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리더십(Solving Tough Problems, 2004)>
아담 카헤인

  우리 사회에는 쉽게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경제적 불평등취업난,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 에너지·환경·지구온난화, 국제사회 분쟁과 난민 문제, 팬데믹과 방역, 가짜뉴스와 인포데믹 등. 이들 문제의 탈출구가 과연 있기는 한건가.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고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대학은 지식을 전수하는 곳임과 동시에,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곳이다. 새로운 지식은 인류 사회가 당면한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 내고, 이에 대한 명쾌한 처방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 작업이 늘 쉽지 않다. 대학의 엘리트들은 각자의 전공영역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뿐이지 통합적 문제 해결에 미숙하다. 그 과정에 이해당사자들이 개입하여 초점을 흐려놓기 일쑤다. 국제기구 혹은 정부가 문제해결사로 등장해 주기를 바라지만, 어떤 권력자도 절대 전지전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인류의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이 시대의 대학이 할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어려운 문제를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스마트한 방식으로 계속 도전해야 한다. 아담 카헤인(Adam Kahane)<통합의 리더십>에서 우리가 세계 도처에서 만나는 가장 복잡하고 말썽 많은 문제들을 스마트하게 해결하는 과정에서 겪은 평생의 체험을 매우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단순한 문제 해결 중재자가 아니고, 인류의 미래를 바라보는 철학자이자 선지자의 관점에서 통찰력 넘치는 이야기를 전개한다.

  자유경쟁 시장과 환경 문제 사이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다국적 에너지 회사의 경우, 인종 분리주의를 극복해 사회통합의 방향을 모색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스페인 북부 바스크의 사례, 경제위기와 폭력, 마약으로 찌들어진 중남미 국가의 갈등은 아마 1990년대 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들이었을 것이다. 카헤인은 이러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학습이론에 기초한 시나리오 기법을 시도했다. 문제 당사자들이 워크샵에 모여 대화하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함께 찾아내는 것이다.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미래 국가, 기업, 조직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오래 묵은 갈등이나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기적은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난다. 카헤인은 이러한 기적의 사례들을 매우 생동감 있게 설명한다.

  카헤인은 후속편인 <포용의 리더십>의 서두를 마틴 루터 킹의 인용으로 시작한다. “사랑이 없는 힘은 무모하고 폭력적이며, 힘이 없는 사랑은 감성적이고 나약하다.” 그렇다. 어려운 문제의 해결은 실력과 사랑의 황금 비율을 이룸으로써 비로소 가능하다. 이상을 추구함과 동시에 현실을 직시해야 하고, 이성적 지성과 함께 공감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폭력과 좌절을 이겨내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대학이 미래사회의 어려운 문제에 당면해 도전할 때, 우리는 집합지성의 실력, 그리고 인류에 대한 무한한 관용과 포용, 즉 사랑의 낙관주의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차분하게 한 걸음씩 정진해야 한다.

 

마동훈(미디어학부 교수)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