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유연한 생산 환경 구축해

생활 전반에 확대될 것

'휠라'의 신발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서비스인 '마휠라'를 바탕으로 맞춤형 신발을 만드는 과정을 재구성했다.

 

  개인의 스타일과 개성을 중시하는 오늘날, ‘나만의 신발’, ‘나만의 자동차’ 등 맞춤형 제품을 가지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맞춤형 제품을 통해 얻는 희소성과 만족감을 위해 커스터마이징을 이용해왔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은 mass production과 customization을 결합한 용어로, 1987년 처음 등장했다. 맞춤화 서비스가 구현하는 양질의 제품을 높은 생산 효율성을 통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생산 방식을 의미한다. 대량 생산의 이점을 살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나만의 제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고객의 욕구를 모두 만족한다는 점에서 떠오르고 있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합리적인 가격과 개성 표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말했다.

 

첨단 기술로 공정 환경 발달해

  1980년대 말 등장한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이 최근 성장하게 된 배경은 생산기술과 정보기술의 발전과 관계가 깊다. 4차산업혁명 시대인 지금, 이제는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 대신 3D 프린팅, 스마트 공장 등 새로운 생산 환경이 구축됐다. 스마트 공장 내 컴퓨팅 체제와 로봇 간 무선 소통을 통한 유연한 생산 체제를 마련해, 고객의 주문을 즉각적으로 반영한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용구(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정보기술의 발달과 함께 새로운 제조 환경이 생산을 뒷받침해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맞춤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구매 행동이나 욕구 등의 정보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도 중요한 성장요인이다. 인터넷상의 소통을 기록해 소비자의 선호가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되면, 기업은 이를 제품에 즉시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또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알고리즘을 통한 전달과 홍보까지 가능해졌다. 이은희 교수는 “별다른 절차 없이 생산자는 제공된 정보들을 조합해 고객의 선호에 맞는 합리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용구 교수는 “고객의 데이터는 기업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에 대한 지표가 된다”며 “기업은 앞으로 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계속해서 소비자와의 소통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산업으로 뻗어 나가

  신생 기업부터 글로벌 브랜드까지, 많은 기업이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장 브랜드 ‘스트라입스’는 소비자의 신체 사이즈에 맞춰 빅데이터에 기반한 최적의 핏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조직적으로 구현해냈다. 의류 기획과 생산, 배송까지 자체적인 공정에 포함해 제작 비용을 줄였다. 또 미국의 뷰티 스타트업인 ‘Function of Beauty’는 고객이 헤어 제품의 성분, 향, 색상, 이름까지 선택할 수 있는 온라인 기반 서비스를 출범했다. ‘Function of Beauty’에서 헤어 오일을 직구한 윤모 씨는 “딱 맞는 제품을 이름까지 각인된 완성품으로 받아서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글로벌 의류 브랜드인 ‘나이키’와 ‘아디다스’부터 국내 브랜드인 ‘휠라’까지 커스터마이제이션 서비스를 도입했다.

뷰티 브랜드 'Function of Beauty'는 고객의 선택 에 따라 맞춤형 헤어 제품을 제공한다.

 

  패션, 화장품 등 개인의 기호를 중시하는 퍼스널 제품에 한정됐던 커스터마이제이션이 이제는 가전제품처럼 기능을 중시하는 퍼포먼스 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 데이비슨’은 기존 고객들이 바이크 커스텀을 즐긴다는 점을 이용해 부품과 외형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율 로봇과 정교한 생산기술을 도입한 ‘스마트 팩토리’ 운영을 통해 오토바이 한 대의 생산 시간을 6시간으로 단축했다. 또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비스포크 냉장고는 가전제품의 이미지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냉장고가 인테리어의 일부분이 되도록 소재, 색상의 디자인적 미를 극대화했다.

  고부가가치 IT 기술과 패션을 접목한 스마트 패션 분야에서도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 패션의 연평균성장률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26.2%로 예측된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을 통해, 이전까지 웨어러블 장치 등 기능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분야에 사용자 중심의 심미성을 더하는 것이다. 김윤희(국민대 융합디자인테크놀로지학과)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능 및 디자인적 요소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며 “앞으로 대중들은 가장 똑똑하고 개성 있는 옷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뿐 아니라 정보와 서비스에도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고 있는 현재, 전문가들은 생산 환경과 소비 습관의 변화로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이 확대되며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교수는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수요가 적었던 탓에 합리적인 생산이 불가능했던 제품군에 기회를 준다”며 “다양성이 보장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했다. 김윤희 교수도 “앞으로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융합적이고 인간친화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 | 이현민 기자 neverdie@

인포그래픽 | 송원경 기자 bille@

사진제공 | Function of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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