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로 관람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의궤의 역사적 가치 알리고 싶어”

 

  ‘조선왕조 의궤’를 알리기 위한 작은 행사가 8월 30일 안암역 2번 출구 앞 칵테일바 ‘다락’에서 열렸다. 본교 한국사학과 학생 4명으로 구성된 ‘라온하제’ 팀이 문화재청에서 주관하는 ‘2021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 활동의 일환으로 준비한 1일 의궤 체험 카페다. ‘조선왕조 의궤’는 국가의 주요 행사 내용과 절차를 정리한 기록물이다. 그래서 의궤 연구를 통해 조선의 통치철학 및 운영체제를 알 수 있다.

 

기자가 직접 VR 헤드셋을 통해 국립중앙박물관을 관람 중이다.

 

  코로나19로 예약제로 운영된 의궤 카페 ‘쉬어가궤’는 한 시간에 최대 6명 입장이 허용됐다. ‘다락’ 입구 바로 앞에는 VR 체험 공간이 위치했다. VR 체험을 위해 헤드셋을 낀 순간, 카페가 순식간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변했다.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임금의 의자인 ‘어좌’다. 어좌 뒤에서 근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일월오봉도’ 병풍을 뒤로하니 ‘대동여지도’와 대동여지도를 찍어낸 목판을 볼 수 있었다. 시야를 꽉 채운 지도에서 고개를 돌리자 비로소 외규장각 의궤가 보였다. VR 관람과 동시에 의궤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외규장각 의궤는 188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에 의해 약탈됐 다. 이후 1975년 故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의궤를 발견하며 반환 운동이 시작됐다. 2011년에 와서야 의궤는 장기대여 형식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쉬어가궤'에 마련된 자체 제작 컬러링 엽서. 전통 대례복, 조선의 행사 모습 등 종류가 다양하다.

 

  VR 체험존 옆으로는 전통 음료와 다과를 곁들이며 컬러링 엽서를 색칠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전통 대례복, 조선의 행사 모습 등 엽서의 종류 또한 다양했다. 카페를 방문한 전수빈(정경대 정외20) 씨는 전통 문양의 엽서를 골랐다. 전수빈 씨는 “컬러링 엽서를 색칠하니 전통 문양을 더 오래, 자세히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 전통의 미를 소소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기자가 '라온하제' 팀의 도움을 받아 전통 대례복 입기 체험 중이다.

 

  카페 옥상에서는 의궤에 등장한 알록달록한 전통 대례복을 직접 입어볼 수 있다. 대례복은 국가의 중요 의식 때 입는 예복이다. 참가자들은 VR에서 목격한 대례복을 체험해보고 역사적 감수성을 확장한다. 왕비 대례복을 체험한 이예린(한예종 영상원 영화20) 씨는 “대례복 입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했다”며 “평소에 할 수 없던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8월 30일 하루를 위해 라온하제 팀은 3개월간 준비를 해왔다. 기존에 예정된 ‘쉬어가궤’는 의궤 전공 교수를 초청한 강연회 등 큰 규모의 행사였다.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되자 행사 규모가 축소됐다. 코로나의 기승에도 ‘라온하제’ 팀은 ‘쉬어가궤’를 포기하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방문해 VR 영상을 촬영하고 안국동에서 대례복을 대여해오며 의궤 카페를 준비했다. ‘라온하제’ 팀원 김사랑(문과대 한국사20) 씨는 “코로나 때문에 준비 과정이 힘들었지만, 무사히 마무리하게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의궤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하며 “의궤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성원해달라”고 전했다.

 

글 | 윤혜정 기자 samsara@

사진 | 김예락 기자 emancip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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