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모든 국적에 적용돼

시작된 변화는 끝이 아닐 것

“우리의 일상 당연하지 않아”

장정아 교수가 국가보안법 이후 홍콩의 민주주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정아 교수가 국가보안법 이후 홍콩의 민주주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작년 5월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됐다. 국가 분열, 정권 전복, 외국과의 결탁 행동 등을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은 작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이후 홍콩의 사회정치체계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삶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2014년 우산혁명,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를 거치며 거세진 홍콩 민주화 운동의 흔적은 국가보안법으로 희미해지며 시위를 주도하던 활동가들은 체포됐다. 정치적 자유뿐만 아니라 언론, 교육의 자유까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문화인류학자로서 홍콩의 상황을 근거리에서 지켜본 장정아(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강력한 통제로 물리적인 민주화 운동을 지속하기는 어렵지만, 홍콩 시민들은 새로운 자유와 민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정아 교수를 만나 국가보안법 이후의 홍콩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물었다.

 

-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대한 여러 국가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홍콩 보안법 시행 후 전 세계 곳곳에서 홍콩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 정부에서는 보안법 이후 홍콩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일본에서는 지금도 홍콩의 민주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정책적인 지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에서는 홍콩인들에 대한 이민 조건을 완화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수만 명의 홍콩인들이 영국으로의 이민을 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상원에서 홍콩자치 법을 가결했습니다. 홍콩자치법은 중국 내에서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중국의 개인과 단체를 제재하는 법으로 미국은 이 법을 통해 중국, 홍콩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과 영국 등 서양 국가들에서 홍콩의 민주와 인권을 지지하고 중국을 비판하는 것은 국제 정세 속 각자의 이익과 관련됩니다. 따라서 이런 움직임을 순수하게만 보기보다는 왜 각 나라들이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를 거시적으로 볼 필요는 있을 겁니다.

  홍콩판 국가보안법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국가보안법이 홍콩인뿐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에게 국적에 관계없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홍콩보안법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것에 외국 세력과의 결탁을 처벌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 조항으로 홍콩의 상황을 외국에 알리고 도움을 호소하는 것도 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개인들이 지속적으로 큰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나라에서 개인과 단체들이 계속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 무너진 일국양제를 기점으로 홍콩인들의 태도에 생긴 변화는

  “일국양제가 보장된 상황에서 대부분의 홍콩인들은 중국 본토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 급속도로 발전하는 중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고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는 홍콩인들도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소수의 인원만이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일국양제 하에 통제가 강화되기 시작하자 중국에 대한 홍콩인들의 저항심이 커졌고 이는 2014년 우산 혁명과 2019년 송환 법 반대 시위로 분출됐습니다. 당시 어린 아이들부터 흰머리의 노인들까지 전 세대에 걸친 사람들이 송환법 반대 시위를 위해 홍콩 거리로 쏟아져 나왔었어요.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이후엔 이런 물리적 시위를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정부에 대한 불만은 여전히 높습니다. 실제로 홍콩민의연구소(HKPORI)에서 홍콩 시민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가보안법 발효 직후인 2020년 8월, 홍콩 행정장관이 사임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이 58%였습니다.”

 

- 중국과 대만의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현재 홍콩의 상황은 대만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애초에 일국양제는 대만을 통일하기 위해 중국에서 구상한 전략이었습니다. 따라서, 앞서 적용된 홍콩의 일국양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느냐는 대만과 중국의 관계에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최근 홍콩 통제가 강화되면서 대만인들의 정체성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 독립 요구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만의 여론조사에서는 ‘현상 유지’에 찬성하는 답변이 가장 높습니다.”

 

- 국가보안법 이후 홍콩의 민주화 운동은

  “홍콩보안법은 홍콩의 정치뿐 아니라 민주화 운동, 그리고 시민들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홍콩 힘내라’ 식의 말도 금기시되고, 홍콩 독립과 관련된 책들이 금서로 규정되고 노래도 마음대로 부를 수 없는 상황에서,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과거처럼 활발한 시위를 하는 건 어렵습니다. 특히 정당이나 노조, 단체들이 하나둘씩 해산하고 있는 시점에 조직적인 운동은 더욱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민주화 운동이 끝났다거나 시민들의 의식이 다시 2019년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홍콩은 미얀마 쿠데타 반대 시위에 교훈을 주고 ‘밀크티 동맹(온라인 홍콩, 대만, 태국 민주주의 연대)’을 결성하는 등 다른 나라의 민주화 운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의 홍콩처럼 통제가 강화되면 사람들은 일단 숨을 죽이겠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문제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그 문제의식이 또 다른 민주화 운동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앞으로 홍콩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될까

  “2019년부터 이어진 시위는 홍콩인들의 의식을 많이 바꿨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홍콩이 가졌다고 생각했던 민주와 자유, 법치가 취약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역이나 쇼핑몰에서도 이어진 체포와 진압은 민주가 없으면 어떤 일상도 안전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이 깨달음은 매우 큰 변화입니다. 홍콩 정부와 친중국파 정치인들이 홍콩 시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이미 시작된 진정한 자유와 민주에 대한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2019년부터 이어진 홍콩 시위에서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시민들이 일어나 목소리를 냈습니다. 노인들도 처음으로 시위행진을 했고, 공무원 수백 명이 시민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연대 서명을 하기도, ‘아줌마 부대’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금융계, 항공업계, 의료계 등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들도 집회에 나서고 노조를 만들며 파업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보안법으로 이 모든 행동이 불가능해졌지만, 이러한 의식은 어딘가에서 다시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현재 홍콩의 상황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홍콩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견고해 보이는 자유·민주·인권도 굉장히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국가를 넘어 세계시민으로서 앞선 가치들에 대해 끊임없이 의식하는 일상적 운동이 필요합니다. 이 점에서 오히려 홍콩인들은 중요한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습니다.

  우산운동 지도부 중 한 명이었고 지금은 학교에서 해임되어 수감 중인 전 홍콩대 교수 베니 타이는 ‘최근 7년간의 항쟁, 특히 국가보안법 이후 새로운 법 체계는 우리에게 민주는 대가를 치러야 얻을 수 있는 것임을 알려줬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깨달음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지닙니다. 우리 사회는 정말 자유로운지, 그때의 자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수많은 감시와 통제에 대해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홍콩, 태국, 미얀마 등 많은 사회에 끊임없이 분투하고 있는 이들이 있음을, 그리고 어떤 사회의 분투와 운동도 서로 연결되어 있고 관련 있음을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홍콩인들은 우리나라의 민주화 역사를 계속 떠올리고 ‘택시운전사’, ‘1987’ 등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하는 영화를 보며 위기의 상황에 우리나라가 했던 노력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한국의 과거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위 상황을 꾸준히 공유하고 주목하면서 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현시대에 새로운 자유와 민주의 가능성을 찾아내려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도 부디 국경을 넘어서, 국가를 넘어서, 다양한 이들의 노력과 분투가 서로 연결되어 함께 나아간다는 것을 기억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글│유승하·조은진 기자 press@

사진│강동우 기자 elli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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