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한국이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지 1년, 홍콩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찬란했던 자유로움을 잃은 채, 시민들은 자신의 발언 하나하나를 검열하며 숨죽이고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격렬한 시위는 꿈꿀 수 없었고, 격렬한 저항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언론은 사태를 주목하지 않는다.

  한강의 기적과 더불어 시민의 힘으로 쟁취해낸 민주화는 한국인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역사다. 독재정권에 맞섰던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은 3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청년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킨다. 그 때문일까. 홍콩 국가보안법 관련 취재원을 만날 때 ‘홍콩 민주화 운동이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어떤 점을 배워야 하는가’라고 질문해댔다. 의외로 취재원들은 “우선 한국이 과연 진정한 민주화를 이뤘는가”로 반문하며 답변을 시작했다. 

  최근 기성 언론에서도 홍콩이나 미얀마 민주화 인사들에게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어떤 것을 참고하냐고 끊임없이 묻는다. 그러면 한국의 촛불시위와 여러 투쟁 사례를 참고하며 민주화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김없이 그 부분은 헤드라인이나 기사 앞부분의 잘 보이는 부분에 배치되었다.

  한때 길가에서 만나는 외국인에게, 심지어는 해외에서 만난 유명 배우에게 “Do you know Kimchi?”라고 물어대던 시절이 있었다. 이러한 문화적 시선의 강요에 대해 자성의 물결이 일었고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어느새 대한민국의 민주화 성과가 ‘Kimchi’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자국에서 해외에서 목숨 건 정치적 투쟁을 하는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잣대로 섣부르게 들이밀고 있었다. 그러한 질문을 받는 세계인들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할까? 나도 모르게 K-세계관 놀이에 물들었던 모양이다. 나에게 물든 이 ‘K’를 빼내야 우리가 마주한 세계가 좀 더 분명하게 보일 것 같다. 

 

조은진 기자 zephy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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