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극장이 변하니?” 영화관의 무한변신
“어떻게 극장이 변하니?” 영화관의 무한변신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1.08.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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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달라지는 공간적 의미

OTT와 협업으로 상생

관객 취향에 맞춘 공간 기획

차별화된 체험관으로 변모 중

 

 

   서울극장이 11일부터 31일까지 3주간의 굿바이 상영회를 진행하고 31일 영업을 마지막으로 폐업한다. 42년간 종로를 지켰던 서울극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관객 수 급감과 경영난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 영화시장 극장 매출액은 2019년 대비 73.3% 감소했다. 극장 매출이 2019년까지 20년간 지속적인 상승세였던 것에 견주면 코로나19는 영화관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영화관은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을 넘어, 좋아하는 영화의 굿즈를 사러 가거나 기획전을 관람하는 등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OTT와 손잡고 나아가다

   OTT(Over-the-top) 플랫폼의 부상은 코로나19와 함께 영화관 침체를 가속한 주요 원인이다. OTT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모바일인덱스의 국내 OTT 앱 시장 분석 결과에 따르면,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지난 2월 활성 이용자 수(MAU)1000만 명을 넘었다. 실제로 영화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개봉을 미루다 결국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승리호>, <낙원의 밤>, <> 등의 영화들도 잇따라 영화관 개봉 대신 넷플릭스 공개를 택했다. 노철환(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대형 영화들이 OTT 단독 공개 또는 온·오프라인 동시 공개 형태로 풀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OTT와 영화관이 상호작용해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OTT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들이 영화관에서 재개봉하기도 한다“OTT와 영화관은 단기적으로는 경쟁 관계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생 관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순(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도 콘텐츠의 장르와 특성에 따라 적합한 플랫폼이 다르기 때문에 두 플랫폼이 공생할 방안은 충분히 구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OTT 간의 협업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GV’는 지난해 11OTT 플랫폼인 왓챠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CGV는 지난 41일부터 약 2개월간 전국 14개 극장에 ‘CGV왓챠관을 시범 운영하며 왓챠의 수입, 배급 작품을 상영했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담당은 극장과 OTT가 가진 온·오프라인 장점을 극대화해 상생협력모델을 만들고자 했다앞으로도 다양한 OTT와 협력해서 침체된 영화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고객 경험 만족도 또한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이브 개그 프로그램 공식 포스터

빈 상영관 채우려 고군분투

   관객 수와 매출이 급감하자, 영화관은 관객 유치를 위해 애쓰고 있다. 다수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소규모 영화들로 상영관을 메꾸는 임시방편을 택했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개봉이 연기되자, 독립영화나 중저예산 영화들로 극장을 채우는 것이다. 보통 극장의 비수기에 상영되던 독립·예술영화가 성수기에 스크린을 차지하는 모습도 코로나가 불러온 변화다. 김헌식 평론가는 일명 가성비가 좋은 중소형 영화들을 적극 상영해 다양한 취향을 가진 관객들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관의 장점인 사운드와 현장감을 살려 대안콘텐츠를 상영하기도 한다. 영화 대신 스포츠 경기나 K-POP 스타의 다큐멘터리가 스크린에 등장했다. CGV2005년부터 극장에서 라이브쇼, 콘서트, 스포츠 등을 상영하는 시도를 하다 지난해에는 대안콘텐츠 전담 사업팀 아이스콘을 출범해 대안콘텐츠 활용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도 CGV는 라이브 개그 프로그램인 <쇼그맨>, 영화 관람과 강연을 함께 만나는 <존 리의 영화 속 금융 이야기> 등 다양한 대안콘텐츠를 모색하고 있다. 김헌식 평론가는 게임이나 예술 공연 등 영화관에서의 대안콘텐츠 상영이 긍정적 시도라고 생각한다앞으로는 더 세분화해 마케팅하거나 공간을 꾸미는 형식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월 롯데시네마에서 불을 켜고 공포 영화를 관람하는 겁쟁이 상영회가 열렸다.

