분에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고 즐길 수 있었어요.” 결국 이 마음가짐이 올림픽 출전 자격을 따낸 기반이 됐다.

 

역전의 명수는 빨간 바지를 입는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마스코트인 ‘빨간 바지’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세영 선수는 빨간 바지를 입고 나온 경기마다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빨간 바지의 마법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부정적인 징크스보다는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는 징크스를 갖고 싶어 생각해 낸 아이템이다. “빨간 바지를 입고 우승도 많이 했고, 극적인 상황도 많이 일어났었기에 입으면 힘이 나요.”

  평소 김세영 선수는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만큼 스릴있는 역전승으로 유명한 그는 자신만의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경기에 임한다. “계속 초심을 잃지 않고 간절함을 상기시켜요. 끝까지 밀고 나가는 거죠.”

  “이번에도 빨간 바지의 힘을 빌려 잘 칠 수 있었는데, 후반부에 힘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김세영 선수는 올림픽 1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1개로 2언더파 공동 7위를 기록 했다. 당시 1위가 5언더파였기에 충분히 금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2라운드에서 합계 4언더파 138타로 공동 11위까지 추락했지만 3라운드에서 버디 4개를 잡아내며 세 타를 줄였고, 7언더파 공동 10위가 됐다. 선두를 노리기는 힘들었지만, 공동 3위 그룹과는 불과 세 타 차였기에 메달 획득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었다. 마지막 4라운드 전반부에서 연속 버디로 네 타를 줄이며 공동 5위까지 치고 올라갔지만, 아쉽게도 11번 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며 고진영 선수와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로 공동 9위에 올랐다.

  김세영 선수에게 도쿄올림픽은 두 번째 올림픽인 만큼 기대가 컸다. 리우올림픽은 첫 출전이었기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 미련이 남았다. 이번에는 기필코 메달을 따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지만, 공동 9위로 마무리하게 됐다. “몇 년 동안 준비했고, 모든 선수가 동경하는 대회인데 이렇게 순식간에 끝나버리고 목표도 이루지 못해 아쉽네요.”

왼쪽부터 김효주 선수, 박인비 선수, 박세리 감독, 고진영 선수, 김세영 선수. 박세리 감독과 선수 4인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 골프 국가대표 팀으로 활약했다.
왼쪽부터 김효주 선수, 박인비 선수, 박세리 감독, 고진영 선수, 김세영 선수. 박세리 감독과 선수 4인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여자 골프 국가대표 팀으로 활약했다.

 

슈퍼스타를 인생 멘토로 만나다

  아쉬움만을 남긴 올림픽은 아니었다. 김세영 선수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동료 선수들과 돈독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김세영 선수는 도쿄올림픽에 박인비 선수와 고진영 선수, 그리고 본교 동문인 김효주 선수와 함께 출전했다. 시즌 중에는 바빠서 같은 투어에 있더라도 서로 이야기할 시간이 없지만, 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팀으로서 함께 할 시간이 충분했다. “선수들이 워낙 다들 착해서 화기애애하고 재밌었어요. 사실 리우올림픽 때는 우리 팀에서 금메달이 나와서 분위기가 좋았는데, 올해는 메달 획득이 어려워서 라운딩하면서도 아쉬운 분위기가 컸던 것 같아요. 그래도 서로 잘 칠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를 열심히 해줬죠.”

  김세영 선수에게 소중한 멘토가 돼준 사람도 있다.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국가대표 팀 감독 박세리 선수다. 김세영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박세리 감독을 자신의 우상으로 꼽아왔다. “박 감독님은 존재만으로도 저의 슈퍼스타예요.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선수들이 골프장 이외에는 나가기 힘들었는데, 선수들을 세심하게 챙겨주셨어요.” 박세리 감독의 가르침과 지도는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좌우명 ‘한계를 정하지 말자’

  김세영 선수의 골프 인생은 골프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시작됐다. 어린 시절, 김세영 선수의 부모는 그에게 태권도, 배드민턴, 축구 등 다양한 운동에 도전하도록 도왔다. 그중 유독 골프가 마음에 꼭 들었다. 골프를 할 때 몇 배는 더 강해지는 집중력과 승부욕이 그를 골프 선수의 길로 이끌었다. 호기심으로 골프를 시작했던 김세영 선수가 국가대표로 성장한 비법은 바로 ‘한계를 정하지 않는 오픈마인드’였다. “항상 ‘내가 못 할 건 없지’, ‘저 친구도 하는데 내가 왜 못 해?’라는 마음으로 제 능력의 한계를 정하지 않았어요.”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도 마찬가지였다. “올림픽에서 활약할 기회가 왔는데 당연히 도전해야 한다고 결심했고, 안 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한계를 정하지 말자’는 후배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좌우명이기도 하다. “충분히 더 잘 할 수 있는 후배인데, 자기는 이 정도면 될 것 같다고 만족해버리는 모습이 아쉬웠어요. 항상 자신의 꿈 그 이상을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포기는 없다’, 파리올림픽을 기다리며

  “그때 세웠던 목표들을 거의 80%는 이룬 것 같아요.” 2014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선수의 패기를 보여줬던 김세영 선수는 7년 동안 쉴 틈 없이 달려 결국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수로 부상했다. 앞으로 채워나갈 나머지 20%의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과 그랜드 슬램. “예전 인터뷰를 되짚어보니까 자극이 많이 되네요. 그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서 제가 원하는 목표들을 계속 이뤄나가고 싶어요.” 김세영 선수는 포기하지 않고 파리올림픽 출전이라는 다음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다. “파리올림픽은 3년 밖에 안 남았잖아요. 준비 기간이 더 짧긴 하지만 에비앙 챔피언십으로 많이 경험해본 파리다 보니까 자신 있어요.” 김세영 선수의 결의에 찬 목소리는 파리올림픽에서의 승전보를 예고하는 듯했다.

 

글 | 신지민 기자 minny@

사진제공| 김세영

이미지 출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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