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수 대표는 "음악을 듣고 난 후에 어떤 형태로든 귓가에 남아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카라·인피니트의 인기곡 작곡해

“취미로 시작한 음악, 아직도 즐겁다”

 

  '내꺼 하자. 내가 널 사랑해. 어?’,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 가사만 봐도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들. 무대 위 화려한 가수 뒤에는 작곡팀 ‘스윗튠’이 있었다. 최근 웹예능 ‘문명특급’에서 과거의 명곡을 소환하는 ‘컴눈명(컴백해도 눈감아줄 명곡)’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다수의 ‘컴눈명’을 작곡한 ‘스윗튠’ 또한 주목받고 있다. 프로듀싱 회사 ‘스윗튠’의 대표 김승수(경영학과 96학번)교우는 ‘기승전결’이 있는 음악을 ‘스윗튠’의 특색으로 꼽았다. 그를 만나 음악 인생의 기승전결을 들어봤다.

 

기(起) : 게임 음악으로 시작하다

  김승수 대표의 음악 인생은 게임으로 시작된다. 학창 시절, 게임 속 반복되는 노래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에 관심을 가졌다. 친구와 함께 게임 음악을 듣고 그대로 따라 만들어본 것이 인생 첫 작업물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커졌지만, 학업 때문에 작업을 중단해야 할 때도 있었다. 대학만 가면 음악 장비를 사주겠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학업에 열중했다. 본교 경영학과 입학 후 부모님은 약속대로 장비를 사주셨고, 꿈에 그리던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음악 전공도 아니고 전문지식도 없던 그가 내세울 수 있는 무기는 ‘앞뒤 없는 도전정신’이었다. 노래를 만들어 무작정 음악계의 문을 두드렸다. 악기 판매 사이트 게시판에 올려보기도 하고, SM의 *A&R에 데모곡을 만들어 찾아가기도 했다. 노래를 내놓을 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뜨거웠다. 혼자서만 하던 음악에 누군가가 반응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이후 SM의 A&R팀 관계자의 주선으로 지금의 동업자인 한재호 작곡가를 만났다. 그는 우연히 한재호 작곡가가 진행하던 일본 발매용 프로젝트 음원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그렇게 그의 프로 데뷔는 얼떨결에 이뤄졌다. 합을 맞춰본 두 작곡가는 단발성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작업을 같이하다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좋은 사람을 만난 덕에 데뷔했다”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당시 음악을 향해 보였던 열정도 한몫했다. “열심히 하면 잘하든 못하든 한 번이라도 더 봐주니까 기회가 생기는 거죠.”

 

승(承) : 주고받으며 성장하다

  김승수·한재호 콤비는 아이돌 그룹 ‘카라’에게 준 노래가 연속으로 인기를 끌며 가요계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달콤한 조율’이라는 뜻의 ‘스윗튠’을 이름으로 ‘인피니트’, ‘나인뮤지스’ 등의 곡을 작곡하며 함께 성장했다. 김승수 작곡가에게 함께 작업하는 아이돌은 가족이나 다름없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그렇기에 좋은 음악을 만들기에 힘썼고, 음악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멤버들뿐만 아니라 스타일리스트, 안무가 등 모든 회사 관계자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안무가, 스타일리스트와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모든 분야에서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그렇게 모두의 노력은 시너지가 돼 ‘히트곡 제조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공동 작업은 단점이 없는 것 같아요.” 그에게 공동 작업은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서로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때 자신의 한마디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을 알기에 허투루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까지 쉽지는 않았다. 그가 제시한 방법은 갈등을 직면하는 것이다. 김승수 작곡가는 “이러한 갈등의 해결책은 끊임없이 싸우는 것”이라며 “싸우고 부딪히다 보면 서로의 장단점과 스타일, 취향을 알게 돼서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끝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을 때, 스윗튠이 선택하는 최종 결정 방법은 ‘목소리 큰 사람 따르기’다. ‘내꺼하자’ 또한 이 경우에 해당했다. ‘내꺼하자’라는 가사가 유치하다며 반대했던 김승수 작곡가는 스윗튠 송수윤 작사가의 확신에 찬 주장을 꺾을 수 없었다. 반신반의하며 발매했던 ‘내꺼하자’는 결국 인피니트의 최대 히트곡이 됐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상대가 그만큼 확신을 가지고 있으니까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轉) : “귀에 들어와 박혀야죠”

  ‘도입부’는 김승수 작곡가가 곡을 만들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다. 도입부에서 관심을 끌어서 듣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게 중요하다. ‘처음 들었을 때 이 노래가 귀에 꽂히는가’에서 작업이 시작하기도 한다. 귀를 사로잡는 도입부 이후에는 기승전결을 구성한다. 하나씩 내용을 전개하다가 후렴 부분을 통해 클라이맥스에 이르는 것이다. 마치 극의 흐름처럼 노래 안에도 하나의 스토리 흐름을 만들어 준다. 김승수 대표는 “음악을 듣고 난 후에 어떤 형태로든 귓가에 남아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며 “복합적으로 작곡하면 듣는 사람이 다양하게 해석하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을 좋아한다. “음악은 밝은데 가사가 슬프다거나, 음악은 슬픈데 가사는 신나는 미묘한 느낌이 좋아요.”

  귀에 꽂히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그의 마음이 전달된 것일까. 최근 ‘컴눈명’을 통해 과거에 작곡한 노래들이 재조명받게 됐다. 대중가요 작곡가인 그는 음악을 만들 때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좋아할 노래’를 만든다. “좋은 작품은 언젠가는 재조명되기 마련이에요. 사람들이 좋아할 노래를 만들었기에 어떻게든 다시 주목을 받는 것 같아요.”

 

결(結) :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취미로 시작한 음악으로 회사를 설립하기까지. 음악에 대한 사랑이 그를 움직였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음악을 하는 이유는 내가 좋아해서예요.” 과거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며 생활해야 했던 무명시절도 힘들지 않았다. 음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 순간이 즐거웠다. “작곡가 인생에 힘들었던 적은 없어요”라고 말하는 그다. 작곡가로 성공한 지금도 김승수 대표에게 음악은 여전히 취미이다. “전문적인 직업으로 생각하는 순간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냥 취미 하듯 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항상 누군가의 성장과 함께했던 그의 꿈은 역시나 앞으로 만날 그룹의 성장도 함께하는 것이다. 특히 성장하는 아이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공연사업에 관심이 있다. 공연을 통해서 아이돌은 경험을 쌓고, 회사는 수익을 낸다. 그는 “이러한 공연사업이 수익구조가 불완전한 중소기획사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김승수 대표의 좌우명은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이다.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해야 할 일들이 명확해지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게 돼요.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거예요. 제 시간이 귀중하기에 미친 듯이 음악만 하는 거죠.”

* A&R (Artists and repertoire) : 레코드 회사의 직무 중 하나로 아티스트의 발굴, 계약, 육성과 그 아티스트에게 맞는 악곡의 발굴, 계약, 제작을 담당한다.

 

 

글 | 김시현 기자 poem@

사진 | 엄선영 기자 select@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