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보존을 넘어 활용으로

문화유산에서 미래가치를 찾다

후손들에게도 미래가치로 물려줘야

 

오랜 문화유산은 한 번 사라지면 되돌릴 수 없으므로 보존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의 통념이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새로운 시각을 요구한다.

-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 <첨단×유산> 추천사

 

  문화유산의 미래가치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는 것에서 온다. 문화유산을 단순히 과거 유물로 보존하는 것만으로는 대중에게 그 가치를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과학기술, 대중문화 등을 이용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탐색한다. 7월에 열린 국립고궁박물관의 전시 안녕, 모란에서는 조선 왕실에서 풍요와 영화의 상징으로 여겼던 꽃 모란의 쓰임새를 보여주는 전시를 열었다. 단순히 당시 사용했던 모습을 평면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 센서가 관객의 움직임을 감지해 화면이 변화하고 향기가 나도록 장치해 관람객의 경험치를 높인다. “문화유산에 변함은 없지만, 변화는 있어야 해요.”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은 말했다.

 

  - 옛것에서 미래가치를 창출한다는 게 새롭습니다

  “문화유산 자체가 조상들이 남긴 유산 중 문화의 발전을 위해 다음 세대에 물려줄 만한 가치를 지닌 것을 뜻합니다. 그 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와 종묘제례악을 관련 악곡으로 변모시킨 예악’, 부처상을 현대 TV와 접목 시킨 비디오아트 ‘TV 부처등이 있습니다. 또 한창 유행했던 트로트도 전통 문화재인 판소리가 기초로 사용된 대중가요로, 문화유산이 미래가치를 위해 사용된 예시라고 할 수 있어요.”

 

  - 문화유산 보존에 첨단과학 분야를 이용한 사례가 있다면

  “돈의문을 증강현실(AR)로 복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리가 흔히 서대문이라고 부르는 돈의문이 일제강점기에 훼손됐었죠. 여러 번 복원을 시도했지만, 복원 후 생길 교통 문제와 대지 매입에 대한 재정적 부담에 부딪혔습니다. 그래서 첨단과학 기술을 이용해 증강현실로 돈의문을 재현했어요. ‘돈의문앱을 설치하고 돈의문이 있던 장소를 화면에 비추면 돈의문의 모습을 증강현실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첨단과학 분야를 문화재 연구에 접목하며 과거 연구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곳까지 연구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어요. DMZ가 대표적인 예시에요. 과거에는 DMZ에 직접 들어가기 어려워 연구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드론과 첨단 장비를 사용해 간접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해당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유네스코 등재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 인문학은 문화유산을 어떻게 연구해야 할까요

  “문화유산 연구에 있어 인문학의 역할은 문화유산을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인문학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지키는 데에 주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문화재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가까이서 활용할 수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 예시로 탈춤, 삼고무, 북청사자놀음, 농악, 부채춤 등의 다섯 가지 문화유산이 등장하는 방탄소년단의 노래 ‘IDOL’ 뮤직비디오가 있습니다. 해당 컨텐츠는 조회수 9억을 넘기며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돼 문화유산을 통해 미래가치를 실현한 대표적인 사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 문화유산의 가치 보존을 위한 대중의 역할이 있다면

  “문화유산 연구자들이 과학기술을 이용해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대중문화 콘텐츠의 기초로 사용될 방법을 연구한다면, 대중들의 역할은 문화재에 지속적인 관심을 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목재로 만들어진 문화재, 특히 깊은 산에 동떨어져 있는 문화재가 많습니다. 그래서 문화재청에서 이를 일일이 관리하기는 어려워요. 때문에 대중들이 주변문화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박지선 기자 chance@

사진정인서 기자 outsta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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