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와 내구성에 심혈 기울여

덧칠을 거듭하며 작품 완성해

“자신만의 예술성과 희소성 지켜야”

Original Punk(이승환) 씨는 "커스텀에 화려한 색감과 역동적이고 익살맞은 그림을 주로 그린다"고 말했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똑같은 옷, 똑같은 신발, 똑같은 아이템. 이것으로는 ‘나’를 충분히 드러낼 수 없다.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자신을 표현할 매력적인 수단으로 ‘커스텀’이 부상하고 있다. ‘나만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 그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며 제품의 색상부터 무늬, 소재까지 하나하나 디자인해 진짜 ‘나만의 것’을 만드는 커스텀 아티스트가 있다.

  2010년부터 커스텀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Original Punk(이승환) 씨는 흔한 패션 아이템을 자신만의 캔버스로 삼아, 화려하고 독창적인 특유의 그림을 선보인다.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고 활기찬 에너지를 전파하는 그는 “커스텀에는 제한이 없다”고 말한다. Original Punk의 작업실이 위치한 평택에서 그를 만나 커스텀의 매력과 전망에 대해 물었다.

 

- 커스텀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일본에서 대학교를 다니며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어요. 그중에서도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드로잉 작업에 흥미를 느껴, 학교 축제에서 실시간으로 그림을 그리는 라이브 페인팅, 벽에 낙서 같은 그림을 끄적이는 그래피티 등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드로잉을 하다 보니 그림을 단순한 캔버스가 아닌 새로운 물체 위에 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커스텀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한국에 들어온 후에는 일반 회사를 다니며 취미로 커스텀 작업을 했어요.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에 쓰리잡까지 하면서 주말에 틈틈이 일했죠. 그러다 공연, 일러스트레이션 등을 선보이는 창고파티를 아티스트 친구들과 연 적이 있는데,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어요. 특유의 젊고 활기찬 문화가 사람들을 이끌었던 것 같아요. 그 행사를 계기로 의류 브랜드 ‘반스 코리아’ 측에서 함께 작업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이후 2015년까지는 회사생활과 커스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병행하며 바쁜 생활을 하다가, ‘내 그림이 정체되지 않고 꾸준히 발전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 일에 집중하게 됐어요.”

 

- 커스텀 아티스트가 하는 일은

  “저는 주로 의류, 주류, 스케이트보드 등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커스텀하는 일을 해요. 해당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에 저만의 스타일을 더해, 기업의 제품과 제 디자인이 서로 좋은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작업해요. 반스의 경우에는 젊은 층이 주 고객이라서, 제품을 제공받은 후 제 스타일에 맞춰 자유롭게 커스텀해요. 의류 브랜드 ‘뉴에라’의 경우에는 제가 커스텀한 작품을 아예 상품으로 출시하기도 했어요. ‘KB국민은행’과 협업한 적도 있는데, 홍대만이 가진 젊은 감성에 맞춰 ‘청춘마루’ 건물에서 전시를 열고, 컬러링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또 반스에 소속돼 활동하다 보니, 단순한 제품 작업 이외에도 반스에서 주관하는 워크숍이나 아트 디렉팅을 맡기도 해요. 특히 ‘하우스 오브 반스’라고 반스에서 매년 진행하는 각종 전시, 공연, 커스텀 체험 등을 즐기는 행사가 있는데, 저는 부스를 맡아 커스텀 교육을 진행했어요. 반스의 고객들이 직접 커스텀하는 과정을 체험하도록 돕고, 전반적인 행사 콘셉트를 감독했죠. 이외에도 락 페스티벌과 같은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부스를 진행하거나, 아트 디렉팅을 맡았습니다.”

 

- 작업할 때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우선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저는 그림을 그릴 때 대중적인 그림체보다는 조금 과격한 표현을 주로 하는데, 저만의 특징적인 콘셉트에 맞춰 작업해요. 펑크락 장르나 스케이트보드 위 선수들의 몸짓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 화려한 색감과 역동적이고 익살맞은 느낌을 살리려 하죠.

  다음으로는 퀄리티에 신경 씁니다. 커스텀 작업에는 ‘수정’이나 ‘지우기’와 같은 개념이 없어요. 그림이 한번 엇나가면 그것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덧칠하는 방법으로 작품을 완성해야 해요. 그래서 그림 하나하나에 신경을 기울여서 섬세하게 작업하려 공들입니다. 원하는 색감을 구현하기 위해 수십 번 덧칠하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고, 쉽게 닳거나 변색되지 않게끔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해요. 그러다 보니 신발 한 켤레를 완성하는 데에도 7~8시간 이상의 정성이 들어가기도 하죠.”

 

- 커스텀의 미래는

  “전망이 없는 분야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은 사람의 당연한 욕구고, 그걸 실현하는 방법 중 커스텀은 접근성이 높은 축에 속합니다. 몇 년 전, 가수 지드래곤이 직접 꾸민 신발이 화제가 되면서 커스텀이 크게 유행했는데,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커스텀 서비스를 꾸준히 찾고 있어요. 또 브랜드 활성화를 위해 각종 기업에서도 커스텀 산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투자하는 추세입니다. 이런 경향이 없어질 것 같진 않아요.

  다만, 연예인이나 브랜드의 커스텀 스타일만 보고 무작정 따라 하는 커스텀 유행에 대해서는 우려가 됩니다. 커스텀에서는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게 가장 첫 번째에요. 명품 로고 패턴이나 연예인의 스타일만 따라 하다 보면 커스텀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가치를 잃은 채 양산형 소비재로 전락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예술성과 희소성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커스텀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했으면 합니다.”

 

글 | 이현민 기자 neverdie@

사진제공 | Original P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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