똑같은 영화도 색다르게 만나다

   특정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 상영회도 대중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롯데시네마는 공포영화인 <랑종>을 불 켜고 관람하는 겁쟁이 상영회를 열었다. 무서운 영화를 보지 못하는 일명 겁쟁이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 크리에이터 장유진(·29) 씨는 랑종 겁쟁이 상영회에 참석했다. 그는 겁쟁이들이 모인 상영회라고 하니 용기가 나서 찾아갔다친구와 끌어안으며 봤는데, 다른 관객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게 보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어 재밌었다고 전했다. CGV도 여행 컨셉의 <미나리> 상영회를 진행했다. 제주항공과 협업해 관객들이 영화 상영에 앞서 스크린을 통해 가상 비행을 체험하도록 했다. 또 항공권 모양의 굿즈와 칫솔이 든 생활용품 패키지까지 증정하며 실제로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살렸다. 조성진 씨는 영화관에 방문한 한 번의 경험이 두세 번의 발걸음으로 계속 이어지도록 다양한 시도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엣나인필름에서 운영하는 독립영화관 아트나인역시 특색을 살린 기획을 통해 관객을 영화관으로 이끌고자 했다. 엣나인필름 주희 이사는 영화관에서 보면 좋은 작품이나 어두운 곳에서 감정의 연대를 느끼면서 봐야 할 작품을 골라 기획전으로 만들었다특히 이탈리아 클래식 작품의 호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앞으로 관객들의 취향을 겨냥하려는 영화관의 다채로운 시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민아(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는 여러 사람이 크게 모이기 어려운 시대에는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소규모로 모이는 문화 패턴이 자리할 것이라며 모르는 영화들을 선택해서 보는 것이 아닌, 내가 보고 싶은 영화들을 선택하는 커뮤니티시네마의 개념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철환 교수 역시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관객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작은 영화관, 초소형 시네마, 팝업 시네마 등이 일종의 대안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한다면, 영화애호가가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GV ‘씨네 드 쉐프'는 프리미엄 상영관으로, 레스토랑과 영화관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영화가 아니라 공간을 팝니다

   ‘꼭 이 영화관에 와야 할 이유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콘셉트로 공간을 디자인해 관객을 유치하려는 움직임 또한 늘고 있다. CGV는 복합문화공간인 컬처플렉스를 출범했다. 컬처플렉스는 문화(culture)와 복합 공간(complex)을 결합한 신조어로, 영화 상영 기능 외에 문화 및 감성 코드를 이식한 개념의 영화관을 뜻한다. 젊은 층이 많이 찾아오는 CGV 신촌아트레온은 공사장콘셉트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시멘트, 파이프 등을 활용해 디테일을 더해 빈티지한 공사장 느낌을 잘 살렸다. 조성진 씨는 컬처플렉스는 문화놀이터를 콘셉트로 정해 관객들이 극장을 노는 공간으로 인식하게끔 했다관람객들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려 했다고 말했다.

'숲속' 컨셉으로 꾸며진 CGV의 '씨네&포레' 영화관에서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숲속 영화관 씨네&포레는 관객들에 숲속에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쿠션을 나무색으로 꾸며놓은 것뿐만 아니라 영화관 내에 산소발생기까지 설치했다. 여기서 관객들은 도심 속 힐링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어린이 전용 상영관 씨네키즈부터 프리미엄 상영관 씨네 드 쉐프까지 관객 개인의 선호를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이색 영화관이 마련돼있다. 이러한 시도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상황이 이어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장대련(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체험형 영화관은 영화 관람이라는 단순 개념에서 벗어난, 소비자의 또 다른 욕구를 충족시키는 시도라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극장 활용도를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마주한 영화관의 위기가 오히려 영화관의 본질적인 공간적 의미를 되새길 기회가 됐다. 영화관이라는 공간에서 특정 영화를 관람한 기억은 우리에게 추억으로 남는다. 주희 이사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를 경험하는 것이라며 똑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그날의 날씨, 같이 보는 사람들, 나의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영화관 위기설TV나 비디오의 등장에도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그때마다 영화관은 시대에 맞춰 진화하며 살아남았다. 김헌식 평론가는 명화를 핸드폰으로 보는 것과 박물관에서 보는 것이 다르듯이,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는 것과 영화관에 가는 것은 다르다영화관이 대중의 도피처이자 휴식공간이라는 인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현 기자 sa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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