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FLIX] 보편과 특수 사이에 위치한 한 가족의 이야기
[高FLIX] 보편과 특수 사이에 위치한 한 가족의 이야기
  • 고대신문
  • 승인 2021.09.05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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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

별점: ★★★★★

한 줄 평: 이것 말고는 이 세상 어디에도 우리 사이를 표현할 단어가 없다.


 

  당신에게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세상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가족이 있습니다. 조부모님, 부모님, 자녀 세 세대가 함께 사는 확대가족도 있고, 한 세대나 두 세대만 으로 이루어진 핵가족도 있을 것이며 그 안에는 한 부모 가족, 조손 가족 등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다양한 형태의 집단들을 통틀어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 는 무엇일까요? 그 구성원들이 혈연관계로 묶여 있어서? 혼인신고와 같은 사회적 제도를 통해 가족으로서 인정받았기 때문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원제 : 万引き家族, 만비키* 가족)은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 관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万引き(만비키)는 ‘훔치는 행위’ 자체나 ‘훔치는 사람’을 지칭하는 일본 어 표현입니다.
  햇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조그마한 다다미방에 할머니(하츠에), 중년 부부(오사무와 노부요), 10대 소녀(아키), 초등학생 정도의 남자 아이 (쇼타), 다섯 살배기 여자아이(유리) 의 여섯 사람이 단출하게 차려진 밥상 주위로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를 자세히 들어보면 뭔가 이상합니다. 누구도 가족 구성원의 호칭으로 상대방을 부르지 않고, 마치 남을 부르듯 ‘아저씨’, ‘할머니’, 혹은 이름으로 서로를 부릅니다. 그렇지만 여느 가족과 마찬가지로, 부부는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해 돈을 벌어오고, 낮 동안 할머니는 아이들을 보살피며 바느질을 하고, 아이들은 종종 밖으로 나가 뛰어놉니다. 이들은 비록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엄연한 하나의 가족으로서 서로를 아껴주고 함께 추억을 쌓아가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작품을 관통하는 다양한 주제들이 있고 그에 따른 다양한 해석들이 존재하겠지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쇼타’와 ‘유리’가 끝끝내 ‘오사무’와 ‘노부요’를 소리 내어 아빠나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분명히 한 가족으로서 ‘오사무’와 ‘노부요’에게서 사랑을 받았고 부정과 모정을 느꼈음에도 ‘아빠’, ‘엄마’라고 부르지 못한 것은, 어쩌면 학습된 ‘정상 가족 이념’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의 규정이나 시선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만비키 가족에 대한 보고서가 있다면 그 내용은 무시무시할 겁니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만 해도, 절도, 납치, 시체 은닉, 사기, 성매매, 살인 등으로, 따뜻한 가족애가 느껴졌던 장면들 뒤에 숨겨진 차가운 사실들에 섬찟함마저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그 자체로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이들의 범죄행위들과는 별개로 이들이 보여주었던 한 가족으로서의 유대감과 인간으로서 가지는 온기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가정학대로 인한 유아 사망, 청소년 가출, 보험금을 목적으로 한 존속살인 등 많은 안타까운 사건들이 일어나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 ‘어느 가족’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해 주는 좋은  작품입니다.

 

조철종(문과대 철학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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