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측 “사람에게 투자하라”

의료원 “무리한 요구는 수용 불가”

 

  보건의료노동조합 고대의료원지부(지부장=노재옥)가 2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6일에는 본교 인촌기념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9일에는 안암병원 주차장에서 현장노동실태 증언대회를 진행했다. 결의대회와 증언대회에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구로병원, 안산병원에 소속된 1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이번 파업은 2010년 파업 투쟁 이후 10여 년 만이다. 5월 31일부터 3개월간 정부와 교섭을 진행했던 보건의료노동조합에서 1일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5시간 앞두고 협상에 성공해 파업을 철회했다. 하지만 고대의료원지부를 비롯해 전국 10개 병원에서는 병원과 보건노조 지부 간 개별적 합의가 결렬돼 파업을 진행했다. 노동법에 따라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유지 부서의 조합원은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고대의료원지부는 협상 조건으로 △인력확충 및 불법 의료 근절과 교대제 개선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충분한 임금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년 및 명예퇴직 자리 즉시 층원 △대체 휴일 부여 등을 요구했다. 의료원은 병원 정상화를 위해 8차례 회의를 진행했고, 5일 저녁부터 6일 새벽까지 일대일 마라톤협상 또한 진행했지만, 최종합의에 실패했다.

  6일 안암병원 주차장에 모인 조합원들은 법인회의실이 위치한 인촌기념관까지 행진한 뒤 현장 발언을 이어갔다. 노재옥 지부장은 “살고 싶어서 나왔다”며 비정규직 고용, 임금, 간호사 노동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병원의 건물 중심 투자를 비판하며 “사람에 투자하라는 게 이번 파업의 핵심”이라 말했다. 또한, 병원이 정규직 퇴사로 발생한 공석을 비정규직 채용으로 충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고대의료원의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 인원의 20%가 넘는다. 간호사의 노동 부담 문제도 지적됐다. 간호사는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된 휴식도 없이 고된 노동을 지속해야 한다. 안산병원 간호사 임슬기 씨는 현장 발언을 통해 식사할 시간도 부족한 실상을 말하며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어 안산병원 조합원 김연수 씨와 안암병원 조합원 방재정 씨가 파업사태 해결 촉구를 위한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후 대표교섭이 8일 오후 5시 재개됐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파업을 이어나가던 1000여 명의 조합원들은 9일 안암병원 주차장에 다시 모여 방호복을 입고 증언대회를 열었다. 그들은 고대의료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며 파업 투쟁에 대한 결의를 밝혔다. 안암병원 기계실에 근무하는 조합원 A씨는 발언대에서 “건물에 투자하고 새로운 장비를 들이지만 노동 인원은 그대로고, 노동강도와 업무량은 2배 이상 늘었다”면서 “부족한 인원, 불합리한 시스템, 인사관리의 개선”을 촉구했다. 증언에 참여한 구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의료기사 김치수 씨는 “근무환경이 개선돼 빠른 시일 내 양질의 의료환경을 제공했으면 한다”고 심정을 밝혔다.

  의료원 측은 협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총파업에 대해 김영훈 의무부 총장은 “노조가 현실적으로 수용이 어려운 임금인상안을 고수한다”며 “요구안을 무리하게 모두 받아들이면 경영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고대의료원지부는 총파업을 지속하며 13일 고대의료원 현장실태 고발 기자회견 개최, 16일 보건의료노조 집중결의대회 참가 등의 계획을 밝혔다.

 

글 | 김시현 기자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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