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엑소 등 K-POP 뮤비 제작

아이돌의 시각적 요소 총망라

“언어의 장벽을 매력적으로 허물어”

서동혁 감독이 제작한 아이유 <라일락> 뮤직비디오 장면

 

  K-POP 아이돌에게 뮤직비디오는 음악의 일부이다. 서동혁 뮤직비디오 감독은 아이유의 <라일락>부터 김다비 X ITZY의 <얼음 깨>, 카이의 <Mmmh> 등 국내 유명 K-POP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최근 작업한 아이유의 <라일락>은 유튜브 조회수 5398만 회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영상 제작 프로덕션 ‘플립이블’의 대표인 그를 만나 K-POP 뮤직비디오 제작의 세계에 대해 물었다.

 

- 뮤직비디오 감독이 된 계기는

  “처음부터 뮤직비디오 감독을 꿈꾼 건 아니었고,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그런데 취향이 녹아 있는 쪽으로 직업이나 삶의 방향이 움직이더라고요. 뮤직비디오 제작이 제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저에게 잘 맞는 분야였어요. 원래는 막연히 영상 쪽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영화, 방송, 드라마, 광고 중에서도 ‘뮤직’ 비디오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음악을 유난히 좋아했는데, 그 영향인 것 같아요. 듣는 건 물론이고 힙합 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랩 가사도 꽤 썼거든요. 음악이 중심이 되는, 유일한 비디오 장르라는 점이 끌렸죠. 음악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고 끝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뮤직비디오 제작을 업으로 삼고 있는 것 같아요.”

 

-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뮤직비디오 제작은 음악을 듣는 것에서 시작돼요. 음악 자체에서 영감을 얻으면서, 연출가로서 작곡가나 아티스트가 음악에서 표현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 느끼려 노력해요. ‘이 멜로디 라인에서는 이런 감정을 터뜨렸구나’ 혼자 생각하며 분석하죠. 기획사에서도 ‘이 음악은 무엇이 주제고, 뮤직비디오는 어떤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며 콘셉트를 설명해주고는 합니다. 여기에 제가 음악을 듣고 떠올린 비주얼과 기획사 측에서 설명한 키워드를 융합해 뮤직비디오를 기획해요.

  이후 기획서를 작성해 뮤직비디오 제작 방향에 대해 기획사와 논의하고, 승인이 나면 미술감독, 촬영감독, 조명감독과 소통하며 세트 비디오나 장소 선정 등의 실무작업의 방향성을 구체화해요. 그렇게 콘티 제작과 현장 운영계획이 완성되면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갑니다. 촬영하는 데에는 빠르면 하루에서 길면 3~4일 정도 걸려요. 촬영이 끝나면 편집 단계를 거치는데, 가편집본을 보며 흐름을 잡고 편집본을 기획사와 공유해 여러 번 수정을 거칩니다. 최종적으로 색 보정이나, CG 작업까지 마무리하면 뮤직비디오가 완성돼요. 보통 전체 제작기간은 한두 달 정도 걸려요.”

 

- 제작에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제작자들 사이에서 암묵적 룰이 있어요. 추상적이긴 하지만, ‘후렴에는 안무가 펑 터져 나와야 한다’나 ‘어떤 춤을 출 땐 카메라 동선이 이래야 한다’ 이런 식이죠. 계속 그렇게 찍다 보니 타성에 젖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자칫하면 결과물이 아무런 특색도 의미도 없는 양산형 비디오처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면 K-POP 뮤직비디오의 법칙을 지키는 선에서 남다른 영상을 만들지 고민해요. 내 영상이 그냥 평범한 비디오로 남길 바라는 제작자는 아무도 없잖아요. 그래서 익숙해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룰 안에서 최대한 내 색깔을 담아내려 해요. 사실 제가 어떤 색을 추구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분들은 제 작품을 보고 ‘네가 만든 뮤직비디오인 줄 알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좀 꾸밈없고, 날것처럼 표현하는 스타일인 것 같기도 해요. 앞으로도 남다른 뮤직비디오를 만들면서 저만의 색깔을 찾으려 할 것 같아요.”

 

- 기억에 남는 뮤직비디오 작품은

  “카이의 <Mmmh>이 기억에 남아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카이의 ‘순간이동’ 초능력을 화면에서 세련되게 녹여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그 미션을 성공적으로 풀었다는 뿌듯함이 있어요. 카이가 힘 있는 안무를 할 때 뮤직비디오에서 사라졌다 나타나는 식으로 표현했는데, 시각적으로 멋지게 나온 것 같아요. 또 카이 씨가 정말 열심히 해주셨던 기억도 좋게 남아있어요.

서동혁 감독이 제작한 카이 <Mmmh> 뮤직비디오 장면

 

  아이유의 <라일락>을 통해서는 ‘아티스트가 보여주는 카리스마가 이런 거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원래 미장센 중 배우의 연기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었는데, 아이유 씨가 그런 편견을 깼어요. 화면 안에 들어가 액션 연기를 펼치는데, 영상의 퀄리티가 확 올라가더라고요. 그때 ‘배우가 가진 힘이 이런 거구나’ 느꼈고, ‘큰 거 하나 배웠다’고 생각했어요.”

 

- 아이돌 세계관 설정이 트렌드인데

  “요새 K-POP 아이돌의 대부분이 특정한 콘셉트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 세계관을 보여주는 데 있어 뮤직비디오가 가장 효율적이고 직관적인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이제 음악은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변했어요. 음악만으로 그룹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죠. 세계관을 가장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각적 요소는 필수에요. 뮤직비디오를 통해 안무 스타일부터 의상, 메이크업까지 아이돌이 가진 시각적 요소를 한 번에 정리하고 총망라할 수 있어요.

  K-POP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해요. 가사가 한국어이다 보니, 외국 팬들은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커요. 한글을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가사만으로 세계관을 명확히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죠. 뮤직비디오는 가사와 음악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요소를 쉽게 풀어내기에, 언어의 장벽을 매력적으로 허물 수 있죠.”

 

- 뮤직비디오 해석 콘텐츠에 대한 생각은

  “제작한 사람, 연출가라면 무조건 봅니다. 저 역시 재밌게 보고 있어요.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제 작업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연출했던 방향이나 표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대중들이 그대로 알아봐 주셨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셨다는 점이 감사하죠.

  뮤직비디오 해석 콘텐츠의 유행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콘텐츠를 재창조해서 새로운 콘텐츠로 만드는 일은 기존 콘텐츠에도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니까요. 앞으로도 해석 콘텐츠가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고, 뮤직비디오 산업에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글 | 이성현 기자 saint@

사진제공 | 서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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